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업무에 치이다 보니 브런치나 뉴스레터를 작성할 틈만 찾습니다.
전에는 글 쓰는 것이 나름 고통이었는데(창작?의 고통??) 일이 바쁘니 지금은 오히려 글을 쓸 때가 가장 즐겁고 기다려지더군요. 막간의 징징을 좀 했으니 이제 즐거운 마음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오늘은 대한민국 국민이면 거의 모두(?) 겪었을 "계약금"에 관한 내용입니다.
부동산 매매나 임대차 계약을 맺을 때 대부분 계약금을 냅니다.
그런데 사정이 생겨서 계약을 해제할 때 계약금만 포기하면 자유로울 수 있을까요?
그렇지 못한 경우도 있습니다. 이야기를 한번 따라와 보시죠.
녕구는 보증금 1억, 월차임 50만 원, 계약기간 2년 임대차 계약을 맺고, 보증금 10%를 계약금으로 계약서 작성할 때 지급했습니다.
그런데, 잔금 치르고 입주하기로 한 전날에 집 안에 큰돈이 들어갈 일이 생겼습니다. 녕구는 눈물을 머금고 1000만 원을 포기해서라도 계약을 해제하려고 했습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무슨 일입니까!
해제 안돼! 잔금 9000만 원 마저 내고 월 50 만씩 계속 내!
청천벽력 같은 말에 녕구는 망연자실한채 최철민 변호사를 찾아왔습니다. 도대체 무슨 일 있었던 것일까요?
세상에서 이루어지는 대부분의 유상거래에서는 계약금을 요구하고 그 계약금은 해약금으로 여겨집니다. 그런데 법적으로도 계약금과 해약금은 동일한 말일까요? (해약금은 계약을 해제하는 대가로서 내는 돈)
일단 법조문을 볼까요? 지루하고 어렵지만 이게 기본입니다.
민법 제565조(해약금) ①매매의 당사자 일방이 계약 당시에 금전 기타 물건을 계약금, 보증금 등의 명목으로 상대방에게 교부한 때에는 당사자간에 다른 약정이 없는 한 당사자의 일방이 이행에 착수할 때까지 교부자는 이를 포기하고 수령자는 그 배액을 상환하여 매매계약을 해제할 수 있다
계약금과 해약금은 엄연히 다른 용어입니다. 다만, 계약 당시에 당사자 간의 다른 약정이 없거나, 계약서에 별도의 특약이 없다면 계약금을 해약금 명목으로 지급한 것이라고 보는 것이지요.
"다른 약정"란 예를 들면 이런 것입니다.
"매매계약서 제5조 제1항
계약금은 어떠한 경우에도 해약금으로 해석되지 아니하며, 당사자는 계약금을 포기하거나 배액을 상환하는 방법으로 본 계약을 해제할 수 없다.”
빼도 박도 못하게 된 녕구는 억울했습니다. 그래서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변호사를 찾아갔지만, 최앤리가 아니라 김앤장을 가더라도 별 수 없죠.
민법 제565조에서 당사자간의 다른 약정을 이미 법조문에서 예정하고 있으니 "다른 약정 - 계약금은 해약금이 될 수 없다"라는 부분을 두고 강행규정 위반이니깐 무효라고 주장하기는 어렵습니다.
또한, 임대인이 "다른 약정"을 계약서 구석에다가 글자 크기 포인트 2, 회색 글씨로 써놨다면 사기를 주장해 볼수도 있겠지만, 그렇지 않았다면 계약서 특약을 제대로 보지 않은 녕구의 귀책사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101번째? 말씀드리지만 계약서가 이렇게 무섭습니다. 위 사례는 실제로 있었던 일입니다. 인생에 이런 일이 일어날 확률은 낮지만, 그 단 한 번이 인생을 휘청거리게 할 수 있죠. 건강 문제랑 법률문제가 그렇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