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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May 13. 2019

한국 파도에서 무슨 서핑을 해

감질나는 한국 파도

서핑을 한다고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아니, 한국에서도 서핑할 곳이 있어요?", "한국 파도에서도 서핑이 가능해요?", 좀 더 나아가 "응, 우리나라는 서핑하는데 아니야" 였던 것 같습니다. 한국 주말 서퍼인 제가 듣기엔 이마를 빠직하게 하는 말들이죠. 


뭐, 그럼 난 매주 뭐 어?! 삽질하러 가는 건가?!


흥. 파도 있어요. 암요. 있고 말고요. 우리나라 나름 삼면이 바다이고 제주도도 있답니다. 하와이처럼 항상 꿀 파도가 들어오지는 않지만(하와이마저도 매일 꿀 파도는 아니라는) 아래와 같은 파도들도 종종 만나볼 수 있어요. 단, 차트를 보고 찾아다녀야 하기 때문에 굉장한 부지런함이 필요하지만요.


왼쪽위부터 제주도 중문, 서해 만리포, 동해 양양, 부산 송정 @일부 사진은 서프엑스 카페




파도는 어떻게 만들어질까요?


뉴스를 보면 인도네시아나 일본에서 지진이 발생하면 지진해일인 쓰나미가 밀려오는 경우를 본 적이 있을 겁니다. 깊은 바다의 해양지각에서 지진이 일어나면 그 영향으로 작은 출렁임이 생긴 것이 해변까지 증폭되어서 거대한 파도로 밀려오는 것이죠. 그런데 서핑을 하는 파도는 이런 쓰나미가 당연히 아닙니다. 쓰나미는 파고가 5미터가 넘고 거대한 것은 20~30미터나 된다고 하니 일반적으로 서핑을 하는 파도가 아니죠. 물론 포르투갈 나자레 같은 빅 웨이브가 있습니다만 전 죽고 싶지는 않아서....

이것이 쓰나미 원리  ©구글 이미지
포르투갈 나자레, 빅 웨이브 © RICARDO BRAVO


서핑을 위한 파도는 먼 바다에서 바람으로 생긴 잔물결이 만들어낸 파도입니다. 먼 바다에서 한 방향으로 부는 바람이 해수면에 잔물결들을 만듭니다. 이러한 잔물결들이 계속해서 중첩되고 증폭되어가면서 에너지를 키워가죠. 고등학교 때 배웠던 기억을 긁어모으면, 파도 그 자체는 앞으로 이동하지 않고 위아래로 움직이지만, 파동은 방향성을 갖고 전진한다는 알다가도 모를 이야기가 기억나죠? 이렇게 커지면서 전진하는 파동이 점점 높아지는 해저를 만나 부딪치면서 점점 그 파장이 짧고 높아지게 됩니다. 그러면 파도도 짜부라지면서 높이는 커지게 되겠죠? 그렇게 파도의 높은 부분이 결국 중력을 이기지 못하고 깨질 때 바로 '그 파도'를 서퍼들이 타는 것입니다.

서핑은 어느 스포츠보다 자연에 절대적으로 종속되는 운동입니다. 서핑을 제대로 즐기기 위해서는 어려워도 파도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죠. 그래서 좀 어렵고 따분할 수 있지만 파도의 생성원리를 설명해보았습니다.

이것이 일반적인 파도 원리  @구글 이미지

그래서 한국 파도는 어떤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우리나라는 거대한 대양과 맞닿아있는 일본, 대만, 호주, 하와이, 캘리포니아와 같은 나라와 달리 3면이 바다임에도 남쪽과 동쪽은 일본이 딱! 하고 태평양을 막고 있습니다. 대양과 맞닿아 있는 나라는 대체로 연중 대양의 스웰(대양에서 바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파랑의 규칙적인 궤도운동)을 직접 받지만 우리나라는 그렇지 못합니다. 일본이 태평양이 주는 좋은 파도는 다 가져가는 반면 쓰나미까지 대신 받아주는 고역도 맡고 있죠.

거봐 우리나라는 서핑하는 데 아니라니깐?


뭐, 사실 한국은 대만, 발리, 하와이에 비해서는 서핑하기 불리한 환경이지만 나름 감질나는 파도가 있습니다. 그 감질나는 한국 파도 특성으로 아마 한국 서퍼들이 그렇게 "악바리"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나라는 3면이 바다이고 동해랑 남해는 수심도 깊고 모래 해변도 많습니다. 특히 계절에 따른 바람인 계절풍의 영향을 강하게 받습니다. 대기의 대순환으로 인한 무역풍, 편서풍과 달리 우리나라는 편서풍 영향 지역임에도 대양과 대륙 사이에 끼어있어서 실제로는 계절풍의 영향이 큽니다. 즉, 여름에는 남동풍, 겨울에는 북서풍, 북동풍이 부는 것이죠. 본의 아니게 또 어려운 용어를 남발하네요.


여하튼, 거칠게 이야기하면 한국에서 여름은 남쪽 스웰을 받고, 겨울에는 북쪽 스웰을 받는다고 생각하면 됩니다. 실제로 적용해보면 남해, 제주도 남쪽, 부산은 대체적으로 여름 전후가 좋고, 제주도 북쪽, 동해 라인은 보통 겨울 전후가 좋다고 볼 수 있습니다. 물론 대체로 그렇다는 말이죠. 그리고 한국 서퍼들은 '역스웰'이라는 말도 종종 사용합니다. 예를 들어 제주도 북쪽에서 바람과 파도가 지나치게 세면 스웰이 제주도 옆으로 돌아서 제주도 남쪽인 중문 해수욕장에 꽂힐 때가 가끔씩 있습니다. 그럴 때 가끔 꿀 파도가 들어오죠. 복권 당첨된 기분이랄까.

제주 남쪽 중문해수욕장, 듀크 포인트

파도 이야기를 하자면 끝도 없고 워낙 예외도 많아서 이 정도에서 멈춰야겠습니다(사실 아는 게 여기까지). 오늘은 서핑을 위한 가장 기본적인 파도 공부를 했으니 다음 편에서는 좀 더 낭만적인 이야기로 찾아뵐게요.


감사합니다. 샤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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