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남자·그 여자의 속사정 ‘헤어질 결심’ 해부하기②
살인과 사랑에 휘말린 이주 노동자 여성의 속사정
서래는 필름느와르의 팜므파탈이다. 흔히 치명적인 매력을 지닌 여성 캐릭터를 가리킨다. 또 그녀는 중국 동포다. 역사적으로 보면 일제 강점기 부모 세대가 이주를 했지만, 제대로 정착을 하지 못한 사람들의 후손들이 한국으로 대거 돌아오기 시작한 것은 꾀 오래전 일이 됐다. 서래는 독립운동가의 후손으로 한국에 와 결혼했다. 하지만 남편을 죽였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는다.
영화에는 그녀가 남편을 죽였다는 확신이 있다. 폭력적인 남편을 죽이기로 결심하고 실행에 옮긴다. 수사 과정에서 형사인 해준의 관심을 받는다. 비록 용의자지만 자신을 인격적으로 예의를 갖춰 대하는 해준이 싫지 않다. 용의선상에서 벗어나고 해준과 데이트를 하며 행복한 한때를 보낸다. 하지만 해준은 그녀가 자신의 남편을 살해했다는 확실한 증거를 우연히 발견하게 되고 '붕괴'된다. 그 후 해준은 서래를 떠난다.
서래는 해준이 자신의 떠나려는 순간부터 사랑을 시작하지만 오랜 헤어짐 뒤 다시 만난 해준이 자신을 대하는 태도에 심하게 흔들린다.
헤어짐은 또 다른 살인 사건을 촉발하고 서래는 파국을 맞이하게 된다. 서래는 왜 스스로 목슴을 끊는 선택을 했을까. 계속되는 살인을 저지르게 되는 자신을 보면서 스스로 목숨을 끊기로 결심한 것일까. 사회적 측면에서 영화는 매혹적이지만 살인자인 그녀를 단죄할 수밖에 없다.
한편 해준은 형사로서 서래를 제대로 수사하지 못하고 사랑하게 된 자신을 용서할 수 없다. 아내에게 되돌아가지만, 행복할 수 없다. 영화에서 바람은 때때로 정당성을 갖기도 한다. 해준은 주말부부로 살아가고 자식도 없고 불면증에 시달리며 살아간다. 이 부부의 관계는 이미 붕괴된 것으로 묘사된다. 결국, 해준은 아내도 잃고 서래도 잃는다. 형사로서 자신의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대한 대가를 치른 것이다.
영화는 비극적이지만 사회적 통념에 비춰 봤을 때 충분히 정당한 비극이다. 해준과 서래의 매혹적이고 풋풋하기까지 한 만남에 관객들은 불편을 느낄 수 있다. 영화가 끝나고 관객들은 다시 안정감을 찾고 극장을 빠져나오게 된다. 영화 내내 느꼈던 신선한 스타일과 긴장감, 매혹, 스릴 등은 잔상으로 남아 만족감을 느끼게 되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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