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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윤희 Sep 29. 2019

20. 볼 빨간 부녀의 우리 술 여행을 마치며

에필로그.  아빠의 편지


20. 볼 빨간 부녀의 우리 술 여행을 마치며

에필로그. 아빠의 편지



프롤로그에서 말했듯 아빠와 단둘이 여행을 하고 싶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지금이 아니면 언제 아빠와 오붓하게 추억을 쌓겠는가 싶기도 했고, 늘 젊고 강하게만 보이던 아빠가 아저씨에서 할아버지가 되어가는 모습을 보니 더 늦기 전에 여행을 해야겠지 싶었다.


마음먹기만 했을 뿐, 여행은 쉽지 않았다. 대학 졸업과 취업 걱정에, 취업을 하니 이직과 퇴사에, 이런저런 먼지 자국처럼 불투명한 고민들로 시간이 흐르는 줄 몰랐다. 늘 내가 우선이고 핑계가 하나둘 늘었다. 그러던 내가 아빠를 마주한 건 작년 봄, <오늘은 수제맥주> 책을 출간할 때 즈음이다.


당시 퇴임 후 텅 빈 자유시간을 보내야 할지 난감한 아빠의 뒷모습을 보았다. 뭔지 모를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결혼을 앞둔 내게 시간은 많지 않았다. 내가 있는 최선은 지금 이 순간, 아빠와 둘이 여행을 떠나는 일이었다. 


2018년 4월부터 2019년 3월까지. 일 년간 둘이서 여행을 하는 동안 아빠는 참 말도 많고 웃음도 많았다. 지금까지 못다 본 아빠의 모습을 보았다. 


오해의 실타래가 엉킨 채 시작했던 아빠와의 여행은 많은 것을 바꿔 놓았다. 아빠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음을, 누구보다 행복하길 바라던 딸에 대한 사랑을, 아빠도 나처럼 고민 많던 청춘이 있었음을. 여태껏 알지 못했던 아빠의 인생을 조곤조곤 이야기해 주며 들어주던 딸을 향한 고마움을,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하는 인생을 살길 바라던 아빠의 진심까지도. 






2019년 3월 30일, 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결혼을 했고, 4월, 아기천사가 찾아왔고, 다가오는 12월에는 엄마가 된다. 이제야 조금 아빠의 진심을 알 것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빠는 말했다. 때가 되면 부모 마음을 알게 될 것이라고.


아빠와의 우리 술 여행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다. 대한민국 각 지역 양조장에서는 맛 좋고 역사 깊은 우리 술을 빚고 있다. 둘만의 여행은 끝났지만, 아빠와의 여행은 곧 계속될 계획이다. 이번에는 나와 아빠, 곧 세상에 태어날 손자와 손잡고 셋이서 가족 나들이 삼아.



에필로그. 아빠의 편지


공직생활을 35년 마치고 직장 생활을 하고 있었는데, 딸애가 작년에 국내에 있는 수제맥주에 대한 책을 출간하였다. 이번에는 우리나라에 있는 전통주에 대해 책을 써보자고 해서, 그동안 딸과 여행을 다녀본 적이 없어서 그럼 같이 찾아서 여행을 해보자고 해서 시작한 게 동기가 되었던 것 같다. 


작년 4월부터 경기 용인 술샘을 시작으로 해서 올해 3월까지 전통주에 대한 인식과 우리 서민들이 알지 못하는 체험과 우리나라 가양주에 대한 이해와 우리 선조들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생활을 느낄 수가 있었다. 우리 상식으로 이해하지 못한 술독(항아리)을 꿰매워 사용했던 지혜를 찾을 수도 있었다. 


전국에 있는 우리 술에 대해서 마시고 스스로 체험하는 과정에서 우리나라 전통주를 어떻게 하면 살릴 수 있을까 여러 가지 생각도 해 보았다. 그리고 우리 딸 작가와 같이 다니면서 얼마 남지 않은 결혼 전에 아비와 같이 전국 우리 술에 대한 이해와 같이 여행할 수 있었던 기회가 되어 너무너무 행복하였다. 


결혼을 해서 본인에게 주어진 생활과 모든 어르신들에 대한 사랑을 듬뿍 받으면서 행복한 결혼생활이 되길 빌어본다. 건강하고 아름답게 살아가려무나.  


2019년 2월 23일, 윤희를 사랑하는 아비가



덧붙이는 말.


'전통주 갤러리'와 '찾아가는 양조장'의 도움이 없었다면, 일 년여간의 볼 빨간 부녀의 우리 술 여행은 쉽지 않았을 겁니다. 전통주갤러리 명욱 부관장님과 대동여주도 이지민 대표님과 사진을 담아준 김정흠 작가와 여행기를 소개해 준 트래비 매거진, 더불어 여행길에 만난 모든 이들과 취재에 협조해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 인사드립니다. 





전통주 갤러리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운영하는 전통주 소통 공간. 전통과 모던이 함께 있는 뉴트로 한 공간이다. 수백 종류의 전통주를 그대로 관람이 가능한 한국의 유일한 스폿. 매월 5종이 새로운 전통주를 선정, 간단한 강의와 설명을 진행. 매달 달라지는 전통주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매력이다. 내국인뿐만이 아닌 외국인을 위해 영어, 일본어 가능 스탭이 상주하고 있으며, 실질적으로 시음 행사도 같이 진행하고 있다. (네이버 예약 #전통주갤러리 등을 통해 진행하면 무료로 참여가 가능)


운영 : 매일 10:00 - 20:00

(1) 한국어 진행: 1시, 3시, 5시, (7시 : 평일)

(2) 일본어 진행: 1시, 3시, 5시

(3) 영어 진행: 2시, 4시


전화번호 : 02 555 2283

이메일 : soolgallery@naver.com

서울 강남구 테헤란로 5길 51-20 (역삼동 621-16)

매일 10:00 - 20:00

월요일 휴무




찾아가는 양조장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우리 농산물 소비와 전통문화 계승을 목표로 양조장 체험 프로그램과 제품 개발, 홍보 및 마케팅 등을 지원하는 사업. 현재 전국 38여 개의 양조장이 선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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