흙과 화분
판데믹을 지나오며 전성기를 맞은 식물이라면 단연 몬스테라다. 크고 넓고 찢어진 짙은 초록색 잎은 만화에서 캐릭터들이 우산 대신 사용하던 잎을 연상케 한다. 큰 잎을 갖고 있는 몬스테라는 그 하나만으로도 방 안에서 존재감을 뽐내고 기분전환을 시켜준다. 몬스테라는 성장세를 타면 키우는 재미가 쏠쏠한 식물이다. 특히 새로운 잎이 나는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기 때문에 어쩌면 방 안에 갇혀 있던 기간, 방 안에서 몬스테라가 성장하는 것을 보며 느끼는 재미가 쏠쏠했을 것이다. 그리고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기간 동안 적절한 부분을 잘 잘라서 심어주면 몬스테라 화분이 하나 더 생기는 것이라, 지인들에게 선물하기도 하고, 희귀한 몬스테라의 경우 당근 마켓을 통해 분양하는 방법도 있어서 여러모로 몬스테라는 사랑받았다.
그래서 반려식물을 입양하기로 했다면 나의 첫 추천은 몬스테라다. 위의 여러 가지 식물을 키우며 느낄 수 있는 재미를 비교적 쉽게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키우는 사람이 많아서 검색을 통해 정보도 쉽게 얻을 수 있다. 비슷하게 크고 멋진 잎으로 사랑받는 식물들로는 알로카시아와 필로덴드론 종류가 있는 데 알로카시아는 과습에 매우 취약하고, 필로덴드론은 갑자기 죽는 일은 없지만 또 폭발적으로 성장하지도 않는다.
몬스테라를 데려와보자. 모두가 몬스테라 하면 떠올리는 디자인, 하트 모양의 잎에 양쪽에 여러 갈래로 찢어진 큰 잎의 이름은 "몬스테라 델리시오사"다. 사실상 몬스테라의 대표종이라고 할 수 있다. 몬스테라라고 하면 델리시오사 생각하면 된다. 어떠한 경로가 됐던 이 친구를 하나 데려와보자.
선물 받을 때는 당연히 몬스테라가 화분에 잘 심겨 있겠지만 화원 같은 곳에 가면 플라스틱 포트에 심겨 있는 몬스테라도 쉽게 만날 수 있다. 어떤 상태가 됐던 일단 구해오자. 플라스틱 화분에 있는 몬스테라를 바로 화분으로 옮겨 심는 것을 추천하지 않는다. 이는 몬스테라의 특성 때문이다.
몬스테라의 상징은 찢어진 잎 일지 모르지만 진짜 큰 특성은 긁은 뿌리이다. 몬스테라는 굵은 뿌리가 특징이다. 이 굵은 뿌리가 화분 안을 가득 채우면 몬스테라는 흙위의 줄기를 통해 잎을 내기 시작한다. 즉 화분을 바꾸면 뿌리를 채울 공간이 많아지고 그러다 보면 새로운 잎이 열리는 걸 보는 것이 느려진다는 뜻이다. 조금 타이트한 화분을 써서 뿌리를 채우는 것이 몬스테라를 키우는 팁 중 하나이다.
또한 플라스틱 화분(이하 포트)에서 한동안 키우라는 것은 몬스테라의 물 주기 때문이다. 몬스테라는 물을 좋아한다. 하지만 또 동시에 과습에 취약하다. 흙이 너무 오래 축축하게 젖어있으면 뿌리에 과습이 온다. 그렇기 때문에 흙이 잘 마르는 것이 중요하다. 흙이 최대한 빨리 마르고 다시 물을 흠뻑 주고를 반복하는 것이 몬스테라를 잘 키우는 요령 중 하나이다. 그런 면에서 플라스틱 포트가 유리한 점이 있다. 흙이 잘 마르기 때문이고 문제가 생겼을 때 빼서 상태를 확인하기도 쉽기 때문이다. 실제로 몬스테라를 키우는 사람들을 보면 식물 사이즈에 비해 좀 작아 보이지만 구멍이 숭숭 거나 투명한 플라스틱 포트를 사용하는 경우를 쉽게 볼 수 있다. 통풍이 잘 돼서 화분 속 흙이 잘 마르게 하고 동시에 화분 속에 뿌리가 잘 채워지고 있나를 보기 위함이다.
