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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Mar 03. 2020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한 "배신자" 처단법

비밀유지서약서, 쓰기만 하면 장땡일까요?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스타트업들이 직원들과 근로계약서를 쓸 때, 신문지에 끼워 넣는 전단지처럼 비밀유지계약서를 덧붙입니다. 

'해당 근로자는 회사에서 근로하는 기간 동안 취득한 모든 비밀을 유지할 의무를 갖습니다.', '본 비밀유지서약을 위반할 경우에는 근로자는 이로 인한 손해배상 책임을 갖습니다.' 끝.


전단지처럼 대충 끼워 넣었던 비밀유지계약서가 본체(?)였던 근로계약서보다 더 후폭풍이 큰 경우도 왕왕 있습니다. 저렇게 물러터지게 비밀유지서약서를 써가지고 내부의 배신자를 처단할 수 있을까요? 쉽지 않죠. 회사의 비밀을 갖고 경쟁사로 이직해서 승승장구하는 배신자를 어찌하지 못해서 길길이 뛰는 경우 많이 봤습니다. 그러면 비밀유지계약서는 어떤 부분이 반드시 들어가야 할까요?


# 뭣이 비밀인디


회사 입장에서는 최대한 많은 것을 "비밀"에 넣고 싶을 거예요. 그래서 많이들 실수하는 부분은 비밀유지서약서에서 "비밀"을 "업무상 지득한 비밀 등"으로 기재하는 것입니다. 그 마음은 십분 이해하지만 그렇게 하면 오히려 비밀이 "비밀"이 아니게 됩니다. 비밀이 아니라 그냥 정보인 것이 되죠.


"영업 비밀"은 가능한 구체적으로 기재해야 합니다. 구체적일수록 보호 범위가 줄어들 수 있습니다. 이때에는 섹션을 여러 개로 나눠서 기재하면 어느 정도 해결이 됩니다. 대법원 판례에서도 "업무상 지득한 비밀 등"이라고만 기재한 영업 비밀에 대해서는 그 범위가 포괄적이어서 비밀로 인정하지 않은 경우가 있습니다.


# 말로만 비밀이라고 하면 다야?!


회사 입장에서 영업비밀이라고 판단되는 정보를 최대한 구체적으로 여러 범위를 나눠서 기재한 것이면 일단 반 이상은 됐습니다. 그런데, 해당 정보들을 영업비밀이라고 해놓고서는 그 관리가 엉망이거나 놀러 온 손님도 쉽게 볼 수 있는 정보면 어떨까요? 제3자가 보기에는 "아니, 무슨 사방에 널브러져 있는 정보가 무슨 영업비밀이야"라고 생각할 수 있겠죠? 그 제3자에는 법정에 앉아있는 판사도 포함.


비밀유지서약자에게 비밀을 누설하지 않게 하는 "의무"를 지우기 위해서는 회사도 그에 걸맞은 노력을 해야 합니다. 회사가 영업비밀이라고 설정해 놓은 정보에 대해서는 최소한의 비밀 유지 조치를 취하고 있어야 합니다. 영업비밀 취급자가 아닌 단기 아르바이트생이나 신입 사원이 손쉽게 접근할 수 있는 정보는 "영업 비밀"로 인정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회사 내부 지침으로 정보 취급자를 구분하거나, 보안 폴더를 설정하는 등의 조치를 취해왔을 때 "영업 비밀"은 보호 가치가 있는 비밀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입니다. 울타리도 치고 무서운 개도 묶어놔야 "접근 금지" 팻말이 힘을 발휘하는 것이죠.



# 손해액 입증은 어떻게 할 건데? 


비밀유지서약서에서 "영업비밀"에 대해서 구체적으로 잘 써놓고, 위반행위 유형도 촘촘히 잘 써놨습니다. 해당 행위를 한 사람은 얄짤없이 비밀유지서약 위반으로 책임을 지겠죠? 그런데 정작 해당 서약서에는 "본 서약서 상의 비밀유지의무를 위반할 경우 서약자는 이에 대한 손해배상책임을 진다."라고 쓰여있습니다. 


손해배상 주장과 그 입증은 "주장하는 자"인 회사가 합니다. 실컷 의무 위반을 입증하고서는 "손해 발생" 여부와 "손해액"도 힘들게 입증해야 하는 단계가 남은 것입니다. 사실 실무에서는 "손해액"의 입증이 가장 어렵습니다. 이때 회사의 입증 책임을 완화하기 위해서 "손해배상 예정액" 또는 "위약벌"을 설정합니다. (이 둘의 차이는 추후에 따로 글을 쓸 테지만) 간단히 이야기해서 의무를 위반한 것만 입증한다면, 그 사실만으로 특정 금액을 청구할 수 있는 것이죠. 물론 이것을 악용해서 비상식적인 금액을 특정한다면 감액되거나 무효가 될 수 있습니다.  


어떠신가요? 비밀유지서약서가 중요하다고 무작정 작성만 한다고 장땡은 아니겠죠? 법률 문서는 그 안에 여러 가지 트릭과 장치가 숨겨져 있습니다. 법률 문서 자체의 필요성을 잘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제대로" 설계하는 것 역시 중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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