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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Nov 04. 2017

내가 '대표'고 넌 그냥 '직원'이야

스타트업, 노동법의 사각지대

테마는 '현대카드, 현대캐피탈' 공식 블로그에서 가져왔습니다.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 최철민입니다.


동상이몽 [同床異夢]

①한 자리에서 같이 자면서도 서로 다른 꿈을 꾼다.

②겉으로는 같이 행동하면서 속으로는 각기 딴생각을 하는 것을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 다음 사전



초기 스타트업들이 드나드는 곳에서 있다보니, 스타트업 구성원들이 같이 다니는 모습을 자주 보게 됩니다. 겉으로 보면 매우 가족같고 한 몸처럼 친밀해보입니다. 어느 날은 늘 보이던 스타트업 구성원이 눈에 띄지 않아 궁금해질 때쯤 주위에서 이런저런 소리가 들려옵니다


A : 처음에 공동창업자라고 영입해 놓고선 직원처럼 부리다가 해고해버렸대. 월급 안주려고 그랬나봐
B : 그럼 해고예고수당이라도 줬나?
A : 직원이 아니니깐 안줬다던데?
B : 헐....

                                              

이렇듯이 많은 스타트업들이 투자유치와 같은 사업 외적인 문제 뿐아니라 근로관계와 같은 내부적 문제도 많습니다. 그런데 조직 문제에는 눈을 돌리고 미적미적 미루죠. 그러다 나중에 뻥! 하고 터집니다.

넘나 열불터지는 것  


아래에 말씀드리는 것은 부디 스타트업 대표들께서 악용하지 마시고, 구성원이나 직원 또한 이러한 부분이 있다는 것을 미리 잘 알고 계시라는 마음에서 써내려 간 것입니다.




초기 스타트업은 대부분 5인 미만 사업장 → 근로기준법 적용완화 대상


흔히 노동법이라고 하는 '근로기준법'은 근로자의 수가 5인 이상 사업장한테 주로 적용됩니다. 즉, 4인 이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게는 근로기준법의 상당 부분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이쯤해서 의문이 생기겠죠? 왜 근로자수에 따라서 근로기준법 적용을 달리하고 또 기준이 왜 하필 5인인지.


헌법재판소 1999. 9. 16. 자 98헌마310 결정【근로기준법제10조제1항위헌확인
 '상시 사용 근로자수 5인'이라는 기준을 분수령으로 하여 근로기준법의 전면적용 여부를 달리한 것은, 근로기준법의 확대적용을 위한 지속적인 노력을 기울이는 과정에서, 한편으로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을 고려하고, 다른 한편으로 "국가의 근로감독능력의 한계"를 아울러 고려하면서 근로기준법의 법규범성을 실질적으로 관철하기 위한 입법정책적 결정으로서 거기에는 나름대로의 합리적 이유가 있다고 할 것이므로 평등원칙에 위배된다고 할 수 없다.


영세사업장의 열악한 현실 → 돈이 없으니 그냥 해고해도 어쩔 수 없지. 대신 해고예고수당은 줘.

국가의 근로감독능력 한계 → 나라가 영세사업장까지 일일이 감시할 여력이 없어.



그럼 근로자와 사용자를 나누는 기준은 뭘 까요?
근로기준법
제2조 (정의) ①이 법에서 사용하는 용어의 뜻은 다음과 같다.
1. “근로자”란 직업의 종류와 관계없이 임금을 목적으로 사업이나 사업장에 근로를 제공하는 자를 말한다.
2. “사용자”란 사업주 또는 사업 경영 담당자, 그 밖에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하여 행위하는 자를 말한다.


스타트업으로 예를들면 구성원들이 4:3:3의 지분을 가지고 있고 각각 경영, 기술, 영업으로 독립된 분야를 담당한다면 이들은 근로자가 아니겠죠. 그런데 '이사' 등의 임원지위를 갖고 있더라도 근로자로 인정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대법원
회사나 법인의 이사 또는 감사 등 임원이라도 그 지위 또는 명칭이 형식적ㆍ명목적인 것이고 실제로는 매일 출근하여 업무집행권을 갖는 대표이사나 사용자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근로를 제공하면서 그 대가로 보수를 받는 관계에 있다거나 또는 회사로부터 위임받은 사무를 처리하는 외에 대표이사 등의 지휘ㆍ감독 아래 일정한 노무를 담당하고 그 대가로 일정한 보수를 지급받아 왔다면 그러한 임원은 근로기준법상의 근로자에 해당한다.


저 어려운 말을 한 문장으로 내리 쓰다니. 매번 볼때마다 신기합니다. 아무튼 한마디로 정리하면 명칭이 '이사'이든 '감사'이든 간에 월급 받으면서 대표가 시키는 일을 하는 사람이면 '근로자'라는 겁니다.





