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화성시 배혜정도가
작년 이맘쯤, 영화 ‘서치’를 보았다. 별 기대 없이 영화관에 들어갔다 양손에 땀을 흠뻑 지게 한 영화로 지금도 선명하게 줄거리가 떠오르곤 한다. ‘서치’의 줄거리는 아래와 같다.
딸바보 아빠 데이빗(존 조)는 딸 마고(미셸 라) 전화를 받지 못한다. 부재중 3통을 남기고 마고는 실종된다. 경찰들이 조사를 시작하지만, 마고의 흔적을 찾기가 쉽지 않다. 애가 타던 데이빗이 선택한 건 사라진 딸의 SNS다. 지금까지 몰랐던 마고의 비밀을, 속내를 알게 된 데이빗. 데이빗은 실타래처럼 얽힌 SNS를 서치 하며 극적으로 마고를 찾아낸다. 이후 둘은 행복한 삶을 이어간다. 이 영화에서는 아빠와 딸 사이에 대한 본질적인 대화가 오고 가는데,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대사는 바로 ‘I really proud of you. Mom would be too’다.
어릴 적부터 아빠는 아빠처럼 내가 자랑스러운 군인이 되길 원하셨다. 안정적인 공무원, 멋진 제복, 균형 잡힌 삶과 명예 그리고 국가에 대한 헌신. 군인이 가진 모든 덕목을 내가 이어받길 원하셨다. 아빠의 장래 희망은 대학 입학 때까지 변치 않았다. 아빠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첫째 딸이 되고 싶어 나 또한 군인이란 꿈을 꾸었다. 사관학교 입학시험을 봤고, 운 좋게 2차까지 합격했지만, 마지막 수능에서 좌절되었다. 재도전도 해 봤지만, 마지막 관문을 넘지 못했다. 나는 아빠의 희망을 들어주지 못하는 부족한 딸이 되었다.
이후 대학에 입학해 나는 전공을 바꾸고, 회사에 다니다 퇴사를 하고, 여행작가가 되었다. 아빠의 계획에 어긋날 대로 어긋난 삶을 서치하고 있었다. 미안한 마음이 한구석에 있지만, 군인이 되었다면 지금처럼 행복했을까? 상상해보았다. 틀 박힌 삶은 늘 힘들어하던 내가 과연 그 삶을 적응하고 행복하다 말할 수 있었을까? 아빠의 바람대로 사는 게 과연 효도라고 할 수 있는지도 말이다.
경기도 화성시에는 아빠와 딸이 만든 우리 술 양조장이 있다. 바로 국순당의 전신이 된 배한 산업을 설립하고, 백세주를 개발한 우곡 배상면 선생의 딸 배혜정 대표가 운영하는 배혜정도가다. ‘여자의 역할이 국가에 이바지하는 게 적지 않다’는 아버지의 말씀에서 응원을 받는 배 대표는 1999년 경기도 화성시에 양조장을 지었다. 아빠가 딸에게 꿈을 ‘서치’ 해 준 양조장으로 2016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배혜정도가의 매력은 바로 ‘생쌀 발효’다. 아버지가 연구하신 개량 누룩으로 신축한 공적으로 퀄리티 있는 막걸리를 생산하고 있다. 이곳의 대표 술은 ‘호랑이생막걸리’와 ‘부자 시리즈’다. 아버지의 마지막 역작 ‘우곡주’를 바탕으로 만든 6도 수의 막걸리가 호랑이생막걸리다. 동물의 왕 호랑이처럼 우리 술의 위상을 지키겠다는 바람을 담았다.
‘부자 시리즈’는 조선 시대 양반들이 마시던 합주合酒에서 착안했다. 10도, 13도, 16도로 취향에 따라 마실 수 있는데 그중 10도는 100% 국산 백미로 빚었다. 부자 시리즈에 자색고구마와 송산 포도를 더한 술도 있다. 한 방울 한 방울 천천히 내린 흰 빛깔이란 뜻의 배도가로아는 아카시아 꿀, 배, 사과를 첨가해 19도, 40도로 오크통에 숙성해 깊은 맛을 자아낸다.
배혜정도가에서는 나만의 술 빚기 체험, 견학 및 실습 체험도 운영 중이다. 제품은 전국 대형마트와 인터넷에서 살 수 있다. 여행을 시작한 후, 아빠의 친구들은 나를 부러워한단다. 딸이랑 둘이서 여행도 다니고, 이렇게 효도하는 딸이 어디 있냐고 말이다. 원하던 군인이 되지 못했지만, 내 꿈을 서치 해주고, 응원해주는 아빠가 있었기에 지금의 우리가 있는 거니까. 이것이 바로 행복이 아닐까.
글 오윤희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제맥주 여행에도 함께하곤 했던 ‘볼 빨간’ 동행, 아빠를 벗 삼아 말이죠.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 김정흠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빠와 딸이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습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주소: 경기도 화성시 정남면 서봉로 385
오픈: 월~금요일09:00~18:00, 토요일09:00~13:00(일요일 휴무)
전화: 031 354 9376
홈페이지: www.baedog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