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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변찮은 최변 Apr 08. 2019

서핑보드는 언제, 어떤것을 사나요? (너란 물욕 1편)

웰컴투 딩 월드

얼마 전  "두시탈출컬튜쇼" 라디오를 듣다가 깔깔 웃었던 사연이 있었습니다.

어떤 여자분이 취미로 수영을 하게 되었는데, 수영 그 자체보다는 수영복에 빠진 것입니다. 수영복을 입기 위해 수영을 한다는! 그래서 사모으게 된 수영복을  자그마치 100여벌. 집에서 요리할 때도 빨래할 때도 청소할 때도 수영복을 입고 다녀서 아이들과 남편이 질색팔색 하지만 본인은 행복하다고.


수영도 저럴진데 "간지"가 생명인 서핑은 오죽할까요?

간지하면 "알렉스 노스트"

알렉스 노스트(ALEX KNOST)처럼 탈 수 있으면 이마트 스폰지만으로도 간지가 철흐르겠죠(오히려 더 흐를지도). 안타깝게도 우린 알렉스가 아니니까요. 값비싸고 아름다운 장비가 필요합니다. 암요.  


서핑보드만 있으면 될 것 같은데 막상 서핑의 세계에 들어오면, 물욕을 자극하는 장비들이 상당합니다. 서핑 용품들이 좀 예쁘나요? 내가 생각한 대로 움직일 것 같은 매끈하고 아름다운 서핑보드부터 거의 유일한(?) 패션을 뽐낼 수 있는 판초까지 아주 다양하게 있습니다. 당신의 서핑간지를 무려 "1"정도 높여줄 장비들을 소개할게요. 이번 편은 서핑보드!

언제쯤 타보려나, 맥타비쉬 서핑보드


#서핑보드, 언제 사야하나요?


장비부터 장만해야 직성이 풀리시는 분도 있지만(저도 그렇습니만...). 서핑은 간곡히 말리겠습니다. 서핑이 다른 운동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은 것 같아요. 서핑 자체를 하기 위한 여정 및 환경도 우호적이지 않고, 라이딩 시간도 짧으니 연습시간이 절대적으로 적죠. 무엇보다 어느 정도 보드 컨트롤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하드보드를 타는 것은 위험해요. 하드보드는 타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다른 서퍼들에게 아주 위협적인 흉기가 될 수도 있거든요.


처음에는 렌탈 스폰지 보드로 입문하게 됩니다. 다루기가 부담이 없고 누군가와 부딪쳐도 비교적 덜 위험하죠. 그리고 부력이 매우 좋아서 파도도 잘 잡힐 뿐아니라 테이크 오프(보드에서 일어나기)해서 안정적으로 직진 라이딩이 가능합니다. 하드 보드를 타다가 스폰지보드를 타면 마치 통통배를 타는 느낌이랄까요. 

안정적인 스폰지보드 라이딩 @서퍼랑


#처음에는 스폰지보드를 추천


초반부터 자신의 보드를 구매하고 싶다면 스폰지 보드를 구매하는 것을 추천해요. 스폰지 보드는 이마트와 코스트코에서도 구매할 수 있습니다. 이마트 보드는 일반적인 롱보드 길이인 9피트 정도인데, 코코보드는 8피트이어서 이마트 보드가 타기 수월합니다. 대체로 길이가 길면 파도를 잘 잡을 수 있고, 안정적인 라이딩도 할 수 거든요. 다만, 물건이 늘 있는 것이 아니라서 발품을 팔으셔야 해요. 물건이 들어오면 금방 동이 난다고 합니다. 가격대는 대충 10만원 중반(코스트코)부터 20만원 초반(이마트)정도. 

왼 : 이마트 스폰지보드              오른 : 코스트코 코코보드


보드를 구매하게 되면 사실 운반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두 가지 방법이 있어요. 하나는 샵에 보드 키핑하기. 초보자 입장에서는 지속적으로 배워야하기 때문에 특정 서핑샵을 정해서 장기보관(키핑)을 하는 것을 추천합니다. 보드 키핑 비용은 대체로 20만원 중반부터 40만원대까지 있습니다. 1년 단위로 하는 곳도 있고 시즌(4월부터 10월까지) 기간동안에만 하는 곳도 있습니다. 여기에는 샤워비용(보통 3000원에서 5000원)도 포함되죠.


