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성불요식계약 - 말로만 합의해도 유효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아무리 법 없이 사는 사람도 살면서 한번은 계약서를 쓰게 됩니다. 근로계약서, 임대차계약서 정도는 누구나 한번씩은 쓰게 되죠. 회사의 경우 계약서는 일기보다 많이 쓸 거예요. 회사가 어떤 법률행위를 할 때마다 계약서를 쓴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근로계약서, 임대차계약서, 대출계약서, 투자계약서, 용역계약서, 수임계약서 등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우리의 상상 속에는 계약서를 작성한다고 하면 당연히 당사자가 직접 대면해서 싸인이나 도장으로 서명, 날인을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직접 만나기 힘든 사이에서는 도대체 계약 체결을 어떻게 할까요? 요새는 전자계약서도 많이 쓴다던데 그게 효력이 있을까요? 또는 한쪽이 날인해서 팩스로 보낸 스캔본에다가 날인해도 유효할까요?
계약은 약속입니다. 약속은 그냥 서로 말로 하고 끄덕이면 끝나는 것이죠. 계약도 마찬가지 입니다. 계약당사자가 말로 어떤 사항, 조건에 대해 정하고 서로 동의한다고 합의하면 그걸로 계약은 즉시 효력이 생깁니다. 좀 어려운 말로 하자면 “낙성불요식(諾成不要式)”입니다. 어려워도 한자 풀이를 하면 끄덕여집니다.
우리나라의 계약은 기본적으로 “낙성 계약”입니다. “낙(諾)”은 “허락/동의할 낙”이고, “성(成)”은 “이룰 성”이지요. 즉 당사자가 말로 합의, 동의, 대답만 하면 계약이 성립된다는 뜻입니다. 그럼 아닌 것도 있나요?
네 있습니다. “요물 계약”이라고 하죠. 여러분이 지금 떠올리는 그 “요물”말고, “물건을 필요로 한다”라는 뜻입니다. 대표적으로 매매계약에서 계약금을 거는 행위(계약금 계약)가 대표적 요물계약이지요.
그럼 불요식 계약은 무엇일까요? “요(要)”는 필요할 요, “식(式)”은 형식의 식입니다. 형식이 필요한 계약을 말하는 것이죠. 불요식 계약은 그 형식이 필요 없는 계약입니다. 우리나라 대부분의 계약은 낙성 계약이면서 불요식 계약입니다. 반대의 요식 계약은 대표적으로 유언이 있지요.
한마디로 정리하면 “말로만으로 합의하면 그냥 계약 성립”입니다.
사실 대부분의 법적 분쟁은 법리 다툼보다는 “입증” 다툼입니다. 쉽게 생각하면 법적 분쟁에서 “주장”이 법리이고, “근거”가 입증이라고 할 수 있죠. 법리가 아무리 맞아도 그것을 뒷받침해 줄 사실관계가 틀리면 “말짱 꽝”입니다.
계약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자계약으로 체결하든, 일방만 서명해서 팩스로 보내든, 사진을 찍어서 보내든 상관없습니다. 중요한 것은 “이 계약서를 상호 합의로 체결한 것이냐”를 입증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부산에 있는 A라는 사람이 계약서에 자기 부분만 도장을 찍고, 팩스로 서울에 있는 B한테 보낸 뒤에 B가 이를 출력하여 자기 부분에 도장을 찍어도 그 계약은 유효합니다. 다만, 나중에 해당 계약서에 체결한 적이 있네 없네, 위조/변조를 했네 마네 하는 싸움이 일어날 경우에 문제 되는 것이죠.
이 경우 해당 계약서 스캔본으로 날인한 것을 사진 찍어서 메일이든 카톡이든 공유한 뒤 문제없다고 이야기를 나눈 증거가 있다면, 딴소리 못하는 것이죠.
이번 칼럼을 보신 분들이 적어도 “낙성불요식”이라는 짧고 굵은 단어를 기억하시면 의외로 유용하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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