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파주시 산머루농원
오래전 한 번 맛보고 지금도 잊지 못하는 열매가 하나 있다. 바로 ‘야생 으름’이다.
고소하면서도 부드러운 같은 맛을 지닌 이 열매를 처음 본 건 아빠 덕이었다.
산을 다녀오시던 아빠가 무심히 건넸던 이상한 열매.
"토종 바나나란다. 한번 먹어봐"라며 건넨 으름을 다시 먹고 싶었지만, 아쉽게 그 뒤로 맛보지 못했다.
산에서 자란 열매가 귀하고 맛있는지 알게 된 귀한 경험이었다.
오늘은 아빠와 함께 귀한 열매를 만나러 경기도 파주로 향하는 길이다. 아빠와 내가 향한 곳은 해발 675m, 파주에 위치한 감악산. 이곳에 산에서 나는 열매 산머루로 우리 술을 빚는 양조장이 있다 하여 찾아갔다.
“아빠, 산머루 알아요?”
“그럼. 잘 알지!”
아빠의 산머루 이야기는 파주로 향하는 내내 끝이 없으시다. 심장에도 좋고, 관절에도 좋고, 혈관에도 좋고, 다 좋다 하신다.
"그럼 산머루로 빚은 우리 술은 더 좋겠네요!" 나는 한술 더 떠 맞장구를 쳤다.
감악산 중턱에 있는 산머루농원은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입소문이 난 양조장이다.
연간 5만 명 넘게 방문하는 핫한 여행지다. 이곳은 농원이란 이름답게 머루 생산부터, 공정, 제조까지 모든 곳이 한 곳에서 이루어지고 있다. 양조장을 들어서자마자 산머루를 보러 갔다.
난생 처음 본 산머루는 포도 알보다 작고 알차게 여물었다. 톡톡 튀는 새콤함에 손까지 붉게 물들게 만드는 산머루의 천연색이 인상적이다.
처음 산머루 재배 당시 덩굴나무가 모두 얼어서 고생했지만, 오랜 노력 끝에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된 산머루농원은 산머루가 우리 술로 재탄생한 귀한 양조장으로 발돋움하였다.
산머루를 신기해하는 것도 잠시, 양조장 입구에 다다르자 앙증맞은 벽화가 보인다.
벽화를 배경으로 인증샷을 찍고 바로 투어가 시작된다. 산머루농원의 하이라이트는 바로 와인동굴 투어다.
73m에 달하는 국내 최초 와인터널이 눈 앞에 펼쳐진다.
지하를 뚫어 만들진 와 인공 동굴은 유럽에서나 볼 듯한 이국적인 모습으로 가득하다.
산머루농원에서는 산머루 100% 원액으로 빚은 13.5도 과실주 ‘머루드서 드라이MeoruDe Seo Dry’,12.5도의 ‘머루드서 스위트MeoruDe Seo Sweet’,12도 ‘감악산 머루주’를맛볼 수 있다.
특히 머루드서는 ‘2010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대상을 받은 와인이다. 마시는 순간, 우리가 알던 와인에 머루 맛을 더한 한층 진하고 풍성한 바디감이 입에 착 달라붙는다.
산머루농원은 마실 거리 외에도 놀 거리가 풍성해 온 가족이 즐길 거리가 가득하다.
투어 외에도 머루 초콜릿, 머루잼, 머루 비누, 머루와인 만들기까지 다양한 체험 프로그램을 운영하여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 좋다. 아빠와 나는 머루를 먹고 마시며, 머루 하나로 즐기기 바쁘다.
'머루 먹고 살어리랏다', 청산별곡이 절로 떠오르는 아빠와의 여행길. 산머루농원을 나서는 길, 다음번엔 온 가족이 함께 오자고 하신다.
저도 같은 생각입니다.
아주 오랜만에 하나로 뭉친 볼 빨간 부녀다.
글 오윤희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제 맥주 여행에도 함께하곤 했던 ‘볼 빨간’ 동행, 아빠를 벗 삼아 말이죠.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 김정흠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빠와 딸이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습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주소: 경기도 파주시 적성면 윗배우니길 441-25
오픈: 매일 09:00~18:00(17:00 마감)
전화: 031 958 4558
홈페이지: www.seowoosuk.com
체험 프로그램 |
투어 3,000원(소요시간 30분, 5세 미만 무료), 머루 수확 8,000원, 머루와인 만들기 2만원,
패키지(머루초콜릿 체험, 머루잼과 비누 만들기, 투어, 시음 포함) 2만원(개인 체험은 14:00, 16:00 가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