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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Apr 10. 2018

개발자와 디자이너의 저작물은 무조건 회사 소유인가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의 모든 것.

변변찮은 최변



개발자의 시각


게스트하우스 예약 플랫폼 서비스를 하는 회사가 개발자인 내게 의뢰를 했다. 제주도에 있는 모든 게하의 정보와 사진을 줄 테니 직관적이고 군더더기 없는 웹페이지와 앱을 만들어 달라고 했다. 난 챗봇 전문가로 이 업계에서는 꽤나 유명하다. 회사가 요청한 데로 내 챗봇 기술을 이용해 괜찮은 앱을 만들어줬고, 개발비를 받고 끝냈다. 그런데 어느 날 이 회사 대표가 이 프로그램을 만든 저작자가 자기 회사라고 하고 다니지 않는가?!

아니 엄연히 내가 만든 것인데, 돈을 줬다고 자기네가 만든 것인가?




회사 대표의 시각


난 호텔 연회장 예약 플랫폼을 서비스를 제공하려는 회사 대표이다. 우리 회사에는 별도의 개발자가 없어 앱 개발을 외주로 돌리기로 했다. 기존에 없던 솔루션을 기획하여 구체적인 앱 화면, 구동 특성 등을 전부 정해서 개발자에게 이렇게 구현하라고 의뢰했다. 제작 비용과 공간도 제공했다. 나는 개발자의 작업 중간에도 수시로 결과물을 확인하고 내가 기획한 것으로 벗어나지 않게 지속적으로 관여했다. 용역 의뢰가 무사히 끝나고 6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이 개발자가 공개 설명회에서 우리 프로그램을 자신이 개발한 앱으로 자기가 저작자라고 자랑을 하고 있지 않은가? 단순히 프로그래밍만 했으면서 무슨 저작자?





안녕하세요. 변변찮은 최변입니다.

독자분들이 저작권을 다뤄달라고 요청해주셔서 오랜만에 저작권으로 갑니다!


내용에 들어가기 앞서 간단히 용어 정리를 하겠습니다. 다른 영역도 그러겠지만 특히 '법'에서는 용어 정의가 무척 중요합니다. 해석에 따라 권리관계가 뒤바뀔 수도 있으니까요.


저작자는 말 그대로 저작을 한 사람입니다. 저작물을 창조한 사람이죠.

저작권법 제2조 제2호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작한 자를 말한다.

저작권자는 뭘까요? 저작권을 보유하고 있는 사람이죠. 그럼 왜 저작자와 저작권자를 왜 구분할까요? 일반적으로는 '저작자 = 저작권자'가 됩니다. 그런데 간혹 '저작자 ≠ 저작권자'일 경우도 생깁니다.


저작자는 저작물을 창조한 사람이고, 저작권은 저작물을 창작한 때부터 발생합니다. 특허처럼 별도 등록을 할 필요가 없어요. 그리고 저작자가 제3자에게 저작자의 지위를 양도할 수도 없습니다. 한번 저작자는 영원한 저작자이죠. 반면, 저작권(저작재산권)은 양도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저작물을 직접 만들었음에도 저작자가 될 수 없는 아아아주 예외적인 경우가 있습니다.


그건 바로!


업무상 저작물


일단 법조문부터 확인!

저작권법 제2조(정의) 제31호  "업무상저작물"은 법인·단체 그 밖의 사용자(이하 "법인 등"이라 한다)의 기획 하에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작성하는 저작물을 말한다.
저작권법 제9조(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법인등의 명의로 공표되는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는 계약 또는 근무규칙 등에 다른 정함이 없는 때에는 그 법인등이 된다. 다만, 컴퓨터프로그램저작물(이하 "프로그램"이라 한다)의 경우 공표될 것을 요하지 아니한다. 


회사 소속 디자이너나 개발자들이 회사의 업무로 창작을 할 경우에는 비록 디자이너와 개발자가 창작을 했지만, 저작자는 '회사'가 됩니다. 아주 예외적인 경우이지요. 해당 저작물이 회사의 명의로 공개되어야 하지만, 컴퓨터프로그램의 경우에는 회사 이름으로 공표되지 않아도 회사가 저작자가 됩니다. 


해당 직원은 회사에 필요한 창작을 하기 위해 고용되었고, 회사는 해당 직원이 회사에 필요한 창작을 위해 공간, 재료, 비용 등을 제공합니다. 또한, 회사의 기획에 따라 제작합니다. 따라서 디자이너나 개발자가 회사에 해당 업무를 위해 취직을 한 경우에는 저작자가 회사가 되는 것이 이해가 됩니다. 