같은 이유로 흙도 입자가 굵은 흙들을 사용해서 물이 잘 빠지고, 잘 마르고, 굵은 뿌리가 흙 안에서 뻗어나가기 좋게 한다. 이 부분은 후에 분갈이와 흙에 대한 이야기를 할 때 다시 해보자. 뿌리가 가득 차서 흙 밖으로 나와서 갈피를 못 잡을 때쯤 분갈이를 해주면 된다. 그렇게 되면 한동안 잎은 볼 수 없겠지만 새 잎이 나올 때쯤 훨씬 큰 잎을 볼 수 있을 테니 당분간은 가져온 상태로 키워보자.
빛에 대해서는 몬스테라는 까다롭지 않은 편이다. 잎이 넓은 만큼 수광을 잘한다고 해야 하나. 열대 식물, 관엽 식물들의 특징은 오히려 강한 빛은 안 된다는 것이다. 직광을 받으면 잎이 타서 흉터가 생기는 것을 볼 수 있다. "밝은 그늘"이라고 하는 데 유리창이나 방충망을 통과하는 빛이나 직광 근처에서 비스듬히 빛을 받는 것을 추천한다. 이론 상으로는 형광등이나 식물등의 빛으로도 충분히 광합성을 한다는 데 이는 등과의 거리가 가까울 경우 어느정도 유효한것 같다.
키우는 온도는 실내온도이다. 너무 더워도 너무 추워도 좋지 않다. 16~20도 사이가 적정온도라고 하는 데 17~25사이에서 생장이 빠른 것 같다. 노지 월동은 불가능하고 직광을 싫어하는 만큼 여름철에도 노지에서 키우는 것이 권장되지는 않는 것 같다. 온도도 실내에 최적화돼있는 식물이다.
마지막으로 바람이다. 흙이 잘 말라야 하니 당연히 바람도 잘 불어야 한다. 몬스테라 잎이 찢어지고 구멍이 난 이유는 바람과 빛 때문이다. 찢어진 틈 사이로 아래쪽 잎까지 및이 잘 전달되게 하기 위함, 그리고 잎이 바람을 맞아 줄기가 꺾이거나 하지 않게 하기 위함이다. 바람이 잘 드는 곳이 좋다. 어느 정도 커지면 상관없는 데 초기에 작은 개체 거나 흙이 지나치게 고운 흙이라 보습력이 좋다면 바람은 필수이다. 구석진 곳에 놓기보다는
어느 정도 트인 곳에 두어 공기의 순환을 잘 받도록 하자.
정리.
1. 몬스테라는 물을 좋아하지만 과습에 취약하다. 물을 자주 줄 수 있도록 흙이 잘 마를 수 있게 하자. 흙이 잘 마를 수 있는 화분과 흙을 사용하고 바람도 잘 불게 해주자.
2. 몬스테라는 빛을 좋아하지만 직광을 싫어한다. 유리나 방충망을 통해 길게 들어오는 빛이나 비스듬히 들어오는 빛을 쬐어주자.
3. 몬스테라는 뿌리를 채워야 새로운 잎이 나오고 줄기도 성장한다. 뿌리가 잘 찰 수 있도록 너무 큰 화분은 피하자.
4. 온도는 실내온도에 적당하다. 사람이 추우면 몬스테라도 춥고, 사람이 더우면 몬스테라도 덥다고 생각하면 된다.
쓰고 보니 몬스테라는 조금 역설적인 식물인 듯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