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광역시 울주군 복순도가
엄마 얘기를 좀 해야겠다. 아빠와 우리 술 여행을 한다고 했을 때, 가장 반대한 사람은 다름 아닌 엄마였다.
다 큰 딸과 무슨 여행을 다니느냐고, 결혼 앞두고 잘들 한다고. 지금 당신이 그리 여행 다닐 때냐며, 손녀까지 돌보고 있는 나는 뭐가 되냐며 울분을 토하셨다. 결국, 여행을 감행하고 나서자, 엄마는 대성통곡을 하셨고 이혼을 하겠다며 연락 두절까지 되는 극한 상황까지 치달았다.
이런 우려를 뒤로 한 채 한 달 두 달 시간이 지나자, 아빠와 내가 전보다 웃음이 많아지고, 스스럼없이 지내는 모습을 봐서인지 엄마의 완강한 태도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여행기가 인터넷 포털 메인에 소개될 때마다 엄마의 벽이 하나둘 사라지기 시작했다. 나중에는 언제 한 번 나도 데려가라 하셨고, 여행 말미에는 여행길에 함께 하시곤 하셨다. 심지어 홀로 기차를 타시고 직접 내려오시기까지 하셨다.
혼자 기차 여행하며 오는 길이 그리도 신나고 좋았다는 엄마의 얼굴이 잊히지 않는다. 나도 딸이랑 이렇게 둘이 전국으로 여행을 다니고 싶다는 속내를 내비치는 엄마의 말에 마음이 안쓰러웠다. ”맞아, 다음엔 엄마와 단둘이 여행해야지." 다짐 또 다짐해 본다. 이쯤에서 엄마 자랑을 해야겠다.
모든 엄마가 그러하겠지만, 우리 엄마는 정말이지 요리 손맛이 끝내준다. 말로 다 설명할 수 없어서 아쉬울 뿐, 식품 업계에 근무했던 남편조차 장모님 요리 솜씨는 맛집 그 이상이라고 하며 칭찬을 했다. 그중 으뜸은 ‘김밥’이다.
김을 노릇노릇하게 구워 구수한 기름을 발라 갖은 재료를 볶아 돌돌 말아먹는 김밥. 평범한 듯 평범하지 않은 엄마의 김밥은 평생 먹어도 질리지 않는다. 이것이 바로 엄마의 손맛인가 싶다.
울산광역시 울주군에는 엄마 손맛이 듬뿍 담긴 양조장이 있다. 술 빚는 어머니 박복순 여사의 이름을 붙여 지은 복순도가福順都家가 주인공이다.
복순도가의 양조장은 사뭇 다른 모습으로 많은 이들의 관심을 불러일으켜 입소문이 자자한 곳이다.
건축을 전공한 첫째 아들이 추수한 후 남은 볏짚을 태워 벽을 만들었는데 논, 볏짚, 숯, 누룩을 재료 삼은 발효 건축을 모델로 한 공간으로 조성하였다.
수학을 전공한 둘째 아들은 수많은 실험을 통해 복순도가 술의 발효 과정을 더욱 과학적으로 체계화시켰다. 엄마를 향한 듬직한 두 아들의 사랑이 공간 곳곳에서 묻어나 있다.
현재 복순도가는 작은 시골 마을인 울주군에서 시작하여 오로지 술맛으로 도시 사람들과의 교감을 바라는 마음을 담아 운영하고 있다.
실제 온라인에서도 복순도가의 술은 인기 만점인데, 이곳의 대표 술은 바로 '복순도가 손막걸리'다. 6.5도수의 손막걸리는 울주산 쌀로 빚어 저온에서 장기 숙성한 술이다.
신선하면서도 청량한 천연 탄산 감이 특징이라 '스파클링 막걸리'라는 별명도 갖고 있다. 사과 꽃 같기도 하고 복숭아 향 같기도 한 달달한 맛이 난다.
현재 복순도가는 손막걸리를 넘어 탁주와 약주를 준비 중이다. 방문객들을 위한 체험 프로그램과 발효 화장품 세트까지 선보이는 엄마 손맛이 듬뿍 담긴 발효도가의 미래를 기대할 만하다.
복순도가를 나서는 길, 엄마가 전화를 걸어왔다. 부녀 여행을 반대하던 엄마가 홀로 기차를 타고 지금 울산역을 지나는 중이니 조금만 기다려 달라는 전화다. 오늘은 복순도가 술로 셋이서 오순도순 이야기꽃을 피워 봐야겠다.
글 오윤희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제 맥주 여행에도 함께하곤 했던 ‘볼 빨간’ 동행, 아빠를 벗 삼아 말이죠.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 복순도가, 김정흠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빠와 딸이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습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주소: 울산광역시 울주군 상북면 향산동길 48
오픈: 매일 09:00~18:00
전화: 1577 6746
홈페이지: www.boksoon.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