다른 하나는 차에 랙을 올려서 보드를 가지고 다니는 것입니다. 이 방법은 1. 차도 있어야 하고 2. 루프랙도 있어야 하고 3. 집에 보드 보관할 공간도 있어야 하고 4. '부지런함'도 있어야 합니다. 그러니 초보자들이 하기에 쉬운 방법은 아니죠.

매주 열일하는 내 노새


또 하나의 방법은 마음에 드는 서핑샵을 고르셨다면, 시즌권을 구매하는 방법이 있습니다. 시즌기간 동안, 강습+보드렌탈+(수트)를 제공합니다. 샵에 따라 수트는 별도로 하는 경우가 있어요. 시즌권을 끊으면 말 그대로 몸만 가면 됩니다. 아무래도 입문자나 왕초보일 때에는 각별한 지도가 필요하고, 장비 운반과 관리의 수고를 줄여야하니 시즌권도 좋은 선택인 것 같아요. 비용은 대체로 80만원에서 100만원 정도인 것 같습니다.


스폰지보드를 언제까지 타야 하는지 질문이 많은데요, 저 같은 경우에는 사이드라이딩 연습을 시작할 무렵에 하드보드를 탔습니다. 이 부분도 지도자마다 달라서 스스로 파도를 잡아탈 무렵부터 하드보드를 타라는 경우도 있고, 사이드라이딩이 어느정도 완성된 다음에 바꾸라는 경우도 있죠. 각자 선생님의 지도에 따르시길!




자, 이제 스폰지보드를 졸업하셨다고요?


환영합니다. 딩의 세계로.


제 경험상 스폰지보드에서 하드보드로 옮겨갈 때 가장 먼저 와닿는 차이점은 보드 관리입니다. 하드보드는 구매한 순간부터 "딩(ding)"과의 전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딩(ding) - 사전에는 "쿵(보통 자동차 등을 가볍게 들이받을 때 나는 소리)"이라고 나와있음. 서핑에서는 보드가 무언가에 부딪쳐 표면이 깨지거나 움푹 들어간 것을 말합니다.

하드보드는 그냥 유릿장이라고 생각하면 됩니다. 스폰지보드를 탈 때는 모래 위에 던져놓거나 아스팔트에도 툭하고 내려놓기도 하죠. 그런데 하드보드를 바닥에 휙하고 던져놓는다면.... 생각만해도 아찔하네요.

저는 하드보드를 산 날부터 딩을 냈습니다. 사장님이 조심하라고 제게 신신당부를 했지만 스폰지보드만 다뤘던 저에게 그런 감이 아예 없었죠. 구매한 보드를 옮기려고 들자마자 기둥 모서리에 테일을 틱!하고 아주 살짝 부딪쳤는데, 바로 깨지더군요. 첫 입수하기도 전에 바로 수리들어갔습니다. 피눈물.

노즈끼리 쾅!!




# 어떤 보드를 사야하나요?


일단 크게 롱보드를 탈지 숏보드를 탈지 정해야 합니다. 처음에 입문하기에 롱보드가 쉽기도 하고,  대부분의 한국서핑샵이 롱보드로 입문하게끔 시스템이 되어 있습니다. 롱보드는 8피트(약 243cm) 이상의 길이를 가진 보드를 말하는데 서퍼들은 대체로 9피트가 넘는 롱보드를 탑니다. 숏보더 지망생들은 그렇다면 반드시 롱보드를 거친 다음에 숏보드를 타야하는지 궁금하시겠죠? 지도자분들마다 의견이 좀 나뉘는 것 같습니다. 하나는 롱보드를 우선 제대로 타다가 길이는 점차 줄여가야 한다는 입장이 있고, 다른 하나는 숏보드는 롱보드와는 완전 다르니 처음부터 숏보드로 배워야 한다는 입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튼 전 숏보드는 잘 모르니 롱보드에 대해서만 이야기 할게요.


