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길게 쓰려고 한 이야기는 아니었는데.
이제 혼자 가야 하는 시기가 온 것 같았다.
이 오랜 고민과 훈련의 결과가 빛을 발할 때가 된 것이다.
계속 퇴근길이 힘들 거라면 내가 기껏 모아 온 현금을 몽땅 투자한 의미가 없지 않은가.
이제는 정말 꿀 같은 퇴근의 맛을 즐기고 싶었다.
밀려도 상관없어. 이제 그만 힘들고 싶어!
회사 주차장에 차량 등록을 하고, 주차 정기권을 결제했다.
걱정이 많은 남편이 내 차 뒤를 따라오며 차선 변경을 도와주기도 하고 나쁜 운전습관이 들지 않도록 조언도 해줬다.
이렇게 움직이길 다시 일주일.
퇴근길은 언제나 혼자였기에 어려운 기분도 들었지만 금방 적응한 것 같다.
남편이 나보고 이제 혼자 다녀도 된단다.
같이 이동할 때 적지 않은 실수가 있었지만, 아직 차를 손상시킨 일도 없고 과속하는 일도 없고. (시내 속도제한 너무 높은 것 같아.)
직장까지의 도로도 다 파악했고, 심지어 차선도 다 외웠다니 조금 걱정을 내려놓은 것일까.
차를 인수하고 약 30일 만의 성과였다.
사실 그 사이에 나는 남편이 동승하여 고속도로 주행도 해봤고,
저 멀리 강원도까지 가서 차 살 때 도움을 준 원가족에게 차를 보여주기도 했다.
혼자 용건을 해결하기 위해 짧은 거리를 혼자 이동한 적도 있었고, 다행히 그때마다 무사히 주차와 이동을 완료했다.
뒤에 따라오는 남편 차 없이도 혼자 출근하려니 처음에 많이 긴장됐지만 곧 음악의 볼륨을 높이고 낮추는 정도의 차량 조작이 가능해졌다.
(처음엔 불가능했다는 이야기.)
이제는 뿌연 앞유리를 닦기도 하고, 라디오 채널을 돌리기도 하고, 덥고 추울 때 에어컨과 히터를 조작할 수 있다. 겨울 아침 ‘엉따’는 기본.
그 전엔 계기판 보기도 힘들어서 속도를 보기 위해 HUD(헤드업 디스플레이)를 따로 달아 썼는데.
아침엔 특별히 좋아하는 가수의 음악을 크게 틀고 운전하기도 하고, 밀린 팟캐스트를 듣기도 한다.
특별히 일찍 도착한 날엔 차에서 자기 계발을 위한 공부를 조금 하기도 하고, 출장에 내 차를 이용해 직장 동료들과 이동하기도 한다.
주말엔 연수 삼아, 드라이브 삼아 조금 먼 동네를 가보기도 한다. 이젠 남편이 밖의 풍경을 즐기고, 내가 ‘난 운전하느라 볼 수 없다’며 아쉬워하는 날도 있다.
부피가 크거나 무거운 물건도 차에 실을 수만 있으면 문제없다.
조금 작아도 남편과 나, 우리 가족 다 탈 수 있으니 패밀리카다.
작고 귀여운 내 경차의 애칭은 ‘돌멩이.’
다행히 혼자 운전하고 다닌 뒤로도 작은 접촉사고도 없었다.
차가 작은 까닭이기도 하고, 내가 겁이 많아서 이기도 하다.
나의 차가 필요하다고 생각한 것은 내가 혼자 이동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였다.
멀리 있는 친정에 혼자 갈 수도, 30분 거리 외할머니 댁을 혼자 방문할 수도 있으려면 내가 운전을 할 수 있어야 했다.
통근길이 훨씬 편해진 것도 좋지만,
내 운전 실력이 조금 더 나아지면 더 멀리 있는 친구들도 만나고 도움이 필요한 곳에 직접 갈 수 있다는 생각에 더 기쁘다.
내가 내 시간과 이동을 통제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얼마나 생활을 윤택하게 해 주는지, 또 심리적 거리감은 얼마나 줄여주는지 그 전엔 느끼지 못했다.
기꺼이 함께 이동해주는 남편이 있다는 것과는 완전히 차원이 다른 세계다.
비록 집에서 부산을 가려면 기름 한통이 조금 모자랄 수도 있는 작은 차지만,
내가 가고 싶은 곳에 가려면 이제 시내버스와 시외버스, 기차 시간표를 찾을 것이 아니라,
내비게이션을 켜고 바로 길안내를 실행할 수 있다는 것이, 그리고 큰 문제만 없다면 예상 도착시간에 비슷하게 그 자리에 나타날 수 있다는 것이 얼마나 큰 힘인지
나는 안다.
스스로 선 그었던 한계를 넘어 이제 한 발짝 두 발짝 나아가고 있다.
운전은 그 시작일 뿐이라고 믿고, 다음 단계를 시작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다음 스텝은 바로 글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