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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Nov 11. 2017

친절한 '상표'는 거절한다.

불친절한 상표는 환영!

제주창조경제혁신센터에서 매월 진행하는 '런치합시다'에서 어느 분이 상담을 요청했습니다.

변호사님! 이번에 제주도에 있는 이색적인 호텔만 골라 정보와 가격 비교를 해주는 플랫폼을 개발했는데요, 다들 상표등록을 하라고 해서 염두에 뒀던 '이색호텔체크'로 신청했습니다. 사람들이 이 상표만으로도 어떤 서비스인지 쉽게 알 것 같지 않나요? 상표가 참 친절하잖아요! 이거 등록에 문제없겠지요?

......

A : 아아...아마 거절될 확률이 매우 높을 거예요. 상품 이름만 봐도 어떤 상품인지 그냥 알 수 있으니까요. 너무 친절해서 문제네요. 왜 그런지 자세히 알고 싶으시면...


빈도가 가장 높은 법률상담 중 하나는 상표에 관한 것 같아요.

그만큼 상표라는 것이 스타트업 초기 단계에서 한 번씩은 부딪치는 이슈가 아닌가 싶습니다. 이번 글만 습득하면 스타트업들이 상표를 고민할 때 허탕은 안 칠 것이라고 기대하며 시작해볼게요.




상호 vs 상표

많은 분들이 '상호'와 '상표'를 잘 구분하지 못합니다. 상호를 상표로 알고 있다가 나중에 계속 써오던 상호를 못쓰는 경우도 왕왕 발생합니다. 상표에 대해 설명하기 앞서 간단하기 상호와 상표를 구분해볼게요.

한 눈에 이해를 돕자면 밑에 사진을 보시면 됩니다. 법인등기부상에 있는 '삼성전자 주식회사'가 상호이고, 그 옆에 있는 '로고'가 상표입니다.

상호는 개인사업자나 법인 즉, 인(人)에게 부여됩니다. 반면 상표는 물건 또는 서비스에 붙입니다. 또한 상호는 세무서나 등기소에 신청하면 실질 심사 없이 등록되지만, 상표는 특허청이 실질 심사를 거친 뒤에 부여됩니다. 가장 큰 차이점은 상호의 경우에는 특별시, 광역시, 도 단위에서 유사 상호에 한해 그 배타적 효력이 있지만, 상표의 경우에는 전국적인 배타적 독점권이 부여된다는 것이죠. 따라서 상호권과 상표권이 충돌하면 상표권이 우세해요. 세계적인 추세에 따라 스타트업도 상호를 정할 때 상표와 상호를 동일하게 만들기를 추천합니다.

이제 본격적으로 상표 등록할 때 주의해야 할 점을 살펴보죠.




정로환


수능 보러 갈 때 확인하고 또 확인했던 준비물은 아마 정로환 아닐까요? 배가 화를 내려고 할 때 정로환이 가방에 없다면,,, 어후. 아무튼 모든 사람들이 한 번쯤은 먹어보거나 들어봤을 '정로환', 이것도 상표가 될 수 있을까요?

때는 무려 1992년! 오랫동안 '동성 정로환'이라는 등록 상표로 약을 판매해오던 동성제약이 '보령정로환당의정'이라는 상표로 약을 팔던 보령제약에 상표권 침해로 소송을 제기했습니다. 이 사건의 쟁점은 '정로환'이라는 명칭이 특정인에게 독점적인 사용을 허락할 만한 '식별력'이 있는 것인지, 모든 사람이 '보통 명사'로 인식해온 명칭인지였습니다.


보통명사는 안 된다


여러분이 보기에 어떤가요?

대법원은 '정로환'은 "이미 오래전부터 위장약의 보통명칭으로 인식돼 온 점"을 고려하여 정로환은 식별력을 가진 상표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상표법 제33조 제1항 제1호). 따라서 모든 제약회사가 '정로환'이라는 명칭을 자유롭게 쓸 수 있게 되었죠. 이처럼 상표법은 공익적인 관점에서 보통명사만 사용하거나 보통명사가 주된 상표일 경우에는 상표로 인정하지 않습니다.





상품을 설명하는 상표는 안 된다


상표등록거절 사유로 가장 많이 거론되는 것이 바로 '성질표시 상표'입니다. 성질표시 상표가 무엇이냐면 상표 자체가 원산지, 원재료, 효능, 용도, 사용 방법만으로 구성된 것을 말합니다. 상표 자체만으로도 상표 내용을 곧바로 알 수 있을 경우에는 성질표시 상표일 확률이 높죠. 상표를 설명하는 표장은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필요가 있기 때문에 특정인에게 독점 사용권을 주면 안 된다는 입법취지가 담겨있습니다. 성질표시 상표에 해당하는 예를 자세히 언급해볼게요.