좌 : 롱보더(해리슨 로치)  @deux ex machina        우 : 숏보더(믹 패닝)  @빅토리아/AFP 연합


그렇다면, 내게 맞는 보드는 어떤 것이냐. 어떤 보드를 사야 하느냐. 제 생각은 "이것저것 타봐야 어느정도 알 수 있다" 입니다. 그런데 매일매일 보드를 바꿔 타본다 해도 바로 본인과 잘 맞는 보드를 바로 알기는 어려운것 같아요. 잠깐 자동차 시승을 해본다고 해서 그 차를 잘 알 수 없는 것과 같죠. 그저 느낌 뿐. 그래서 초반에는 몇 번 시행착오를 거쳐야 합니다. 별 수 없어요. 저를 비롯해서 주변에 많은 서퍼들을 봐도 한번에 자신과 맞는 보드를 찾은 경우는 별로 보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초반에는 개성이 강한 보드(클래식 vs 퍼포먼스)를 선택하기 보다는 올라운드 스타일을 권하기도 합니다.

 보드 길이에 따른 다양한 보드 종류 @google image


# 클래식 vs 하이퍼포먼스


스스로 파도를 잡아타게 되고 어느 정도 사이드라이딩이 가능할 때 쯤이면 적어도 1년이 지나 있을 것입니다. 이제 중급자로 가기 위한 길목에 왔습니다. 서핑은 앞으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파도의 면을 옆으로 타야 합니다. 이후에 습득하는 여러가지 서핑의 기술들은 단지 멋을 내기 위해서가 아니라 파도를 오래타기 위함이죠. 그 기술들과 라이딩 자세를 어떤 방식과 스타일로 하냐에 따라 크게 "클래식 또는 레트로"스타일과 "하이 퍼포먼스"스타일로 나뉘어 집니다. 감이  잘 안오죠? 그렇다면 사진으로!

위 : 하이퍼포먼스(nelson ahina, firewire보드)     아래 : 클래식(alex knost, 데우스보드)


하이퍼포먼스는 말그대로 역동적인 움직임을 추구하는 서핑 스타일입니다. 마치 롱보드로 숏보더처럼 타는 것 같죠. 그래서 하이 퍼포먼스 롱보드는 "반응성", "속성"이 매우 좋아야 합니다. 그래서 클래식 스타일 롱보드에 비해 상대적으로 무게도 가볍고, 테일부분도 뾰족합니다. 그리고 위 사진에서도 볼 수 있듯이 테일 쪽에 핀을 꼽는 핀 박스가 3개입니다. 클래식에 비해 작은 센터핀과 그보다 더 작은 사이드핀을 장착하면 턴이 빠르고 움직임이 민첩해 집니다.  


반면, 클래식 롱보드는 안정적이고 여유로운 라이딩에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클래식은 스타일은 여유로운 로깅(logging - 통나무 위를 걷는다는 느낌으로 보드 위를 걷는 것)과 노즈라이딩이(위 사진과 같이 보드 앞부분인 노즈에서 라이딩을 하는 것) 핵심입니다. 그래서 하이퍼포먼스 롱보드에 비해 무게가 무겁고, 안정성을 위해서 핀도 거대한 글핀을 낍니다. 그래서 클래식 롱보드를 싱글핀 서핑보드라고도 합니다.


좌 : 퍼포먼스 핀(작은 핀 3개)                우 : 클래식 싱글핀(큰 핀 1개)




사실 어떤 스타일로 탈지 고민하는 자신의 모습이 웃길 때가 있습니다. 그냥 기본 자세로 타는 것도 너무 어려운데 무슨 스타일 타령이냐라는 생각이 종종 들곤 하죠. 그래도 평일의 대부분 시간에는 이미지 트레이닝을 해야하고 그 안에서는 자유자재로 움직이는 나의 모습을 그리잖아요? 상당히 미화된 모습으로요. 이왕 상상하는 거 자신이 추구하는 스타일을 정해서 이미지 트레이닝하는 것도 좋다고 생각합니다.


대충 자신의 서핑보드를 어떻게 장만해 나갈지 방향이 좀 정해졌나요?

자 그럼, 다음편에는 서핑보드 다음으로 필수적인 장비인 "수트"에 대해서 살펴볼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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