문제 되는 경우는 글 맨 앞 사례와 같이 '용역, 외주'를 주는 경우입니다. 

외부인에게 웹디자인이나 프로그램 개발을 맡긴 경우에는 일반적으로 외부 디자이너, 개발자가 저작자입니다.

그런데 이 경우에도 애매한 경우가 있습니다. 


애매한 경우

발주자(회사, 공공기관 등)가 전적으로 디자인이나 프로그램에 대한 구체적인 기획을 하고 투자를 합니다. 디자이너, 개발자의 인력만을 빌려 위탁하고 그 결과물을 오로지 발주자만을 위해서 개발, 납품한 경우는 어떨까요?



실제로 있었던 사건입니다. 대법원까지 가서 아래에 유명한 판례를 남겼지요(어려우면 건너뛰기).

도급계약의 경우에는 저작권법 제9조 업무상저작물의 저작가 규정이 적용되지 않는 것이 원칙이지만(회사가 아니라 개발자가 저작자임), 주문자가 전적으로 프로그램에 대한 기획을 하고 자금을 투자하면서 개발업자의 인력만을 빌어 그에게 개발을 위탁하고 이를 위탁받은 개발업자는 당해 프로그램을 오로지 주문자만을 위해서 개발ㆍ납품하여 결국 주문자의 명의로 공표하는 것과 같은 예외적인 경우에는 법인 등의 업무에 종사하는 자가 업무상 창작한 프로그램에 준하는 것으로 보아 저작권법 제9조 업무상저작물의 저작자 규정을 준용하여 주문자를 프로그램 저작자로 볼 수 있다(변변찮은 최변 각색).

대법원은 1. 발주자가 전적으로 기획, 2. 개발자의 인력만 필요, 3. 결과물이 오로지 발주자만을 위함. 이렇게 3가지 요건이 충족된다면 도급계약(외주, 위탁, 용역 등)이어도 업무상 저작물로 인정할 수 있다고 보았습니다.




미국에서도 비슷한 판례가 있었습니다. 게임회사에 소속된 게임마스터의 해설 녹음이 문제가 됐습니다. 게임마스터가 퇴사한 이후에도 회사가 해설 녹음을 홍보용 뿐 아니라 게임 자체에도 사용하여 게임마스터가 소송을 제기 했습니다.

그런데 미국 캘리포니아 1심 법원과 순회항소법원은, 

1. 피용자가 동종의 창작을 수행하기 위해 고용되었을 것(“it is of the kind [the employee] is employed to perform;”), 

2. 그 창작이 사용자로부터 부여받은 시간과 공간에서 실질적으로 이루어졌을 것(“it occurs substantially within the authorized time and space limits;”),

3. 적어도 일부가 사용자에게 제공될 목적으로 이루어졌을 것(“it is actuated, at least in part, by a purpose to serve the [employer].”). 

이라는 업무상 저작물의 저작자 요건을 제시하고, 해당 사건이 세 가지 요건에 부합하여 업무상 저작물로 보았습니다.


어떤가요? 납득이 되나요? 개발자/디자이너와 회사 사용자 입장에 따라 다를 것 같네요.




맨 처음 사례를 풀어 볼까요? 대법원 판례에 따른다면,


사례 '개발자 시각'은 개발자가 저작자로 보입니다. 원칙적으로는 도급계약에서는 업무상 저작물 규정이 적용되지 않습니다. 해당 사례는 대법원이 제시한 요건에도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면, 사례 '회사 대표의 시각'은 회사가 전체적인 기획을 하고, 비용과 공간을 제공했습니다. 또한, 회사가 개발 과정에서 지속적으로 개입하여 해당 회사만을 위한 프로그램을 만든 것입니다. 따라서 이 사례는 도급계약임에도 대법원 판례에 따라 저작권법 제9조이 준용되는 업무상 저작물로 볼 수 있을 것 같네요.




현실에서는 절충안들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비록 사례와 같이 용역/외주/도급계약이라도 저작자는 디자이너/개발자로 하되, 모든 저작권(저작재산권)을 회사로 양도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또는 공동저작물로 합의할 수도 있으나 이 경우에는 저작권을 행사하는데 공동저작자 모두의 동의를 받아야 하는 제약이 있죠.



개발자로 취직을 하거나 또는 개발자를 고용할 때, 용역을 받거나 맡길 때 이러한 내용을 알고 있다면 계약 맺을 때 서있는 위치가 다르겠죠?



* 최앤리 법률사무소의 최철민 대표변호사가 스타트업 / 중소기업에게 꼭 필요한 법알약을 매주 처방해드립니다. 최앤리 법알약 뉴스레터 구독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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