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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희 Sep 24. 2019

09. 안동 양반댁들의 우리 술 이야기

경상북도 안동시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




09. 안동 양반댁들의 우리 술 이야기

경상북도 안동시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



경북 안동을 가기 위해 채비를 차리던 중, 엄마가 옷장에서 무언가를 급히 꺼내오셨다. 다름 아닌 아빠의 모시 한복이다. “엄마, 웬 한복이에요?”라고 물으니 엄마가 대답하셨다. “안동 양반댁 만나러 가는데 아빠가 곱게 차려입으셔야지.”


조선시대, 귀인을 만나려면 안동으로 가라는 말이 있었다. 양반들이 집촌을 이루고 살았던 안동에는 손님에게 대접할 귀한 술을 빚는 동네로 유명했기 때문이다. 아빠는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함께 안동의 우리 술 안동소주를 만나러 여행을 떠났다. 예부터 안동소주는 술 외에 약용으로 쓰이기도 한 귀한 술이다.





안동시는 조선 시대 명문가가 모여 살던 명촌名刌으로 무려 700년이나 되는 우리나라 3대 명주를 빚는 도시이기도 하다. 현재 안동소주는 여섯 곳에서 빚어지고 있는데, 그중 민속주 안동소주와 명인 안동소주를 찾았다. 먼저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는 경상북도 무형문화재이자 대한민국 식품명인인 조옥화 명인의 양조장으로 현재 조옥화 명인의 아들 김연박 대표와 며느리 배경화 명인이 전수하여 운영 중이다.


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두 부부도 곱게 한복을 차려입으시고 아빠와 나를 환대해 주셨다.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는 양조장 바로 옆에서 안통소주전통음식박물관도 함께 운영 중이다. 박물관을 둘러보며 가장 인상 깊게 남은 건 옛 혼례음식과 제사상과 생일상이다.



곱게 차려진 전통음식들을 보니 아빠 칠순 상은 이렇게 꼭 상을 차려줬으면 하는 바람을 해보았다. 박물관은 누구나 무료로 관람이 가능하며, 안동소주와 전통 음식 외에도 누룩을 직접 밟아보고 시음을 할 수 있는 체험공간을 마련해 두었다.





이곳의 안동소주는 오로지 쌀과 누룩, 물로만 빚는 증류식 소주로 45도로 알코올 도수가 높지만 향취와 감칠맛이 깔끔하다. 술덧에서 원액을 증류하는 정통 방식을 대대손손 이어 온 덕분이란다. 첫 잔을 마시는 순간 알딸딸함은 잠시, 어느새 개운함이 입 안 그윽이 퍼진다.




수많은 관람객들이 다녀갔지만, 아빠와 딸은 처음이라는 김연박 대표와 배경화 명인. '볼 빨간 부녀 여행'을 진심으로 응원한다는 말씀을 전하셨다. 짧은 만남을 뒤로한 채 함께 추억으로 남길 기념사진을 촬영했다.  



두 번째로 찾은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는 500년 넘게 이어 온 반남 박씨 25대손 박재서 명인이 운영하는 양조장이다. 이곳은 2015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는데 특히 한옥으로 지은 고즈넉한 체험실은 남녀노소 인증숏 찍기에 안성맞춤이다.




양조장을 둘러보다 보니 왜 유독 안동에만 소주가 이리 많을까? 궁금증이 들어 물어보자, 바로 같은 소주라 해도 안동이 곡창지대인 탓에 가문마다 전수하던 방식이 제각각이기 때문이란다. 덕분에 빚는 이의 정성과 철학이 안동의 술마다 고이 담겨 지금까지 사랑받고 있는 것이라고.



박재서 명인 안동소주의 특징은 청주에서 증류했다는 점에 있다. 밀누룩 대신 쌀누룩으로 증류해 다른 안동소주보다 양조 시간이 더 길다. 오랜 시간의 기다림 덕에 향이 짙고, 달달한 끝 맛은 초록 병에 담겨 있는 희석식 소주의 인공적인 향이 아니라 100% 쌀로 빚은 자연스러운 여운이 전해진다.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는 고도수의 안동소주를 취향에 따라 즐길 수 있도록 19도, 22도, 35도, 45도 네 가지를 만들고 있다. 더불어 호리병, 유리병, 기차, 양반탈, 부부탈 등 병 디자인까지 다양해 선물하기도 좋다.




양조장을 나서는 길, 아빠를 위해 하회탈로 만든 미니어처 안동소주를 한 병을 골랐다. 잘 보이는 곳에 두고 딸과의 여행을 오래오래 기억해 줬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담아서 말이다. 오늘따라 아빠 얼굴이 웃음이 가득한 하회탈을 더 닮은 듯싶다.
 
 

글 오윤희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제 맥주 여행에도 함께하곤 했던 ‘볼 빨간’ 동행, 아빠를 벗 삼아 말이죠.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 김정흠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빠와 딸이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습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조옥화 민속주 안동소주


오픈: 매일 08:30~17:30(연중무휴)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강남로 71-1
전화: 054 858 4541  
홈페이지: www.andongsoju.com




명인 박재서 안동소주


 오픈: 월~금요일 09:00~18:00(주말 문의)  
 주소: 경상북도 안동시 풍산읍 산업단지 6길 6  
 전화: 054 856 6903  
 홈페이지: www.adsoj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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