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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Apr 26. 2019

수트만 있으면 겨울 서핑도 문제없죠(너란 물욕 2편)

해외 서핑 영상에 나오는 서퍼들은 대부분 비키나 보드숏만 입거나 반팔을 입고 있죠. 맑은 날씨에 햇빛에 부서지는 쨍한 파도들, 그리고 그 위에서 최소한의 옷만 걸치고 서핑을 하는 자유로운 서퍼들의 모습.



#현실은 검정 물개들


한국의 현실은 다릅니다. 막상 한국에서 서핑을 접하게 되면 8월을 제외하고는 보드숏, 비키니는 보기 힘들거에요. 물개들 마냥 시커먼 서핑 수트를 입은 모습만 보게 될 겁니다.

사실 서핑을 시작하게 되면 먼저 사야하는 필수품이 바로 서핑수트입니다. 아이러니하게 서핑에서 가장 늦게 사는 용품이 아마 서핑보드일거에요(앞 글 '서핑보드 편' 참조). 이게 또 돈이 어마어마하게 들어가요. 계절마다 입어야 하는 수트도 다르고, 금방 닳기도 해서 생각보다 자주 구매하게 됩니다.


서핑 물개들

물론, 서핑수트도 서핑보드처럼 렌탈해서 입어도 됩니다. 그러나 아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그 서핑수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쉬야'의 흔적이 있을 거예요.....아무리 물로 행군다고 하지만 내 '쉬야'가 아니라 남의 '쉬야' 이니. 남의 속옷도 안 입는데 하물며 남이 '쉬야'한 것을 맨몸으로 입어야 한다니,,,, 어휴. 전 못하겠습니다. 아니  수트에 "쉬야"를 하나 미쳤나? 생각하실수도 있지만 웻수트를 한번 입고 입수하면 다시 벗고 입기란 여간 고통스러운 일이 아니죠.  "쉬야" 때는 망설이지만 한번 해보고나면 거침없죠^^

전 서핑 시작하자마자 수트를 샀기 때문에 처음 입문할 때 딱 한번만 남의 수트를 입어봤었죠.  


자, 그러면 이제 서핑수트의 역할과 계절별 차이, 브랜드 등을 살펴볼까요?




# 서핑수트의 역할


  하나마나한 소리이긴 하지만, 서핑수트는 당연히 체온을 유지하기 위해 입습니다. 그런데 여기서 알아야 할 점은 물은 땅이나 공기에 비해 온도의 변화도 적어, 늦게 데워지고 늦게 식습니다(비열의 차이 - 단위 질량의 물질 온도를 1도 높이는 데 드는 열에너지 차이, 물 > 땅, 공기). 그래서 6월초쯤에 날이 더워진다고 보드숏이나 비키니만 입고 바다에 들어갔다가는 얼어죽어요. 물론 제 서프버디 중 한 명은 4월초에도 비키니를 입고 들어가지만요. 전 세계에 이 친구 한명일 듯.


  그러면 서핑수트는 단순히 물과 피부의 접촉을 차단하는 것일까요? 아닙니다. 서핑수트를 보통 "웻수트"라고 하는데요, 말 그대로 "젖은 수트"입니다. '아니 얼어죽게 생겼구만 물이 들어온다고?'라고 놀라실 분도 있을거에요. 웻수트는 기본적으로 신체에 밀착되어 있습니다. 그래도 본드로 붙이는 것은 아니니 약간의 틈이 있겠죠? 바로 그 틈으로 물이 들어오게 되는데, 다만 그 물의 양이 매우 적지요. 그래서 바로 따뜻한 체온에 의해 유입된 물이 데워지는 겁니다. 이러한 방식으로 웻수트는 체온을 유지하도록 돕습니다.


