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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허당

허당의 역사는 계속된다

by 민섬

둘째 아이가 고등학교에 입학을 한다. 말 그대로 2025년도 신입생이다. 고교학점제니 5등급제니 말이 많은 그 시작 학년이다.

긴장되고 복잡하고... 여러 가지로 죽을 맛이다. 엄마가 왜 이리 설명회를 쫓아다니고 알아야 하는지 모르겠다. 바뀐 제도를 모르면 불이익을 겪을 수도 있고 누가 챙겨주는 것도 아니니 피할 수는 없고 에너지는 바닥이다.


오늘은 반 배정 발표 날. 아이에게 몇 반이 되었냐고 물어보았다. 러키 세븐! 7반이란다. 아이는 앞반에 배치된 아이들이 성적이 좋은 거냐고 묻는다. 고1, 어른인 척 "내가 알아서 할게"를 달고 살더니 애기구나.

앞반에 공부 잘하는 애들만 다 몰릴 일이 있냐 나누어 배치되겠지... 185 키만 커다란 아이가 새삼 귀엽게 느껴졌다.

아니라고 말을 하고 학교 홈페이지에 들어가 가입을 했다. 그러고 나서 남편에게 알렸다. 학교 홈페이지 당신도 가입하라고... 내가 놓치는 게 있을 수 있고 그러면 남편이 알려줘야 하기 때문에 남편에게도 홈페이지 주소를 보냈다.


잠시 후, 남편은 다른 주소를 보내주었다.

거기는 충북 00고라는 것...

나는 서울에 살고 있다.

열심히 개인정보를 입력하고 가입했는데 왜 충북 00고는 뭘 보고 나를 승인해 준 것인가?

반대로 서울 00고는 가입절차를 다 마쳤음에도 왜 로그인이 안되는가.. ㅎ


여기까지만 일이 있었다면 그럭저럭 조금 민망해하고 넘어가면 그만인데


00고 채팅방에 (열댓 명 계심) 당당히 충북 00고의 행사를 물어본 것이다. 이거 재밌겠는데요? 하고 말이다. 어쩐지 반응이 없더라니... 뭐지? 하셨으려나.

남편의 말을 듣고 깜짝 놀라 허둥지둥 카톡 삭제하기 기능을 눌렀다.

다행히 삭제가 되었고 보신 분이 계신 거 같지만 이 정도면 수습이 잘된 거라 생각하며 아무렇지 않은 척 입학식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역시 허당인가 보다.


*충북 00고는 가입하자마자 빛의 속도로 탈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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