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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Feb 21. 2020

채무인수 계약서를 쓰면, 빚쟁이에서 벗어나나요? 1편

동상이몽의 현실

철구가 녕구한테 10억 빚이 있었습니다. 철구는 채무자, 녕구는 채권자.

그런데 철구는 은구한테 10억을 빌려준 적이 있습니다. 철구는 채권자, 은구는 채무자.


녕구가 철구한테 10억 갚으라고 독촉을 막 하니깐 철구는 은구한테 "야, 너 나한테 10억 빚 있잖아. 나 녕구한테 10억 갚아야 하는데 네가 그 빚 가져가"라면서 철구랑 은구는 녕구 앞에서 채무인수 계약서를 작성하고 도장을 찍었습니다.


자, 이때 철구는 녕구에게서 자유로워질까요?


결론은 "쉽지 않다"입니다. 채무인수 계약에 대해서 한번 살펴볼게요.


채무인수라고 다 같은 채무인수가 아닙니다. 크게 3가지가 있습니다. 1. 면책적 채무인수 2. 병존적 채무인수 3. 이행 인수

어떠신가요 명칭만 보아도 감이 챡 오시죠?



#면책적 채무인수


철구가 녕구의 빚 독촉에서 자유로워지려면, 은구와 체결 했던 채무인수가  바로 "면책적 채무인수"이어야 합니다. 면책적 채무인수는 기존 채무자(철구)의 채무는 면제가 되고, 인수자(은구)가 녕구의 채무자가 되는 것입니다. 채무의 내용은 그대로인데 채무자만 변경된 것이죠.


면책적 채무인수가 성립하려면, 계약서의 명칭이나 제목이 "면책적 채무인수"이냐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반드시 "채권자의 면책 승낙"이 있어야 합니다. 한번 생각해보세요. 채무자가 기존 채무자에서 새로운 사람으로 변경되고 기존 채무자는 면책되면 그 리스크는 온전히 "채권자"가 떠안는 거이죠. 새로운 인수자가 돈을 갚을 능력이 있는지 없는지 잘 모르잖아요. 그래서 채권자의 면책 승낙 여부가 가장 중요한 핵심입니다.



# 병존적 채무인수


그러면 병존적 채무인수는 말 그대로 기존 채무자가 잔존하는 것입니다. 기존 채무자(철구)는 그대로 있고, 인수자(은구)가 추가로 채무자가 되어 "병존"하는 것입니다. 채권자 입장에서는 땡큐죠. 내 돈을 갚을 사람이 한 명 더 생겼으니까요. 병존적 채무인수는 철구-은구-녕구, 3자간의 계약으로 이루어지거나 녕구(채권자)-은구(인수자) 간의 계약으로 성립합니다. 채권자 없이 기존 채무자-인수자 둘만의 계약만으로는 병존적 채무인수가 되지 않습니다(이것은 다음 편에 살펴볼 이행 인수!).


이쯤 되면 질문이 나올 겁니다만,

아..헷갈려 저 두 개를 어떻게 구분해?


구별법은 "채무자를 면책시킨다는 내용과 그것을 승낙하는 채권자의 의사표시"입니다. 병존적 채무인수도 채권자의 승낙이 있죠. 하지만, 그냥 은구의 채무인수를 승낙하는 것만으로는 "면책적 채무인수"라고 보기 어렵습니다. 반드시 "철구를 면책시키고 은구가 채무를 인수하는 것을 승낙한다"라는 승낙 표시가 있어야 합니다.




그런데 현실에서 문제 되는 것들은 "면책 승낙"이 애매한 경우겠죠?

이에 대해 대법원은,

당사자의 의사가 분명하지 않은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채권자의 보호를 위하여 병존적으로 해석해야 한다

라고 판시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우리 철구는 은구와의 채무인수 계약서를 작성할 때, "채무인수"라는 제목과 내용을 썼지만, 철구(기존 채무자)의 채무를 면책한다는 내용은 없이 은구(인수자)가 채무인수만 한다는 내용만 작성되어 있었던 것입니다. 채권자인 녕구의 면책 승낙을 받지 못했던 것이죠. 이렇게 녕구 좋은 일만 시키게 되었습니다.


이 사소한(?) 차이가 철구의 인생을 송두리째 바꿀 수도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계약서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문구 하나의 차이로 인생이 뒤바뀔 수도 있죠. 생각보다 이런 경우가 흔합니다.


그러면, 마지막 남은 채무인수 유형인 "이행 인수"는 도대체 무엇인가요? 이것은 다음 편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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