  물론 물이 한방울도 들어오지 않게 설계된 수트도 있어요. 바로 "드라이 수트"입니다. 1~2월 한겨울 동해의 물은 정말 얼음장처럼 차가워요. 웻수트에 아무리 소량으로 물이 들어오고 체온에 의해 데워진다고 해도 찬물과 찬바람을 견디기에는 좀 힘들어요(물론 전 버텼습니다만, 얼어죽는줄). 그런데 드라이수트는 정말 물이 거의 안 들어온다고  합니다. 저도 입어보지는 않았는데요. 일단 부츠가 일체형이고 소재 자체가 달라 찬물이 스며들지 않습니다. 물이 좀 들어오는 경우는 큰 파도에서 말려 '통돌이'를 당할 때라고 하네요. 이때는 뭐 장사없죠.

좋은 건 다 이유가 있음. 무지무지 비쌈

그런데 여러분, 웻수트와 드라이수트의 현실적으로 가장 큰 차이점은 무엇일까요? 아까부터 자꾸 더러운 이야기로 몰로가는 것 같지만....바로 '쉬야' 입니다^^ 웻수트는 물이 어느정도 들어오고 나가기 때문에 '쉬야'를 해도 빠져나가고 잠시나마 "온천"에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죠. 아 너무 더럽나요? 하지만 겨울서핑하는 분들은 알 겁니다. 때가 얼마나 훈훈 순간인지.

아무튼, 드라이수트를 입었을  그 안에 '쉬야'를 하면 난리납니다. 반드시 화장실에 가야하죠. 다만, 드라이수트는 웻수트에 비해 입고 벗기가 쉬워서 생각보다 불편하지 않다고 합니다. 저도 올해 겨울부터는 드라이수트를 장만하려고 합니다. 아...현실적으로 중요한 부분을 빼먹었네요. 드라이수트는 맞춤으로 하는 거라 매우매우 비쌉니다. 100만원에 육박!! 웻수트는 20~40만원선!!




# 계절별로 다른 서핑수트의 종류


  우리나라가 사계절이라는 것이 정말 좋지만, 이래저래 돈이 많이 듭니다. 수온도 계절별로 크게 달라 사계절 서핑을 하는 사람들은 계절에 따른 서핑수트가 여러개 있을 겁니다. 웻수트의 두께는 일반적으로 2mm ~ 5mm까지 있습니다. 그런데 서핑에 막 입문하시거나 초보분들은 주변에서 "5,4미리 4,3미리 3,2미리 수트"라고 말하는 것을 자주 들어보셨을 거에요. 두께를 말하는 것 같은데 정확히 무슨 말인가 헷갈렸 겁니다. 보통 표기를 예를들어 "4/3mm"라고 하죠.

물 속에 있고 움직임이 적은 다리와 몸통이 두껍고, 물 밖에 있고 움직임이 많은 어깨와 팔 부분이 보통 한 단계 얇습니다. 따라서 "4/3 수트"라고 하면 다리와 가슴, 등이 4mm이고 어깨, 팔 부분이 3mm인 것이죠. 가릿?



"5/4mm"는 당연 한겨울 수트입니다. 가격도 가장 비싸고 입는 것도 가장 힘들며 패들할 때도 어깨가 빠질 정도로 힘듭니다. 그래도 추운데 장사없죠. 여기서 주의해야할 점은 한겨울 수트라고 해서 12월~2월까지만 입는 것이 아닙니다. 앞서 말한 것과 같이 물은 비열이 커서 기온보다 늦게 따뜻해 집니다. 12월 바다보다 3월바다가 훨씬 춥지요. 바다의 계절은 반계절 정도 늦는다고 생각하면 편해요. 그래서 사람마다 다르지만 전 워낙 추위를 많이 타서 12월 중순부터 4월 중순까지 "5/4mm"를 입어요. 하나 또 알아두실 점은 제주도는 동해나 서해와 다릅니다. 전 제주도에서 한겨울에도 "4/3mm"입고도 버텼어요. 제주도 수온은 동해나 서해의 것보다 반계절 빠르다고 생각시면 됩니다.

