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기가 만든 기억

그리고 추억의 돌담.

by 원울 wonwoul

차디찬 바람이 부는 한겨울.
그 추위 속 작은 손을 잡던 그 장소가 생각납니다.
아련함 속 어렴풋이 생각나는 그 기억은 이상하게 잊히지 않습니다.

오랜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리움마저 사라져 버린 그 기억이 머릿속에 왜 남아있나 생각해 보니.
아마, 같이 잡은 두 손의 온기가 남아있나 봅니다.

손은 두 번째 가슴인 것 같습니다.
내 가슴마저 잊었던 기억을 온기 속에 남겨 잊을 때쯤 한 번씩 찾아오곤 합니다. 한 편으론 앞만 보고 사는 나에게 현재와 미래만큼 과거도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주는 것 같습니다.


온기의 기억 때문인지 손이 따뜻해지면 마음이 차가워지는 것 같습니다. 둘 다 따뜻하면 정말 좋을 텐데 그게 욕심이라는 걸 알려주듯 함께 따뜻하긴 힘들 것 같습니다.


기억 때문에 좋은 일도 많지만 그만큼 기억 때문에 힘든 일도 많습니다. 기억은 날의 검처럼 한 때는 나를 도와주기도 하지만 나를 그립게 만들기도 합니다.


추운 겨울이 지나고 봄이 다시 찾아오면 겨울 동안 차가워진 마음은 잠시나마 평화를 되찾기도 합니다. 그리고 더운 여름에는 다시 기억을 잃기도 하고 낙엽이 떨어지는 가을이 되면 그 기억은 다시금 되살아납니다.


계절의 변화가 나타나는 단순했던 사계절은 나이가 많아질수록 추억이 쌓여가고 추억의 돌담은 계절의 온도에 따라 돌담 속 추억의 농도를 걸러냅니다.


농도가 짙던 돌들은 마음속 변화하는 계절을 버티며 차곡차곡 쌓이며 나의 기억을 천천히 완성시킵니다.


현재의 나라는 사람은 노력에 따라 변화를 줄 수 있지만 이렇게 쌓인 추억의 돌담은 어떤 노력에도 변화시킬 순 없습니다.


그렇기에 이 돌담이 이끼가 자라나고 금이 생기는 담이 될까 무섭기도 합니다.


하지만, 쌓인 돌담을 바꿀 순 없지만 지금의 내가 그 기억을 어떻게 다듬냐에 따라 좋은 돌로 바꿀 순 있습니다.


힘들었던 지나간 기억은 지금의 나에게 위로로 찾아오기도 하고, 아련했던 기억은 어린 시절 순수한 나를 찾을 수 있는 좋은 추억이기도 합니다.


그만큼 모든 것에 진심을 다했던 나라는 사람이.

열심히 사랑을 했었던 나라는 사람이.

돌이켜보면 후회라는 단어를 만들지 않았던 내가.

이젠 그리 밉지는 않습니다.


더 늦기 전 그 추억들을 하나씩 담아볼까 합니다.


당신은 어떤 시절의 나를 가장 사랑했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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