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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희 Feb 24. 2020

‘검색’보다는 ‘발견’이 있는 책방을 만들고 싶습니다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02]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책방지기 엄마, 책방을 엽니다


2020년 1월, 아이를 출산하고, 산후조리 후 바로 본업에 복귀했다. 여자이자, 아내이자, 엄마로 내가 감당하고 지속해야 할 역할들이 드디어 실전에 돌입한 셈이다. 아직은 작은 아가지만, 아가의 이름을 짓고, 하루가 다르게 커가는 모습을 바라보면서 진지하게 다가온 질문은 ‘어떤 엄마가 될 것인가?’였다.


아가의 이름은 조이. 나라 조(趙)와 기쁠 이(怡). 영어와 한글이 같은 이름으로 '나라를 기쁘게 하라'는 의미를 담았다. 이름처럼 나라를 기쁘게 하는 아이로 자라나게 하고, 아가에게 세상이라는 멋진 지도를 펼치게끔 지지해주는 엄마가 되었으면. 나아가 책으로 삶의 방향을 제시해주는 책방지기 엄마가 되고 싶다.


다가오는 3월, 책방을 오픈한다. 사계절 동안 책방의 터를 잡고, 이름을 짓고, 직원을 채용하고, 가구를 맞추고, 책과 소품을 골랐다. 책방을 준비하는 일은 아가를 맞이하는 방을 꾸미는 것처럼 기대도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모두를 위한 공간인만큼 염려도 컸다.


특히 어린이 책방을 운영하는 책방지기이기에 아이들이 책을 오롯이 즐길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을 가득 담았다. 언제라도 내 아가가 책을 사랑할 수 있는 공간이길 바라는 마음도 담아보았다.


‘어떤 책방으로 만듦새를 보여줘야 할까?’ 고민 끝에 책의 ‘검색’보다는 ‘발견’이 있는, 책장을 즐기는 여정을 보여주기로 했다. 그림책을 발견하고 읽으며 세상을 알아가고, 꿈을 키워 나가는 공간, 그 속에서 나를 발견하는 책장을 아가에게 선물하고 싶었다. 담고 싶은 그림책과 닮고 싶은 책방을 찾으며 책방 준비를 시작했다.



◇ 담고 싶은 그림책과 닮고 싶은 책방을 찾다


“점장님은 언제나 손님에게 딱 맞는 책을 골라 준다니까. 정말 멋져!” 기운을 되찾은 지로를 보고 누리가 말했어요. “저도 나중에 점장님처럼 대단한 서점 직원이 되고 싶어요.” 고나로가 말하자, 점장님이 대답했어요. - 「도토리 마을의 서점」 중에서



“아니지, 내가 대단한 게 아니라 책이 대단한 거란다.” 「도토리 마을의 서점」 ⓒ웅진주니어



「도토리 마을의 서점」(나카야 미와 글, 김난주 역, 웅진주니어, 2016년)은 서점을 찾는 도토리 마을의 이웃들의 이야기들을 그려낸 책이다. 이 책을 쓴 나카야 미와는 실제로 책방을 취재하며 에피소드를 모아 책을 썼다. 그림책에 나온 책방처럼 책을 사랑하는 이웃들이 찾아오는 사랑스러운 공간을 꾸리면 좋겠다는 생각은 시간이 갈수록 구체화되었다.



“아이들이 처음 손에 쥐는 표현 도구가 크레용이지요. 어른도 크레용 좋아하잖아요. 자기 색깔로 자기 인생을 그립니다.” 인간의 삶에서 처음 만나는 것이 그림책이다. 그림책은 아이들만 읽는 것이 아니다. 어른도 아이들과 함께 그림책을 읽는다. 그림책은 경계가 없다. 아이들과 어머니 아버지, 할아버지 할머니 3대가 함께 읽을 수 있다. 아이들의 심성과 향기가 느껴지는 서점 크레용하우스. 아이들에겐 환상의 세계를 꿈꾸게 하고 어른들에겐 문득 순수의 삶, 동심의 세계를 생각하게 한다. -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 중에서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에 소개된 크레용하우스 ⓒ오윤희


「김언호의 세계서점기행」(김언호 글, 한길사, 2020년)에 소개된 크레용하우스는 일본 도쿄에 위치한 어린이들을 위한 그림책 책방이다. 지난 가을 JTBC 교양 프로그램 '장동건의 백투더북스'에서도 소개한 이곳은 작가 오치아이 케이코가 1976년에 오픈했다. 책방을 연 이후로 지금까지 오랜 기간 모두에게 사랑받고 있는 책방을 보며, 크레용하우스 같은 책방을 만들고 싶다는 생각으로 책방의 만듦새를 다져갔다.



◇ 책으로 만나는 작지만 큰 세상을 선물합니다


오픈하는 어린이 책방은 'AROUND THE PICTURE'이라는 주제로 책장이 펼쳐진다. 나를 둘러싼 모든 것들을 책으로 바라보는 '나의 작은 세상 EXPLORE MY WORLD', 책으로 더 큰 세계와 세상을 배울 수 있는 '나의 커다란 세상 EXPLORE BIG WORLD', 책으로 만나는 영웅 'MY HERO'. 총 세가지로 모양새를 갖추어 손님들을 맞이한다.


책장에서의 여정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BIG BOOK'으로 함께 책놀이를 하고, 매월 테마가 있는 'LOVE BOOKS'와 외국의 이색적인 그림책 소개까지 즐거움과 특별함도 담았다. 어른과 어린이, 내 아가 모두가 책으로 작지만 큰 세상, 자기만의 영웅을 만나는 책방으로 꾸렸다.


내 아가도, 어른과 어린이 모두도 책을 발견하고 즐기는 여정이 가득한 책방에서 꿈을 키워갔으면 좋겠다. 이곳을 찾는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눴으면 하는 바람도 함께. 꽃피는 3월, 마주하는 곳 가까이에서, 매일이 있는 이곳에서 따듯함을 담은 이웃으로 반갑게 봄인사를 건네길 기대해본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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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No.1 육아신문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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