후드도 달려있는 파타고니아 5/4mm 웻수트


"4/3mm"는 간절기 수트라고도 할 수 있는데요. 사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전 "4/3mm"가 가장 많이 는 수트라고 생각합니다. 제 기준으로 보통 4월말부터 6월초까지 입고, 10월 중순부터 12월까지 입습니다. 사실 대부분 서퍼들이 겨울서핑은 하지 않는다고 했을때, 실질적으로 가장 오랜 기간동안 입는 수트가 바로 "4/3mm" 인 것 같아요. 물론 같은 두께의 수트라도 그 등급에 따라 차이가 많이 납니다. 싼 것은 가슴과 등에만 기모가 붙어있지만, 최상급은 전체에 기모가 붙어 있기도 죠. 그래서 누가 저에게 "수트 사야하는데 몇 미리를 사야해? 일단 하나만 사려고 하는데"라고 하면, "4/3mm 수트"를 사라고 추천해줍니다.


엑셀 3/2mm 웻수트. 3mm부터는 밝은색으로다가

"3/2mm"야말로 제 생각에 정말 간절기 수트라고 생각합니다. 물론 앞서 말했듯이 등급에 따라 차이가 크기 때문에 최상급 "3/2mm"가 낮은 급 "4/3mm"보다 따뜻할 수 있긴하죠. 하지만 이 글에서는 일반적인 부분을 말하니까요. "3/2mm"는 "4/3mm"를 입기에는 좀 덥고 답답한데, 스프링수트를 입기에는 추울 때 입어요. 그런데! 여기서 팁하나! "3/2mm"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바로 "롱존" 수트와 "자켓"을 같이 입는 거에요.


롱존만 입으면 스프링수트가 되고 같이 입으면 "3/2mm"가 되는 것이죠. 롱존 자켓의 간지란!


고오오오급진 매튜스 서핑수트


스프링수트는 이름과 달리 여름에 입는 수트입니다. 스프링수트의 종류도 여러가지이죠. 남자 스프링수트는 긴바지와 민소매로 이루어진 것이 "롱존", 반바지와 반팔 또는 민소매로 구성된 것은 "숏존"입니다. 여성의 경우에는 보통 하의 부분이 반바지나 팬티라인으로 되어 있죠.


사실 서핑 수트 간지는 "자켓"이죠. 흔히들 "타파"라고 하지만 "자켓"이 올바른 표현이라고 하네요. 1~2mm 네오프렌으로 되어있는 상의 자켓입니다. 앞 부분에 지퍼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이 있는데 개인적으로 실용성과 멋 부분에서는 지퍼가 있는 것을 추천해드립니다. 자켓은 활용도가 생각보다 큽니다. 롱죤, 숏존에도 입을 수 있고 워터레깅스나 보드숏에다가 입을 수도 있죠.

파타고니아 자켓. 서핑 간지는 뭐다?  타파 간지다.


아니, 선생님! 그럼 도대체 비키니랑 보드숏은 언제 입나요?


사실 제주도가 아니고서 동해바다에서는 비키니나 보드숏만 입고 서핑을 할 일은 많지 않아요. 수온으로 볼 때 8월이나 9월초에나 가능하지만 보통 그 시기에는 동해바다에 파도가 없습니다. 흔히 말하는 "장판"이죠. 그래서 아마 서핑을 처음 입문하신 분들은 대체로 여름에 서핑하러 갔을테고, 호수 같은 바다에서 물장구만 치다가 돌아오셨을 거에요. 그래도 서핑에 빠지게 되시면 제주, 발리나 필리핀 등으로 트립을 가시게 될 터이니 이쁜 아이로다가 한두벌 쯤은 준비해두시길.

 



 마지막으로 제가 아는 브랜드들을 휘릭 언급하고 마무리할게요. 수트 브랜드에 대해서도 좀 이야기해보려고 했는데 이미 너무 많은 이야기를 쏟아냈네요. 유명한 순서도 아니고 그냥 생각나는 브랜드입니다.

립컬, 엑셀, 빌라봉, 파타고니아, 오닐, 헐리, 매튜스, 퀵실버, 서플로, 배럴, 하이퍼플렉스 등등 입니다.  중에서 서핑수트를 사시면 무난할 겁니다.


두편 연달아 물욕에 대해서 이야기 했으니, 다음 편에는 다시 공부를 하겠습니다.  바로 파도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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