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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희 Jul 27. 2020

야, 너도 '아티스트' 될 수 있어 여기 책방에서만큼은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12]

[책방지기 엄마의 그림책 이야기] 리틀 아티스트 with 데이비드 호크니


지난 7월 22일은 아기가 태어난 지 200일 하고도 하루가 지난 날이자, 책방을 연 지 꼭 100일 되는 날이었다. 100일 동안 책방에서 있었던 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고르라면, 단연코 ‘리틀 아티스트’를 꼽을 것이다.



틀 아티스트에서 만난 데이비드 호크니. ⓒ오윤희


아이들에게 그림책을 기반으로 다양한 경험을 선사하는 일, 책방 문을 열겠다고 처음 생각했을 때부터 구상했던 일이었다. 


‘마음 가는 대로 자유롭게 이야기하며 그림책과 노는 시간. 여기에 예술을 더한다면 더 좋지 않을까?’

생각에 살을 더하며 클래스 기획을 구체화했다. 직접 아트북을 큐레이팅하고, 아티스트의 삶과 화풍을 배우고, 여기에 작품을 구성하고 직접 그려보기까지 하는 어린이 클래스 리틀 아티스트는 그렇게 탄생했다.


코로나19 때문에 미술관 관람이나 세계여행이 어려워진 요즘, 리틀 아티스트는 부모님에게는 잠깐의 커피 타임을, 어린이 친구들에겐 재미난 예술 세계를 알려준다. 프리다 칼로를 시작으로 앤디 워홀, 데이비드 호크니, 훈데르트 바서에 이어 다가오는 8월에는 피카소와 에바 알머슨 클래스를 연다.  



◇ '따뜻한' 디지털…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이들에게 사랑받는 이유


그렇다면, 그동안 리틀 아티스트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아티스트는 누구였을까? 정답은 바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의 저자인 데이비드 호크니(David Hockney)다. 세계에서 가장 ‘핫’한 할아버지이자 세계에서 가장 비싼 그림을 판매한, 현존하는 아티스트 데이비드 호크니는 왜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사랑받는 걸까?


「어린이를 위한 그림의 역사」 (데이비드 호크니, 마틴 게이퍼드 지음, 로즈 블레이크 그림, 비룡소, 2018년) ⓒ비룡소



데이비드 호크니의 서명이 들어간 두번째 빅북 「My Window」 기획전 모습. ⓒ오윤희


데이비드 호크니의 서명이 들어간 두 번째 빅북 「My Window」 기획전과 리틀 아티스트 클래스를 열며 그 이유를 세 가지로 나름 정리해 보았다. 


먼저 ‘디지털 시대 노장의 아트 파워’가 아닐까 싶다. 1937년 7월 9일에 태어난 그는 지금까지도 꾸준히 활동하고 있다. 특히 2009년부터는 아이폰과 아이패드를 활용한 드로잉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실제로 이렇게 말했다.


"그림의 역사는 동굴에서 시작해서 바로 지금, 아이패드까지 왔어요. 이다음에는 어디로 가게 될지 누가 알겠어요?"


둘째. 데이비드 호크니는 예술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따뜻한 ‘휴머니티’를 이야기하는 아티스트다. 반려동물을 무척 사랑하는 그는, 스탠리와 부기라는 강아지를 키우며 그들의 그림을 남기기도 했다.


데이비드 호크니는 현재 이동제한령이 내려진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반려견 루비와 함께 생활하고 있는데, 이때 그린 그림을 SNS에 공개하며 ‘힘든 시기에 내 그림이 한숨 돌릴 수 있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라는 바람을 담아 자신의 근황을 전하기도 했다.


반려견 루비와 프랑스 노르망디에서 격리 생활 중인 데이비드 호크니. ⓒ데이비드 호크니 SNS


데이비드 호크니는 격리 생활 중 그린 그림을 SNS에 공개하기도 했다. ⓒ데이비드 호크니 SNS


세 번째, 무엇보다 남녀노소 모두 즐길 수 있는 ‘아트’의 장을 연 장본인이다. ‘예술은 어렵다’라는 편견을 단번에 날려버린 데이비드 호크니. 그는 누구나 다운만 받으면 사용할 수 있는 아이패드의 브러시 앱으로 주변의 평범한 일상과 풍경, 사물을 순간적으로 포착해 작품을 만들었다. 요나스 요나손의 소설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의 화가 버전이 있다면, 바로 데이비드 호크니가 아닐까 싶을 정도로 유쾌함이 가득하다.



◇ 마을 책방에서 아이들이 자유롭게 너른 세계 뽐내길


리틀 아티스트에서 어린이 친구들과 데이비드 호크니의 ‘더 큰 첨벙(A Bigger Splash)’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다. '더 큰 첨벙'은 그가 살던 LA 산타모니카 인근 대저택의 수영장을 마치 스냅 사진처럼 포착한 시리즈로, '첨벙!' 튀기는 물보라가 인상적인 작품이다. 어린이들의 눈에 수영장에서 첨벙! 하고 튀기던 것은 무엇이었을까?


나만의 ‘더 큰 첨벙'을 그리는 어린이들의 모습. ⓒ오윤희



첨벙! 안에는요!

수영장 안에는 짱구가 있어요!

우리 집 강아지도 있고요!

공룡도 있어요!

엄마랑 아빠랑 호텔 수영장으로 여행 가요!

서로의 첨벙! -이야기가 끊이지 않던 리틀 아티스트 with 데이비드 호크니.


최근 한 출판사 관계자와 만나 이런 이야기를 나눈 적 있다. 아이패드를 게임 플레이용 디지털 기기로 생각해 아이들에게 마냥 사용을 금지할 것이 아니라, 데이비드 호크니처럼 스스로 상상하고 그릴 수 있는, 창의적인 디지털 툴로 활용할 수 있게 하자고. 단순히 “아이패드 안 돼!”라고 할 것이 아니라, 아이 스스로 상상력과 사고력을 키우는 ‘디지털 도화지’로 바라보면 좋을 것이라고 말이다.


스스로 그린 그림을 스스럼없이 이야기하고, 표현하며 예술을 즐길 줄 아는 어린이 친구들의 더 큰 ‘첨벙’이 기대된다. 앞으로 나는 그림 책방에 찾아오는 어린이 친구들에게 더욱 다양한 아티스트의 세계를 보여주고 안내하는 ‘가이드’가 되고 싶다. 마음껏 상상하고, 굳이 멀리 가지 않더라도 ‘아티스트’가 될 수 있는 시간, 그런 시간을 아이들에게 선사할 줄 아는 책방지기가 되길 스스로 바라본다.



*칼럼니스트 오윤희는 생일이 같은 2020년생 아들의 엄마입니다. 서울 도화동에서, 어른과 어린이 모두가 커피와 빵, 책방과 정원에서 행복한 삶을 나눌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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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베이비뉴스(https://www.ibaby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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