1. 산지 표시


말 그대로 산지를 표시하여 해당 지역의 기후, 토양 등 지리적 조건과 관련한 해당 상품의 특성을 직감할 수 있는 상표를 말합니다. 그냥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은 '한산모시', '울릉도오징어', '영광굴비' 등이 있죠. 실제로 법정까지 갔던 사례로는 '안흥 찐빵'과 '보이차'가 있습니다. 그 지역 이름만 들어도 그 뒤의 상품이 바로바로 떠오를 정도이지요? 이런 상표는 안된다는 겁니다. 반면, 표시된 지역이 지정상품과 관계가 없을 경우에는 산지 표시로 보지 않아 상표 등록이 가능합니다. 실제로 '장수구들' 같은 경우는 특허청이 등록 무효라고 했지만, 법원에서는 '장수에서 구들 돌이 생산되기도 하고 구들 돌이 돌침대에 사용되기는 하나, 장수에서 돌침대가 생산되는 것도 아니고 구들돌이 돌침대와 직접 관련이 있는 것도 아니다'라고 해서 상표등록이 가능하다고 보았습니다.



2. 원재료 표시


상품의 주원료, 주요 부품 뿐 아니라 보조 원료, 보조부품이라 하더라도도 해당 상품의 성능, 효능에 중대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이면 원재료 표시에 해당합니다. 냉면 상표로 '야콘', 샴푸 상표로 '케라틴'처럼 원재료 이름을 사용한 경우가 이에 해당합니다.

반면, 매일 아침 우리 장을 비워주는 '불가리스'는 어떨까요? 불가리스도 원재료 표시로 문제가 됐었죠. 법원은 불가리스가 유산균 종균인 "Bulgaricus"나 국가 명칭인 "불가리아"를 직감적으로 떠올리지 않는다고 상표등록거절 사유로 보지 않았습니다.

이와 중에 매일 유업에서 '불가리아'라는 요구르트를 만들었다가 남양유업에게 호되게 당한 후 장수나라로 이름을 변경하고 이어서 오늘날 유명한 '도마슈노'로 바꾸었죠.

불가리스 vs 불가리아
불가리아 -> 장수나라 -> 도마슈노
참 입에 안 붙는 이름....도미노슈?



3. 용도와 효능 표시


상품에 상표를 붙이고 싶을 때 많은 분들이 해당 상품의 내용을 최대한 설명하고 싶어 합니다. 특히 그 용도와 효능에 대해서요. 상품을 보는 사람들이 상표만으로도 이해를 돕고 흥미를 끌게끔 말이죠. 아이러니하게 이러한 의도가 상표 등록 요건과는 정반대입니다 것을. 실제 사례로 마스카라의 상표를 'decoration eyes', 매니큐어 상표를 'color wearing'로 신청해서 등록 거절된 경우가 있습니다. 딱 보아도 효능이나 용도를 표시한 상표이죠?




일단 '키프리스'에서 검색!!


염두에 두고 있는 상표를 결정했다면 곧바로 특허청에 상표등록신청을 하면 안 됩니다. 생각보다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생각을 하기 때문에 자기의 기발한 상표가 이미 등록되어 있을 수 있습니다. 그래서 일단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있는지 먼저 검색해봐야 합니다. 어디서 하냐구요?


특허정보검색서비스(키프리스) : http://www.kipris.or.kr/khome/main.jsp

키프리스 메인 홈페이지


여기입니다. 자신이 신청하려는 상품분류에서 동일하거나 유사한 상표가 없는지 검색해보면 됩니다. 먼저 출원 신청한 타인의 상표가 거절된 경우에는 그 거절 이유까지 자세히 볼 수 있습니다. 처음부터 다짜고짜 신청부터 하면 신청 비용만 낭비할 수 있거든요(신청비용은 1상품류구분마다 62,000원, 우선심사청구는 160,000원).

정리하자면 상표는 뻔하고 딱 봐도 그 내용을 알 것 같은 명칭은 안됩니다. 식별력이 없어서요. 그리고 이미 등록된 상표와 동일한 것은 물론이고 유사한 경우에도 안됩니다. 상표는 독점적이니까요.




위에서 언급한 것들은 주로 문제되는 것만 이야기한 것입니다. 다른 등록 거절 사유는 상표법 제33조, 제34조에 나열되어 있으니 참고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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