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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Nov 03. 2017

'선의'에 기대지 말자. 계약서 작성 핵심 포인트

벌칙이 없으면 의무는 의미가 없다.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 최철민입니다.


얼마전 계약서 강의를 들으셨던 낯익은 분이 자랑스러운 표정으로 계약서를 들고 찾아왔습니다.


변호사님! 이번에 거래처 사이에 사용할 물품공급계약서를 작성했습니다. 변호사님 조언 듣고 관련 업계의 표준계약서를 참고해서 만들었지요. 그거 보고 작성하니깐 생각보다 간단하던데요? 너무 저한테 유리하게 작성한 것이 아닌지 살짝 걱정되긴 하네요. 헤헤~ 그래도 혹시 모르니 이거 검토 좀 부탁드릴게요!


나야 나! 왕꼼꼼이




'책임' 없으면 '의무' 없다


어김없이 이번에도 밀려오는 불안감.

그래도 평소에 워낙 꼼꼼하신 분이시라 불안감을 떨쳐내고 쭈욱 봐보았습니다.

음 정의 조항, 목적 범위, 물건 특정, 일시 장소 특정 잘하셨고,,, 모호한 단어도 잘 피하셨고, 의무 조항도 확실하게 써넣으셨고,,,,,,,,,,,,,,,,,,,,

으음..... 음? 끝? 책임 조항이 안 보이네?


대표님! 정말 잘 쓰셨습니다. 그런데 매우 중요한 부분이 빠졌어요. 혹시 계약서 작성 요령에 대해 강의할 때 마지막에 강조했던 거 기억나세요? 책임 조항 반드시 넣기! 의무를 부과했으면 이를 위반했을 경우에 부과할 벌칙을 반드시 넣어야 하는 거요.


스타트업이 난감해하는 계약서 대하는 법 강의,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




이렇게 ㅋㅋㅋ


벌칙 조항은 구체적으로

제가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주로 하는 법률자문은 계약서 검토입니다. 그중에서도 B2B 표준계약서를 많이 검토하는데요, 신기할 정도로 상대방의 의무는 철저히 기재하십니다. 그런데 그 의무를 지키지 않을 경우를 대비하는 '벌칙' 이 없거나 두루뭉술한 조항이 많았습니다.


이게 왜 위험한지 간단한 상상을 한번 해볼까요?

친구한테 돈 100만 원을 빌리려고 합니다. 나름 법대 출신이라 계약서를 썼습니다. 계약서에,


 제9조 A는 B에게 2017년 12월 31일까지 100만원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

제10조 A는 B에게 위 조항 기일까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손해배상책임을 진다.


라고만 적고 끝났습니다. 2017년 12월 31일이 되었는데 A는 수중에 돈이 별로 없어 갚지 않았습니다. B는 A에게 뭘 강제할 수 있을까요? 잘해야 소송을 제기해서 법정이율 연 5%에 따른 이자랑 소촉법에 따른 이자를 더 구할 수 있을 것입니다. 반면,


제9조 A는 B에게 2017년 12월 31일까지 100만원을 반드시 갚아야 한다.

제10조 A는 B에게 위 조항 기일까지 돈을 갚지 않을 경우, 위약벌로 10만원과 이와 별도로 지체일로부터 일수로 계산하여 연 20%의 지연이자를 지급해야 한다.



어떤가요? 확 다르죠? 위와 같이 벌칙조항을 구체적으로 적시해놓는다면 A는 무슨 일이 있어도 B에게 빌린 돈 100만원을 다 갚을 겁니다.




정의 부분을 최대한 자세하고 명확하게


법이든 계약서이든 첫 부분에는 '정의' 조항이 있습니다. 상호간의 의무나 책임을 규정한 부분도 아니라 그냥 건성으로 기재하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그런데 말입니다. 

이 '정의' 부분을 최대한 명확하고 상세하게 기재해야합니다. 법률 문제 특히 계약서 상의 분쟁은 대개 '문구' 해석에서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볼게요.


물품 공급 계약서가 있습니다. 이 계약서 첫머리에 정의 조항에서 '대금'에 대한 정의는 없습니다. 그런데 계약서 중간에 "제8조(대금의 지금) 을 매월 말일에 대금을 지급한다."라는 조항이 있습니다. 이 경우에 을이 매월 말일에 물품에 대한 대금으로 '현금'이 아닌 '다른 물건 등'으로 지급한다면 어떻게 할까요? 갑은 물품대금으로 '현금'을 원했지만, 을은 사정이 여의치 않아 '물건'을 지급한 것이죠. 이렇게 되면 '대금'이라는 문구 해석을 두고 싸우게 됩니다.



그런데, 이 계약서 첫머리 '정의' 조항에 "제2조(정의) 1. 대금 : 이 계약서에서 대금은 을이 갑에게 물품 판매의 대가로 지급하는 "현금"을 말한다."라고 기재했었더라면 위와 같은 분쟁이 발생하지 않았겠지요. 현금 흐름도 막히고 자칫하면 변호사 수임료에 정신적 스트레스까지 고생이 이만저만이 아닐 것입니다.


어떻나요? 계약서 잘 쓰는 것은 결국 리스크 관리입니다. 사업에 집중해야 할 스타트업 임직원들이 미리 예방할 수도 있었을 법률 분쟁에 진을 빼고 있는 모습을 가끔보면 안타깝습니다. 




많은 분들에게 계약서를 쓰라고 하거나 벌칙 내용을 구체적으로 적어야 한다고 하면 "그렇게 하면 너무 빡빡하지 않을까요?" "괜히 감정 상하지 않을까요?"라고 합니다. 물론 삭막하죠. 그런데 상대방한테만 부과되는 벌칙만이 아니라 본인에게도 적용되는 벌칙을 삽입하면 공평할거예요. 분명 상대방도 그걸 요구할테고요. 그럼에도 계약서를 구체적으로 쓰려는데 감정이 상해서 계약 성사가 위태로울 정도라면 계약상대방으로 다시 생각해 보실 것을 조심스레 추천드립니다.



다시한번 "벌칙" 없으면 "의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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