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상북도 울진군 울진술도가, 경기도 용인시 술샘, 경기도 가평군 우리술
우리 술 여행을 시작한 지도 어느덧 1년. 처음 아빠와의 여행을 시작할 땐 그저 술이 좋아서 시작한 여행이지만, 여행을 다니면 다닐수록 깨달은 진리가 하나 있다. 바로 우리 술이 곧 역사고 역사가 바로 우리 술이라는 사실이었다.
술에는 옛 선조들의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역사에 따르면, 농경시대부터 조상들은 수확과 복을 기원하며 곡주를 빚었다. 고구려 시대에는 연회와 축제 때 술이 등장했고, 삼국시대에는 누룩으로 술 빚는 기술이 발전해 일본에 그 비법을 전하기도 하였다.
조선시대에는 집안 대대로 술 빚던 비법이 전해져 가양주와 좋은 약재를 넣어 몸에 좋은 약주를 빚고, 계절과 사람에 따라 각양각색의 술이 빚었다. 이후 일제강점기에 탄압에 의해 잠시 그 맥이 끊기기도 했지만, 우리 술을 사랑한 많은 이들의 노력 덕분에 지금까지 그 역사와 문화가 전해지고 있다. 잊지 말아야 할 역사 가운데 바로 '술'이 있다. 그리고 그 '술'을 빚는 양조장이 역사를 이어오고 있다.
'술'하면 빼먹을 수 없는 재료, '물'은 술맛을 좌우하는 중요한 원재료이다. 삼천리 금수강산. 비단에 수를 놓은 것처럼 아름다운 우리나라의 산천 곳곳에는 '물'을 따라 멋진 우리 술 양조장이 있다.
경상북도 울진군 해안선에는 바다를 품은 양조장이 있다. 울진의 자랑거리인 울진술도가다. 2016년 향토뿌리기업, 2017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된 양조장이다. 현재는 2대 홍순도 대표에 이어 3대 홍시표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두 공간으로 나뉜 울진술도가는 전통과 현대를 모두 품고 있다.
현대식 양조장 바로 옆에는 1952년 당시 일본식 양조장 구조의 건물을 그대로 살린 1 공장이 있다. 양조장 안에 들어서니 발효한 술을 식히기 위해 밑 창문이 보인다. 찬바람이 드나들게 하는 자연적인 원리를 이용한 당시 사람들의 지혜가 돋보인다. 그 옆으로는 200여 평방미터 규모의 2 공장이 위치해 있다.
이 곳에서는 최첨단 현대식 시설을 갖춰 품질 좋은 우리 술이 빚어지고 있다. 1층부터 3층까지 이루어진 공간에서는 시음 및 체험과 관람까지 한 번에 가능하다. 울진술도가 홍시표 대표가 직접 양조장을 안내하고 시음과 견학을 진행하고 있다.
울진에서 태어나 자란 홍 대표는 양조장 이야기를 넘어 울진의 옛이야기도 술술 풀어낸다. 한 때 수많은 양조장이 있었지만, 지금은 울진술도가만이 그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고. 울진술도가의 술은 ‘미소 생 막걸리’와 ‘왕피천을 품은 미소 생 막걸리’ 두 가지다. 울진의 미소와 물을 품은 술이다.
울진에서 나는 지하 암반수로 빚었다는 미소 생 막걸리는 알코올 도수 7 도주로 살짝 강한 듯하지만 유려한 맛이 순백색 자기처럼 질리지 않는다.
왕피천을 품은 미소 생 막걸리에서 왕피천은 바로 울진에 흐르는 강의 발원지이다. 미소 생 막걸리와 다른 또 다른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7도수의 이 술도 놓치지 말아야 할 술이다. 아빠도 나도 한 모금 하며 맛보기 정신이 없다.
양조장 나서는 길, 눈 앞에 남해가 펼쳐져 보인다. 90년 가까이 울진 바다를 품은 술을 빚고 있는 울진술도가가 늘 변함없이 자리를 지켜주길 바라본다.
경기도 용인시에는 샘을 곁에 둔 우리 술 양조장이 있다. 서울에서 30여분 지나 영동고속도로 양지 IC 입구를 지나면 보이는 우리 술 양조장, 술샘이 바로 그 샘이다. 2012년에 설립되어 2015년에 이곳에 자리한 술샘은 2017년 찾아가는 양조장으로 선정되었다.
이 곳은 지하 양조장, 1층 발효 카페, 2층 교육장을 갖춘 현대적인 양조장이다. 술샘에서 빚어지는 모든 술은 이름 하나하나 의미가 남다르다. 먼저 용인시(龍仁市) 양지면에 터를 마련한 술샘의 한자를 딴 용龍의 기운을 술이 있다. 용의 옛말에서 따온 ‘미르’는 25, 40, 54의 고도수 증류주라 용맹한 이들이 시음에 나선단다.
