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배트맨>, 팀 버튼·크리스토퍼 놀란과 차별점 찾기

선배들 작품 ’리부트‘ 무대 세팅에만 집중한 듯...액션·스릴은 우수

by 스트로크

마블이나 DC의 히어로물의 현대적 경향은 각자 유니버스를 형성하고 그 안에서 여러 히어로들이 활약하는 것이다. 마블의 어벤저스, DC의 저스티스리그가 대표적이다. 또 다른 경향은 리부트다. 히어로의 탄생부터 다시 시작하는 리부트는 스파이더맨, 배트맨, 수퍼맨, 엑스맨 시리즈 등에서 실행된 바 있다.


한 가지 짚고 싶은 것은 왜 유니버스를 만들고 리부트를 하는가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히어로들의 역사가 오래됐다는 점 때문이라고 생각된다. 배우는 나이가 들어가는데 시리즈는 계속돼야 하고, 그러니 궁여지책으로 꺼내든 카드가 리부트라는 가정이다.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면 마블과 DC는 과연 언제까지 자가복제를 계속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든다. 할리우드는 새로운 영화는 만들지 않고 예전 소재를 여전히 확대재생산만 하고 있다는 지적과 무관하지 않다.


국내에서 대중적으로 가장 널리 알려진 것의 팀 버튼 감독의 배트맨 시리즈다. 이전에 TV시리즈, 영화 등으로 제작된 배트맨들은 팀 버튼의 것과 질적으로 많이 다르다는 평가다. 지금 대중들에게 익숙한 배트맨의 이미지는 팀 버튼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다. 이후 바통을 이어받은 이는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이다. 그는 다크나이트 시리즈를 완성했다. 분위기는 더욱 암울해졌고 배트맨의 근원을 추적하며 악당 조커의 심리에 집착한다. 그리고 배트맨은 ‘저스티스리그’, ‘수퍼맨 대 배트맨’ 등에서 히어로들 중 한 명으로 등장한다. 이들 시리즈에서는 정의에 천착하며 수퍼맨과 갈등을 빚는다.


새로운 배트맨의 등장?


매트 리브스 감독의 ‘더 배트맨’은 리부트다. 고담시를 배경으로 배트맨이 활약하기 시작한 지 10년쯤 지났을 시점이다. 배트맨의 개인사인 부모님의 죽음을 둘러싼 비밀을 알게되고 자신의 역할 설정에 대한 고민이 있는 시기다. 자경단인가 정의의 사도인가.

장르적으로는 필름누아르다. 배트맨이 탐정이 되어 고담시에 뿌리박힌 부패의 고리를 와해시키는 스토리가 전개된다. 팜므파탈은 캣우먼이라고 할 수 있겠다. 필름누아르 스토리와는별도로 악당의 스토리가 전개된다. 두 개의 스토리가 교차하며 두 개의 문제를 해결하는 탐정 역할을 배트맨이 하는 구조다.

필자는 배트맨의 매니아는 아니다. 관람객으로서 이 영화를 평가하자면 매니아틱 하지는 않다는 결론이다. 서스팬스를 만들어 내는 편집이나 몰입을 유도하는 연출은 그럭저럭 잘 한 것 같다. 홍수 속에서 시민을 구하는 배트맨의 모습과 악당의 계략은 관객들의 예상을 깨는 것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클라이막스는 박수를 받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리부트로서 신선함은 다소 떨어진다는 느낌이다. 배우가 다 바뀌었다고 새로워지는 것은 아니다. 팀 버튼이나 크리스토퍼 놀란과 다른 또 다른 세계관의 정립이 필요해 보인다. 바야흐로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시대가 아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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