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차를 타라고? 타지 말라고?
그리고 진짜로 차가 왔다. 회색의 소형 경차.
갑자기 건물 주차장에 자리 잡은 이 차를 내가 이제 몰아야 한다니.
내가 너무 경솔했던 것은 아닐까.
통장이 텅텅 비고, 자동차 보험을 들고, 차량 액세서리를 미리 사놓은 사람 치고는 너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차를 보고 있었다.
새 차에 키를 꽂고 운전석에 앉아 있기만 해도 손바닥에 땀이 났다. 남편이 미리 핸들커버를 끼워주지 않았다면 아마 새 차에 내 손자국이 남았겠지.
차를 생각하면 ‘어쩌자고 이렇게 예쁘고 반짝이는 새 차를 내가 몰겠다고 했을까. 어디든 긁고 시작하겠지.’라는 마음에 심호흡부터 해야 했다.
당장 이 차를 끌고 출근할 순 없었다.
우선 대중교통으로 통근하고 남편과 내가 둘 다 퇴근한 늦은 밤에 둘이 연수를 나갔다.
출근하는 길은 도시 중심부라 밤에도 차가 많아 엄두도 못 냈다.
남편이 차를 끌고 이동해서 택지 지구의 차 없는 길에서 천천히 연습하고 다시 남편이 운전해 복귀하기를 한 일주일.
그러다 직접 그 차 없는 동네까지 내가 끌고가보길 일주일.
밤늦게 출근길 밟아보기를 한 두 번.
여전히 내 차는 하루 종일 주차장에 있다가 밤늦게 남편의 동승 하에 움직였다. 그렇게 삼주쯤 흘렀나.
태풍의 영향으로 비바람이 세게 몰아치던 오후에 버스정류장 지붕 아래에서 그 비바람을 다 맞으며 한 10분쯤 서있으려니 너무 화가 났다.
‘내가 집에 차가 있는데 왜 이러고 있어야 하나’하는 생각에 더 화가 났다.
안전제일주의 때문에 ‘앰버야 연수 더해야 돼’, ‘아직 부족해’라며 혼자 운전하는 걸 말리던 남편한테 그 화가 향하기 시작했다.
싸우진 않았지만 남편의 걱정과 만류에 짜증을 내고 말았다.
‘아 님만 편하게 다니면 다야?’
‘야 나 이제 못 참겠어. 나 운전해서 통근할래.’ 하고는 아침 출근길에 내가 운전하겠다고 선언했다.
우리가 타협한 결과는 출근길에 일찍 나서 내가 운전하고 직장에 도착하면 남편이 그 차를 몰고 본인 직장까지 가는 식이었다.
일주일을 이렇게 다녔다.
그렇지만 내 퇴근길이 힘든 것은 변함이 없었다.
이제 내 인내심이 바닥날 것 같았다.
차를 인수하고도 약 3주가 지난 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