그러자 아빠가 먼저 시음에 나섰다. 미르는 첨가물을 넣지 않아 순수하고 깔끔한 향취가 인상적인 술이다. 경기미로 빚은 ‘감사’는 14도 약주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술이다. 2017 대한민국 우리 술 품평회에서 약주 청주 부문 우수상을 받은 술샘의 자랑이다.
‘감사블루’는 이를 살균한 탁주, ‘그리움’은 차례주로 선보인 전통주다. 빨간 우리 술은 무슨 맛일까? ‘술 취한 원숭이’와 ‘붉은 원숭이’는 붉은색의 홍국 쌀을 이용해 빚어 만든 10.8도의 생탁주와 살균탁주다. 봄을 알리는 홍매화처럼 붉은빛을 띤 두 술은 홍매화의 꽃말처럼 맛 또한 고결하고 특유의 부드러움을 자아낸다.
디저트로 떠먹는 막걸리 이화주는 알코올 함량이 8도인 탁주를 요거트처럼 떠먹을 수 있다. 마시는 게 아니라, 떠먹는 반전이 가득한 술이다. 달곰하니 맛있다고 계속 떠먹다가는 알딸딸해지기에 십상이다.
술샘에서는 견학과 발효 체험 프로그램 등 마시고 배울 수 있는 다채로운 프로그램을 상시 운영하고 있다. 주중 주말 관계없이 1층 발효 카페 미르에서 제품 시음과 구매가 가능하며, 제품은 포털 사이트와 공식 홈페이지 술샘몰에서도 구매할 수 있다.
바다와 샘을 품은 우리 술이 있다면, 경기도 가평군에는 호수를 품은 양조장이 있다. 청평호를 끼고 차를 타고 달려 도착한 곳에는 (주)우리술이 자리 잡고 있다.
예부터 산 좋고 물 좋기로 유명한 가평 현리에 양조장 터를 잡은 게 1994년. (주)우리술은 막걸리 전용 쌀 사용과 엄선된 재료 선정과 철저한 위생관리 시스템으로 국내를 넘어 20여 개의 해외 국가에 제품을 수출하고 있다.
이 곳은 생막걸리와 살균탁주 등등 다양한 우리 술의 제품 라인업 공정과 더불어 전통주 강의와 양조 체험까지 두루 접할 수 있는 현대적인 양조장이다.
㈜우리술의 대표 술인 ‘가평 잣 생막걸리’는 가평의 특산품인 잣과 지하 250m 암반수로 빚은 생막걸리 탁주다. 잣의 고소한 풍미와 쌀의 감칠맛이 어우러져 나는 쌉쌀하면서도 진한 맛의 잣 생막걸리는 지난 1월 열린 ‘중소기업 기업인·소상공인 만찬 간담회’에서 청와대 공식 만찬주로 지정되었다.
이외에도 제주 감귤 막걸리, 한라봉 막걸리, 더덕 막걸리, 쌀 막걸리, 알밤동동, 고구마동동, 약주 대통주 등 다채로운 라인을 자랑하고 있다. 잣막걸리와 알밤동동, 고구마동동은 캔 형태로도 판매해 간편하게 즐기기 좋다.
양조장을 둘러본 아빠와 나는 가장 ‘가을 같은’ 술을 골라 보기로 했다. 아빠는 잣막걸리, 나는 알밤동동을 골라잡았다. 제철 맞은 잣과 알밤이 여문 우리 술로 오늘 밤을 취해 봐야겠다.
글 오윤희
전국 방방곡곡 우리 술 양조장을 탐하기 시작했습니다. 수제 맥주 여행에도 함께하곤 했던 ‘볼 빨간’ 동행, 아빠를 벗 삼아 말이죠. 인스타그램 sool_and_journey
사진 김정흠
일상처럼 여행하고, 여행하듯 일상을 살아갑니다. 아빠와 딸이 우리 술을 찾아 전국을 누빈다기에 염치없이 술잔 하나 얹었습니다. 사진을 핑계로. 인스타그램 sunset.kim
주소: 경북 울진군 근남면 노음2길 4
운영 시간: 매일 08:00~18:00
전화: 054 782 1855~6(견학 및 체험 사전문의)
홈페이지: www.uljinsuldoga.com
주소: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양지면 죽양대로 2298-1
오픈: 09:00~20:00(주말은 18:00까지)
전화: 070 4218 5225
홈페이지: www.sulseam.co.kr
견학 및 체험: 전화 문의
주소: 경기도 가평군 조종면 대보간선로 29
오픈: 월~금요일 10:00~16:00, 토요일 10:00~12:00(일요일 휴무)
전화: 031 585 8525
홈페이지: www.woorisool.kr
투어 및 체험 | 시음 및 관람 5,000원(소요시간 30분), 양조 체험 2만5,000원(소요시간 2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