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턱대고 쓰기만 하다간 큰코 다쳐요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이전 편에서는 "주주 간 계약서는 누구를 위한 계약서일까요?"에 대해서 이야기했습니다.
주주 간 계약서는 코파운더나 투자자와 같은 소수주주가 자신들의 권리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장치입니다. 별도의 계약이 없다면 대주주는 회사법에 따라 자신의 지분권을 행사하여 사실상 아무런 장애 없이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죠. 소수주주들은 회사법상으로는 회계장부 열람등사권과 같은 소극적인 권리만 행사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주주총회, 이사회 등으로 정해야 하는 중요한 사항에 대해 "소수주주의 동의권"을 주주 간 계약서에 넣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주주가 주주 간 계약을 무시하고 경영권을 마음대로 행사할 경우에 소수주주는 주주 간 계약서를 들이밀면서 대주주의 행위가 무효라고 주장할 수 있을까요?
아니요.
주주 간 계약서는 개인(회사) 간에 합의한 "사적 계약"입니다. 반면, 회사법은 "거래의 안전"과 "법적 안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법률"로 정한 규율입니다. 주주 간 계약서와 회사법이 충돌한다면 회사법이 우선합니다.
예를 들어 "이사 선임"이 주주 간 계약서상 동의권 사항임에도 51% 지분이 있는 대주주가 소수주주의 동의를 받지 않고 주주총회 결의를 통해 자기가 원하는 "이사를 선임"해도 소수주주는 이를 무효라고 주장할 수는 없습니다.
소수주주는 주주 간 계약서에서 주식매수청구권, 손해배상, 위약벌 등의 장치를 통해 대주주에게 책임을 추궁할 수 있을 뿐입니다. 이 때문에 투자계약서나 주주 간 계약서에 있는 손해배상이나 위약벌 규정이 다른 계약에 비해 매우 무거운 것입니다. 엄청난 금전적 손해배상으로 대주주를 실질적으로 구속하는 것이지요.
아직 법적으로 불확실한 방법이지만, "의결권행사가처분"신청을 할 수도 있습니다. 아직 주주총회 결의가 있기 전에 소수주주가 대주주에게 주주 간 계약서에서 정한 바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도록 법원에 청구하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아직 판례로 확립된 것은 아니지만 소수주주가 시도해볼 수 있는 조치 중 하나라고 볼 수 있습니다.
현실적으로 주주 간 계약서가 강제력을 갖기 위해서는 손해배상과 위약벌을 무겁게 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도 지나칠 경우 문제가 있습니다. 대법원에 따르면 위약벌 규정이 소수주주의 독점적,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서 과도하게 설정된 경우에는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손해배상의 경우에도 과도하면 법원이 직권으로 감액할 수 있죠.
주주 간 계약서를 당사자들끼리 무조건 작성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 "잘"쓰는 것이 중요합니다. 오늘 주주 간 계약서가 어떤 법적 성격을 갖고 있는지에 대해 어느 정도 이해하셨다면 앞으로 작성할 주주 간 계약서 또는 이미 존재하는 주주 간 계약서를 어떻게 접근해야 하는지 감이 잡혔을 거라고 기대합니다.
다음 편에서는 주주 간 계약서의 또 다른 꽃인 "지분양도제한"에 대한 내용을 다루어 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