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황 극복기5]뮤지컬, 치료 목적으로 합니다

by yoga and story

1

결과적으로 말하면,

나는 2년 남짓 뮤지컬에 푹 빠져있었다.

그 외에는 관심도, 흥미도 없었다.


지금 뮤지컬을 하고 있지는 않지만

참 고마운,


공황 장애로 발전하지 않고, 단 한 번의 공황 경험으로 끝날 수 있게 해 준

너무도 필요했던,


여전히 아련한,

옛사랑 같은 존재다.



2

뮤지컬을 '과장'과 '극대화'라고 표현하기도 하던데,

나에게 뮤지컬은

삶, 그 자체였다.


삶의 희로애락을 노랫말에 담아내며,

호흡으로 삶의 부침과 쉼을 표현하고,

높낮이로 감정의 폭풍우를 나타내는 것.


그것이 삶 자체가 아니면 무엇일까.


공황 상태를 겪은 뒤 정신과에 찾아가지 않았던 이유를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나는,

치료보다는

한풀이가 필요했던 것 같다. 한풀이.


뮤지컬이 그걸 할 수 있게 해줬다.


그래서인지

유독 우리 일상의 이야기를 소재로 한 창작 뮤지컬에 더 설렜다.


공주나 왕자가 주로 나오는 해외 라이선스 뮤지컬에는 별다른 감흥을 느끼지 못했다.

이야기 자체에 공감이 잘 되지 않아서였을까.


<빨래>, <오 당신이 잠든 사이에>, <김종욱 찾기> 등

흔히들 만날 수 있는 평범한 이들.

나, 그리고 우리.


너무 많은 위로를 받았고,

벅차게 행복했다.



3

뮤지컬 실력이 부족한 것 같아 멀어질 뻔 한 적도 있었다.

슬럼프처럼 3~4개월쯤 흘렀을까.


운명처럼 다시 만난 날.


집에 가는 길에 지하철이 끊겨버렸다.

어쩜 좋아... 하면서

옆 사람과 우연히 말을 했던가.


"여기 버스 있어요?"


그런데 알고 보니 그 친구도 뮤지컬 덕후였다.

심지어 뮤지컬을 기획하고 제작하기도 하는.


그렇게 인연이 닿아 같이 창작 뮤지컬 공연을 하기도 했었는데...


친구들과 언덕 높은 버티고개, 약수의 연습실에서

그 추운 겨울 매일 연습하던 때도 참 행복했다.


성실함의 대명사 광현이,

폭발적인 가창력의 담블리,

다채로운 매력의 유진이,

연기 천재 대원 오빠,

세상에서 제일 웃긴 경혁 오빠,

나를 한 번 울린 적 있는 기동이,

너무너무 귀여웠던 우리 가은이와 누리,

내 단짝 역할을 했던 한태,

몸치인 나에게 안무를 열심히 가르쳐준 준홍이,

멋진 배우가 될 것 같은 세옥이,

속 깊은 얘기를 함께 나눴던 하늘이,

너무도 든든했던 무대감독 연후 오빠,

부드러운 카리스마를 지닌 유정 연출님,

이태원 길거리에서 운명처럼 만난 소정이,

그 외에도 너무 소중했던 친구들...


그때의 나는 준비되지 않았고, 살도 많이 쩌있었고, 실력도 많이 부족했지만...

그래서 아쉬움이 많이 남지만


하필 또 캐릭터가 고등학생 때 방황하는 친구였다. 어쩜 내 얘기...


캐릭터와 비슷하다며 이미지 캐스팅 된 거였는데, 살아온 삶까지도 비슷...


그래서 인생 한풀이 제대로 했다.




옛사랑 추억하듯

갑자기 너무 아련해진다......ㅎ





뮤지컬,

내가 잘 못해서 그렇지

내가 많이 사랑했어.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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