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간 학교를 그만둬 보고 싶었어

학교 선생님 딸이지만 (3)

by yoga and story

폭력과 구분 짓기,

계급과 소외를

방치하고, 오히려 양산하는 곳.

배움의 욕구마저도 충족시켜주지 못하고,

오히려 시간 낭비라고 느껴지는 수업들.


학교를 그만둬 보고 싶다는 열망은 초등학교 때부터 심어져 있던 것 같아요. 다만, 막연하고 어렴풋하게요. 굳이 다수와 다른 길을 갈 용기도, 주변을 설득할 만한 명분도 없었으니까요.


그러다가 고등학교에 입학하면서, 그걸 실현할 현실적인 구실들이 쌓였던 듯해요.


1. 외고는 내신 따기 어렵다. 그래서 재수생 비율이 높다.

2. 심지어 모의고사 성적도 안 좋다. 선행학습도 못 하고 와서 따라가기 버겁다.


처음에는 동아리도 3~5개나 가입하면서 의욕적인 학교 생활을 시작했죠. 친구가 저에게 열정과 의욕이 넘친다고 (의)욕녀라는 별명을 붙여줄 정도였어요.


그런데 갈수록 열패감에 젖어들게 됐어요.


한 번은 이런 적이 있었어요. 모의고사 성적표가 나온 날이 었는데, 같은 반 친구가 "우리 반에 3등급도 있어?"는데, 제 언어 성적이 3등급인 거 있죠 ㅎ 누가 제 성적표를 슬쩍이라도 볼까 봐 재빨리 숨겼어요


저는 영어를 잘하고 싶어서 악착같이 공부했거든요. 부모님이 외국어 사교육도 안 시켜주셔서 혼자 아등바등이요. 물론, 겨우 졸라서 중학교땐 학원도 다녔어요.


그런데 외국에서 살다왔거나 하는 친구들은, 영어를 즐기면서도 원어민처럼 구사하더라구요. 다른 재밌는 것들을 포기하면서 공부만 했는데도 이렇게 격차가 큰 걸 보니, 목표를 위한 희생과 노력들이 부질없게 느껴졌었어요. 허탈했죠.


그리고 늘 선생님의 총애와 인정만 받아왔던 제가, 이제는 꾸중만 듣기 일쑤였요. 백일장에 나가고 싶다고 말씀드리면 "너 성적 좀 봐라. 그럴 시간에 수학 문제 하나라도 더 풀어라."라는 핀잔을 들을 뿐이었죠.


고등학교 1학년 때 기억이 잘 안 나요. 머릿속은 얽힌 실타래 같았고. 멍을 때리거나 복잡한 생각에 빠져 있었고. 글 하나 집중해서 읽을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언어 시험이 제일 어려웠죠 글이 머릿속에 들어오질 않았으니까요. 공부도 제대로 안 했고, 시험은 그냥 찍어버릴 때가 많았어요.


학업을 못 따라가는 건 둘째 치고, 아무런 의욕이 없었어요. 공부 의욕뿐 아니라, 살아갈 의욕 자체가요.


초등학교 때부터 명문학교를 꿈꾸고 열망하며, 다른 것들은 욕심내지 않고, 나를 채찍질하며 달려왔는데. 여기서 지친 걸까. 더 이상 달려갈 힘이 없다. 그냥, 그냥 다 놔버리고 싶다.


이제 더 이상 명문학교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았어요. 내가 꿈꾸고 바라던 것이, 환상이고 허상이었다는 공허함만 들었어요.


몇 년 동안 나의 하루하루를 이끌어온 원동력이 명문학교라는 목표였는데, 그게 무너지니까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알 수가 없었죠.


죽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았는데,

왜 살아야 할까라는 의문을 늘 품고 다니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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