그렇다면 4인이하 사업장에게는 어떤 규정이 적용되지 않나요?

즉, 스타트업 대표자는 뭘 맘대로 할 수 있고 뭘 하면 안되는 건가요?



1. 정당한 사유가 없어도 해고가 가능하다?


네. 근로기준법에서는 정당한 이유없이 '부당해고 및 징계, 감봉'을 할 수 없습니다(근로기준법 제23조). 그런 행위를 하면 근로자는 노동위원회에 구제신청을 할 수 있죠. 그런데 4인 이하 사업장에게는 이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근로기준법상으로는 근로자가 별다른 법적 조치를 취할 방법이 없고, 일반 민사소송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2. 근로시간을 마음대로, 각종 초과 근무 수당을 안 줘도 된다?


네. 근로기준법에는 주5일, 주40시간이 기본이고, 그 이상 넘기면 초과 근무시간으로 되어 1.5배 할증된 임금을 지급해야 합니다(근로기준법 제56조). 휴일근무도 마찬가지에요. 하지만 이 규정도 4인 이하 사업장에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근로자가 주40시간 근로를 해도 별도로 특약이 없는 이상 초과 근무 수당을 법적으로 요구할 수 없습니다.



3. 연차유급휴가를 안 줘도 된다?


이것도,,,네. 보통 근무기간이 1년 이내일 때는 1월마다 1일, 2년차부터는 15일 이상의 유급휴가를 주어야 합니다. 유급휴가 때 일을 하면 하루치의 임금을 더 받을 수 있는 것이지요. 여성의 경우에는 청구하면 생리휴가도 월 1일받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4인 이하의 사업장의 경우 대표자가 이와 같은 휴가를 지급하지 않아도 직원에게 별다른 구제방법이 없습니다.






저도 쓰다보니 좀 씁쓸합니다.

사실 근로기준법은 상대적 약자인 근로자를 우선적으로 보호하는 규정입니다. 무법 상태에서는 사용자 마음대로 할 수 있으니까요. 그렇지만 4인 이하 사업장에 대해서는 예외를 두고 있는 것이죠.


그렇다면 이번에는 4인 이하 사업장에게도 적용되는 주요한 내용을 적어볼게요.

이 부분을 특히 유의하시길!


1. 근로계약서는 당연히 써야한다.


근로기준법 제17조, 제114조에 따르면 사용자가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거나 교부하지 않으면 벌금 500만원에 처할 수 있습니다. 이는 형사 처벌입니다. 단순한 과태료와는 달라요. 빨간 줄 찍찍.

웃픈이야기를 말씀드리면 사실 근로계약서가 가장 많이 안 쓰이는 곳이 어딘 줄 아시나요? 변호사 사무실, 로펌입니다. 아는 사람들이 더 하는 슬픈 현실.


2. 정당한 이유 없이 해고를 하더라도 해고예고수당은 줘야한다.


4인 이하 사업장의 대표자에게 해고의 자유를 준 것이 현실적 이유라고해도 해고는 근로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일입니다. 그래서 해고를 하려면 30일 이전에 해고예고를 미리 해주거나, 불가피하게 해고 30일 이내에 해고를 통지하는 경우에는 1월분의 통상임금을 해고예고수당으로 지급해야 합니다(제26조). 갑작스레 이유없이 잘렸으니 재취업할 동안이라도 먹고 살게 해야죠.



3. 퇴직금을 지급해야 한다.

이 부분을 많은 분들이 오해하시는데요. 2010년 12월 이전까지 4인 이하 사업장에는 퇴직금 지급 규정이 적용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근로자 보호를 위해 위 규정이 개정되어 2010년 12월 1일부터는 4인 이하 사업장에도 적용됩니다. 따라서 1년 이상 근무한 근로자에게 퇴직 직전 3개월의 평균임금에 근속연수를 곱한 금액을 퇴직금으로 지급해야 합니다.




다시 처음 사례로 돌아가보면. 초기 스타트업은 고정적인 수입이 없어 동업자 또는 직원들에게 월급을 주기 현실적으로 어렵죠. 그래서 사실상 직원이어도 동업자로 대해주기도 합니다(겉으로만). 동업자는 월급을 받는 일개 직원이 아닌 경영을 하는 사용자니까요. 그런데 상황이 안좋아져서 대표가 그 동업자를 직원처럼 해고하게 되면 이제 위와 같은 근로기준법 적용 여부가 문제가 발생하죠. 구성원이 된다고 무조건 좋은 일은 아닐 수 있습니다.


당부, 부디 근로기준법을 악용하지 마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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