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편을 ‘예고편’처럼 만든 ‘마녀2’, 이래도 되나?

주인공 ‘소녀’가 너무 외로워 보여...‘자윤’이 돌아오길 바라며

by 스트로크

솔직히 기대 이하다. 이야기는 1편에서 더 이상 나아가지 않았고 액션은 혼란스럽기만 하다. 1편에서 던졌던 질문들도 실종됐다. 영화는 “이제 다음 편이 나오니 기대해 주세요”라고 말하지만 결국 그 목적을 달성하기 어려워 보인다.


영화를 예고편처럼 만들어도 되나라는 의문을 갖게 만든다. 영화 한 편이 완성되려면 갖추어야 할 요소들이 있다. 들어가는 문이 있으면 나오는 문이 있어야 한다. 스토리가 있으면 그를 받쳐주는 플롯이 있어야 한다. 맥락도 있어야 한다.


아무리 시리즈물이라 하더라도 이런 식으로 작정하고 다음 편을 봐 달라고 구걸하지 않는다. 어벤져스 시리즈 중에도 이런 식의 에피소드는 없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끝나면 같은 유니버스 안에서 새로운 사건, 새로운 히어로가 등장하는 식으로 자기만의 세계를 구축해 나간다. 또, 공통된 하나의 질문을 계속 가져가기 마련이다. 히어로들은 왜, 무엇을 위해 싸우는가, 히어로들은 과연 세상을 구하고 있는가 등과 같은 존재론적 질문들을 계속 가지고 간다.


실종된 질문들


마녀1에서 자윤(김다미)은 구씨 가족의 일원으로 명희(고민시)의 친구로 자신의 삶을 계속 이어가길 바란다. 또 자신의 근원을 찾길 희망한다. 특별한 힘을 지닌 사람이 과연 평범한 삶을 살 수 있을까, 어떤 삶을 살아가게 될까라는 현실적인 질문도 담고 있다. 사람을 실험도구로 이용하는 비인간적인 과학 시스템에 대한 문제는 이 시대에 여전히 유효한 질문이다.


마녀2는 자윤이 아주 잠깐 나온다. 영화의 부제 ‘The Other One’이 의미하듯이 자윤이 실험실에서 지냈던 시기의 또 다른 희생자가 등장한다. 다만, 자윤을 둘러싸고 있는 세력들(닥터백, 본사 등)은 그대로다. 이들은 여전히 정체를 드러내지 않은 채 새로운 인간 병기들을 출몰시킨다. 이 인간 병기들은 만화 드래곤볼의 초사이어인 급이다. 1편과 그 레벨 차이가 너무 커서 액션의 긴장감을 찾을 수가 없다. 이야기는 나아지지 않고 껍데기만 괜히 화려하다.


새로운 주인공 이름 없는 소녀(신시아)의 비중은 지극히 제한적이라는 것도 문제다. 스포일러라 이 글에서 밝힐 수 없는 그 지점이 가질 수밖에 없는 한계이기도 하다. 대사도 거의 없고 땅 위의 모든 것을 들어올릴 수 있는 염력을 가진 소녀로만 부각된다. 홍보에서 그렇게 강조했던 신비감을 전혀 느낄 수 없다. ‘비밀’로 감춰진 어떤 사실이 영화를 망쳤다. 애초 설정을 잘 못 했다는 생각마저 든다. 그렇기에 기존의 질문들을 계속 이어갈 수도 없고 새로운 질문을 던질 수도 없다.


오히려 과거 병기들을 제거하는 특수 요원인 조현(서은수)이 주인공처럼 느껴지는 것은 나만 느끼는 아이러니일까. 조현은 마치 자윤처럼 의문을 가지게 하는 인물이다. 왜 그녀는 특수요원이 됐는지, 성격은 왜 그런지, 왜 실험실에 끌려가 희생자가 됐었는지. 괴력을 과시하지 않은 가장 인간적인 캐릭터다. 토우라는 병기들이 자신의 능력을 과시하는 우스운 모습과 대조를 이룬다.


다음 편이 기대되지 않는다


마녀의 제작 과정에서 사건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제작에 참여했던 워너브라더스가 빠지면서 자윤을 중심으로 쓰려던 시나리오를 완전히 바꿔야 했다는 후문이 들린다.


2편을 빨리 만나고 싶은 관객들의 기대가 부담이 됐을 수 있다. 마음이 급했을 것이다. 완성도 높은 시나리오를 쓸 시간도 부족했을 것이라 짐작된다. 그렇더라도 영화를 예고편처럼 만드는 건 아니지 싶다.

1편의 부제인 ‘The Subversion’처럼 전복을 목적으로 만들었나. 이러한 형태의 영화를 MZ 세대가 선호할 수도 있겠다. 흥행 성적을 보며 드는 생각이다. 영화입장권통합전산망에 따르면, 마녀2는 7월 8일 기준 누적 관객수 270만명을 넘어섰다. 개봉(6월 15일) 이후 3주만에 거둔 성적이다. 1편의 총 관객 수도 넘어섰다.

마녀2는 파편적이다. 이야기도 분절적이며 액션은 너무 과시적이어서 긴장감이 없다. 각각의 이야기들은 모아지지 못 한다. 다만 스타일이 뛰어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고 MZ 세대가 좋아할까. 아닐 것 같다. 단 하나의 장점은 자윤의 등장이다. 1편에서 구축한 자윤의 아우라는 이 산만하게 펼쳐진 영화 어느 부분에 떨어뜨려 놓아도 감퇴하지 않을만큼 강렬하다.


영화 마지막에 쿠키가 있는데, 다음 편 보라고 노골적으로 얘기해서 오히려 반감이 든다. 더 이상 기대하게 만들지 않는다. 자윤이 주인공이 아니라면 다음 편을 볼 이유가 없다.


나는 1편 마지막에 어머니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명희와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쓸쓸히 떠나는 자윤의 뒷모습을 또렷이 기억한다. 그녀가 헤집어 놓은 세상에 과연 어떻게 맞설 것인가, 그녀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만드는 최고의 장면이다. 지금 생각해보면 “너 언니한테 까불면 죽는다”라는 대사보다 더 강렬했던 것 같다. 제발 돌아와 자윤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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