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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울 Sep 22. 2024

검정색 감정

감정의 색이 다시 밝아지길 기원하며.

검정색.

존재하는 모든 색을 삼키고 오로지 자신의 색으로만 보일 수 있는 이기적인 색깔.


사랑, 위로, 감사, 배려와 같은 사람이 살아가는 의미를 주는 단어들과는 거리가 먼 색상.


하지만, 무난하다는 이유로 모든 사람들이 찾고 사랑하는 색.


밖을 나갑니다.
산책을 하는 지금.
지나가는 모든 사람들의 옷 색은
검정색 입니다.

어쩌다 가장 어두운 색이
모든 사람들이 좋아하는 색이
되었을까요?

정말 무난하고 잘 어울려서 인지
아니면 오늘 하루 기분을 나타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그 와중에도
제 몸은 머리부터 발 끝까지
모두 검정색이네요.

아마 이 색이
가장 마음에 드는
그런 하루일지도 모릅니다.


검정색은 '나'를 숨기기 가장 좋은 색이다.

타인에게 좋은 모습만을 보이고 싶어 하는 대부분의 사람들은 진실된 나를 숨기기도 한다.


어렸을 적 사고로 생긴 보기 싫은 흉터

콤플렉스라 스스로 생각하는 신체 부위

주목받는 게 부담스러운 사람들에게 주변과 가장 잘 융화되는 색


검정색이 나쁘다고 말하는 건 아니다.

오히려 요즘 시대에는 가장 필요한 색이기도 하다.


색은 다양한 사람들이 사는 지금 자신을 말하지 않고 표현하기 좋은 방법이기도 하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자신의 색을 잃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


감정이 남아 있지 않고 모든 생각이 검정색이 되는 그런 사람들이 있다.

더 이상 누군가에게 도움을 바라지도 않고, 자신의 삶의 미래를 생각하지 않는다.

그저, 살아있기에 하루를 살아가는 사람들이다.


그런 사람들에겐 인생의 재미를 느낄 수도 없고, 웃음을 보이지도 않는다.

그렇다고 슬픔에 빠져 있는 것도 아니고 그저 감정이 없어진 무표정의 사람들이다.


차라리 슬픔을 표현했다면 조금이라도 나아질 수 있을 텐데, 감정이 남아있다는 것을 알려준다면 무엇이라도 해서 도움을 주려 노력할 텐데. 말 한마디에 절망이라는 단어를 느낄 수 있던 사람들.


행복한 말을 건네도 무감정으로 받아들이고, 호기심을 줄 수 있는 이야기를 꺼내도 그저 담담한 표정이다.

남들이 보기엔 이기적이고 차가운 사람처럼 보일 수 있겠지만 과거엔 누구보다 감성이 풍부했고 그 감정을 모두 쏟았기에 메말렀을지도 모른다.


칠정의 요소라고도 불리는 기쁨, 분노, 슬픔, 즐거움, 사랑, 증오, 욕망의 감정을 단 하나라도 느끼기는 하는 걸까?

매일을 어떤 기분으로 살기에 이런 표정을 보이는 걸까?


아마, 내가 겪었던 공황을 이겨내지 못했다면 현재의 내가 저런 모습일지도 모른다.

나도 힘들다 생각했던 그때의 내가 너는 그저 빙산의 일각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하는 것 같은 사람들.


모든 사람들은 태어날 때 백지의 종이를 갖고 태어난다.

그리고 살아가면서 그 색을 조금씩 채우며 자신만의 색을 만들기도 한다.


어느 날은 분홍색, 어느 날은 파란색 또, 어느 날은 잿빛 회색.

어두운 색이 나타나도 다른 색이 섞이면 충분히 바뀔 수 있는 색들로 매일을 살아간다.

그리고 가끔 검정색이 찾아와도 그 양이 적다면 충분히 다른 색으로 변화하기도 한다.

그렇게 우린 매일을 살아간다.

하루에 최선을 다하기도, 지쳐 조금은 대충 해도 매일을 채워가며 살아간다.


하지만, 감정에서 나타나는 검정색은 어떤 색으로도 변화를 만들 수 없다. 그저 자신만이 그 색을 희석할 수 있기에 그 사람이 이겨낼 수 있도록 응원하는 방법 밖에 없다.


오늘도 여러 사람들은 검정색 감정으로 타인에게 다신을 숨긴 채 살아갈 것이다.

만약, 그 모습이 보이거나 느껴진다면 안 좋게 생각하지 말고 그저 응원해 줬으면 좋겠다.

그런 사람들이 다시 자신만의 색으로 돌아올 수 있도록.


#검정색

#감정

#공황장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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