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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엄공 Oct 27. 2021

주말부부, 그 위대한 탄생

둘째의 출산과 동시에 홀연히 시작된 맞벌이 주말부부의 삶

때는 바야흐로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19'라는 유례없는 전염병이 대한민국에 상륙하여 전국으로 퍼지며 창궐하던 2020년 4월. 나는 흉흉한 전염병으로 인해 하루하루 두려움과 불안함 중에도 아홉 달간 탯속에서 건강하게 지켜 낸 소중한 둘째 딸아이의 출산을 위해 유도 분만 일자를 잡고 하루 전날 밤 산부인과에 입원했다. 새 생명을 잉태하는 위대한 과업의 순간, 제아무리 경산 맘이라 한들 나 홀로 오롯이 겪어내야 할 산고를 앞두고서 마냥 새 생명을 품에 안을 기쁨에만 차 있을 수는 없을 터였다. 잘할 수 있을까, 두렵고 떨리고 긴장되는 출산을 앞둔 그날 밤, 퇴근 후 입원실에 찾아온 신랑은 어쩐지 나보다 더 초조하고 긴장되어 보였다.



화려하고 거창한 응원까지는 아니더라도 따뜻하고 든든한 남편의 격려를 기대했건만, 어쩐지 남편은 내일 새벽 당장 거사를 치를 나보다 더욱 불안해 보였다. 이따금 씩 입원실 밖으로 나가 다수의 사람과 전화를 주거니 받거니 하더니, 들어오면 이내 한숨을 푹푹 내쉬었다. 이유인즉슨, 회사의 팀장이 해고되었고 곧 팀 내에도 인사 개편과 구조조정이 있을 것이라는 소문 때문이었다. 아뿔싸! 말로만 듣던 가장의 해고라니, 코로나 앞에 이렇게 한 가계가 휘청하는구나, 실로 두렵고 막막한 소식이 아닐 수 없었다. 당장 내일이면 식구도 하나 더 늘어나는데, 앞으로 아이 둘을 어떻게 키우나...



출산 하루 전날, 다소 주객이 전도된 상황 따위를 투정 부릴 때가 아니었다. 나는 애써 남편을 위로하며 태연한 척해보았다. “괜찮아! 그래도 외벌이가 아니라서 다행이지? 나라도 출산휴가 끝나면 복직할 수 있으니까 다행이잖아.” 한때는 집에서 직접 아이들 양육하며 알뜰히 신랑을 내조하는 전업맘이 되고팠던 워킹맘의 요원한 꿈 따위는 역시 애송이 같은 생각이었노라, 출산 5일 전까지 이 악물고 버티며 출근했던 직장이 있고, 그 직장에 3개월 후면 복직할 수 있음이 심심한 위로가 되던 날이었다. 어쩌면 내가 당분간은 네 식구의 가장이 되어야 할지도 모른다 생각하니 내 몸에 탑재된 위기대응 DNA 같은 것이 작동한 것일까, 묘하게 단단한 마음이 생겨났다. 나는 산고의 고통에도 이 악물고 신음할 뿐, 소리 한 번 내지르지 않고 침착하게 둘째 아이를 낳았다.



나와 아이가 입원실에서 퇴원해서 조리원으로 입소하던 , 소문만 무성하던 남편 회사의 구조조정이 이윽고 현실화되었다. 회사에서는 구조조정 대상자를 호출해 반강제 희망퇴직을 받았고, 같은 팀에서 근무하던 직원도 여럿 포함되었다. 희망퇴직자들 중에는 사정이 딱한 여러 동료 직원들이 있어서 마음이  편치는 않았지만, 불행  다행으로 남편은 정리 대상자에 포함되지는 않았다.  대신 당장 5 1일부로 집에서 편도 다섯 시간 거리인 지사로 발령을 받았다.



누군가는 아이가 태어나는 그 순간부터가 고생길의 시작이라며, 뱃속에 있을 때가 좋을 때라고 말하지만 적어도 나에게만은 그렇지 않았다. 임신이 수반하는 무수히 많은 심신의 변화와 고통은 오롯이 여자에게만 주어진 고통이기에 신생아 돌보기가 아무리 힘들어도 하루빨리 출산하여 임신기간을 끝내고 남편과 함께 그것을 분담하기를 손꼽아 기대했다. 그런데 세상에나, 대뜸 편도 다섯 시간 거리의 주말부부라니! 이 무슨 청천벽력 같은 소리란 말인가. 코로나로 경제가 위태로운 상황이라 딱히 이직을 고려할 만한 상황도 아닌지라, 남편은 2주간의 출산휴가를 마치고 무거운 발걸음으로 경기도로 떠났다. 사실 신혼부터 주말부부로 시작했던 우리에게 처음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기다리고 기다리던 둘째의 출생과 동시에 우리는 홀연히 또 다시 주말부부가 되었고, 그렇게 또 이 시대 대한민국의 위대한 30대 주말부부 한 쌍이 탄생했다.


        

생일을 맞이한 둘째딸과 주말남편으로 태어난 우리 신랑, 그날의 우리.




잘 할 수 있겠지? 앞으로 잘 부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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