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그 여자의 속사정 ‘헤어질 결심’ 해부하기①
품위 있는 그 남자의 ‘헤어질 결심’
(스포일러가 될 수 있음)
오랜만에 탐구욕을 자극화는 영화를 만났다. 영화 ‘헤어질 결심’은 ‘수사멜로극’이라는 수식을 붙였지만, 사실은 한국형 필름느와르다. 기존 ‘신세계’와 같은 조폭 영화들이 필름느와르라는 수식어를 부여받았다면, ‘헤어질 결심’은 결이 완전히 다른 품위 있는 필름느와르다. 품위가 이 영화의 전체를 지배한다. 박찬욱의 과거 영화들도 품위가 없었는데 웬 품위 바람이 불었는지 궁금해지기도. 아마도 칸의 심사위원들은 이러한 그의 변신에 박수를 보냈을는지 모르겠다.
필자는 캐릭터를 분석해보고자 한다. 해준은 지금까지 어떤 한국영화에서도 볼 수 없었던 형사 캐릭터다. 말끔한 양복, 잘 정돈된 머리, 넥타이, 잘생긴 얼굴 등. 게다가 그는 ‘품위’도 있다. '살인의 추억'의 송강호와 김상경과는 너무나도 대조적인 형사다. 공교롭게도 살인의 추억에서 의심을 받던 미소년 같은 외모의 용의자가 바로 박해일이다.
해준(박해일)은 아무래도 프랑스 누벨바그 영화의 형사물, 미국 영화 '차이나타운'과 같은 필름 느와르의 탐정 또는 형사 캐릭터에 가깝다. 영화는 해준이 몰락하는 과정을 밀도 있게 그려냈다. 또 해준은 “왜 그런 사람이랑 결혼해요” “왜 신고 안했어요” “왜 이포에 왔어요” 등등 질문을 서래(탕웨이)에게 던진다. 자신이 몰락하는 이유를 상대방에게 물어보며 답을 구하려는 것이다.
다음 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