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레베이터를 탔다.
광고가 나온다.
이사를 마치고 끝났다고 홀가분해 하는 사람이 냉장고 문을 열다가 냉장고 손잡이가 빠진다. 그리고 옷장 문을 열다가 옷이 산사태처럼 흘러나와 파뭍힌다. 이사업체는 믿을 만하지 못하므로 우리서비스를 통해서 믿을 수 있는 이사업체를 구하라는 광고였다.
넋놓고 보다가 포장이사 일에 종사하시는 모든 사람들에게 불신감이 슬며시 올라온다. 그리고 과거 경험했던 아쉬웠던 이사 업체 직원이 떠오르기도 한다. 그리고 이사 후에 냉장고 문짝이 떨어지고 짐정리가 안된 옷장 때문에 화내는 사람이 꼭 나일 것만 같은 불안감이 밀려 온다.
순간, '아차, 이거 광고지?' 라고 정신을 차리고 한귀로 흘러가도록 마음을 다잡아 본다.
아이를 기르는 부모라면 지금은 불안을 느끼기 더욱 쉽다.
아이의 언어발달을 위해서 이 서비스를 사용한 00이의 언어발달은 어떻다. 이런 자극을 주지 않으면 아이의 뇌발달을 돕지 못할 거다. 이 물건은 다른 업체는 받지 않은 a,b,c,d 인증을 모두 받았다. 입이 짧은가? 편식을 하나? 밥먹이기가 힘든가? 여기에 해당되는 것이 있다면 이 영양제를 꼭 챙겨 먹여야한다....
그것들을 하지 않는 나는 아이의 언어와 뇌발달을 돕지 못하는 부모인것 같다. 그리고 뭔진 모르지만 그 인증을 받지 않은 다른 업체를 고려했던 내가 한심하고 급 걱정이 된다. 그리고 한가지 두가지는 해당되는데 이미 먹고 있는 영양제 말고도 또 먹여야 할 것 같다. 그리고 아이가 그렇게 되도록 놔둔 내가 싫어지기도 한다.
수많은 광고와 당신을 위한다는 선의의 정보전달을 위장한 광고들 이해관계들의 홍수 속에서 사는 지금, 이 시간.. 어찌 불안하지 않을 수 있을까?
어떻게 아이를 문제, 개선해야 할 존재가 아닌 아이로만 볼 수 있을까?
어떻게 내 삶이 괜찮다고 생각할 수 있을까?
내 삶이 충분히 괜찮다고 생각하는 그게 과연 가능하기나 할까?
나는 학부 심리학전공, 발달심리학 석사졸업을 했고, 그 이후로도 심리, 교육, 발달 쪽으로 관심이 아주 많아서 계속 읽고 생각하며 살아왔다. 최근에는 마음챙김, 수용 이렇것들을 공부하고 있고 과거와 현재, 상담을 받은 경험도 있다. 내 삶에서 성장 그리고 나와 삶을 이해하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그러다 보니 이 생각에도 도달하게 되었다.
내가 불안감을 느끼는 것은 당연하다.
특히, 아이를 낳고 기르면서 높아진 불안은 더더욱이나 당연하다.
내 스스로를 충분하다 느끼지 못한것도 너무나 당연하다.
과거 몇백년 전이라면 매우 일부의 현인들이 공부할 만한 것들을 읽고 생각하면서 오늘에서야 비로소 알겠다. 정말로 못나고 충분하지 않아서 괴롭고 불안했던 것이아니라 지금 이 시대를 사는 인간, 여자, 엄마, 자녀 로서...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기에 그랬다는 것을..
모두에게 목소리를 크게해서 외치고 싶다.
이 시간 숨쉬고 있는 모두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다고..
당신의 부족감, 불안감은 모두 당연하다고..
미친 세상이다.
끊임없이 비교와 불안을 조장하는 이야기를 속삭이는 세상이다.
뉴스, 신문, SNS, 유튜브 심지어 엘레베이터에서 흘러나오는 소소한 마이너 광고들까지 계속 알려준다.
당신의 삶은 충분하지 않고 부족하다고.. 그리고 이 세상을 믿지 못할 것 투성이라고..
그런 세상에 살고 있다.
그래서 우리는 불안하지 않을 수 없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