짜릿한 "첫 서핑의 순간"은 언제였나요?

물아일체가 이런 것이었단 말인가

by 변변찮은 최변

서핑은 어떤 운동보다 자연과 밀접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웨이크보드처럼 배끌어주아니고 스쿠버다이빙처럼 산소통을 메지도 않습니다. 파도가 치는 바다 위에서 오직 판때기와 나 그리고 그 둘을 이어주는 리쉬코드 뿐이죠. 파도를 타기 위해서는 오로지 자신의 팔로 패들링을 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가장 원초적이면서 직관적입니다. 매순간 변하는 파도를 맨 몸으로 조정하는 것인 만큼 매우 예민하고 복잡한 것 같아요. 만약 스포츠를 할 줄 아는 로봇을 개발한다면 엔지니어들을 가장 곤란하게 할 로봇은 아마 서핑하는 로봇이지 않을까요?




서핑이라는 것을 처음할 때는 패들링(보드 위에 엎드려 앞으로 가기 위해 팔로 노젓기를 하는 것)이 약하고 파도를 보는 눈이 전혀 없으니 강사가 서핑보드를 밀어줍니다. 서핑에서 처음 재미를 느끼는 순간은 아마 강사가 밀어주는 서핑보드에서 첫 테이크오프(파도가 서핑보드를 앞으로 밀어낼 때 보드 위에서 일어나는 동작)를 하고 라이딩을 하는 때일 거에요.


왕초보일 때는 파도가 보드를 뒤에서 밀어올리기 직전에 강사가 보드테일을 밀어준다 - @서퍼랑


짜릿한 첫 경험은 내가 스스로 파도를 잡아 탈 때


남들은 다 바다쪽을 바라보면서 앉아 있는데 나만 해변을 바라보고 있다가 갑자기 강사가 "엎드리세요, 패들하세요!"하면 그제서야 수동적으로 허겁지겁 움직입니다. 다가오는 파도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그런데 몇번 강사가 밀어주는 보드에서 테이크오프하는 것이 익숙해 질 때쯤이면 스스로 파도를 잡아보고 싶어집니다. 진짜 "서핑"을 하고 싶죠.


나도 혼자 파도를 잡아 타보겠어! 라고 결심을 하고 보드 위에 앉아 하염없이 파도를 쳐다봅니다. 주변 서퍼들의 눈치를 보면서. 도대체 어떤 파도를 타야하는 지 언제 보드를 돌리고 엎으려서 패들을 해야하는지도 모르고 헤매다 보면, 갑자기 다가옵니다. 바로 나의 첫 파도가. 보드를 돌리고 엎드려 힘차게 패들을 합니다. 어느 순간 파도가 내 보드 뒤를 밀어올리면서 보드가 저절로 후우우우우우~~ 하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미끄러집니다. 그 때 테이크오프를 딱! 하고 일어나면 다른 세상이 펼쳐지죠.


축하합니다. 이제 서핑에 빠지게 되셨네요.


내 힘으로 파도를 잡아 일어나서 오로지 파도가 밀어주는 힘만으로 물 위를 미끄러지면서 가는 그 느낌은 말로 설명하기는 상당히 어렵습니다. 황홀하죠. 비록 첫 라이딩은 2~3초에 불과한 순간이지만 그 순간을 경험하게 되면 정말 위험합니다. 자연과 하나되는 물아일체가 이런 것인가 싶은 생각이 듭니다.


좌 : 패들링 우 : 푸쉬 & 글라이딩


강사가 밀어주는 서핑만 하다가 스스로 패들링해서 파도를 잡아 타는 "진짜 서핑"을 경험하기에는 시간이 걸립니다. 운동신경이 좋거나 그날 파도가 좋거나하면 첫 입문한 날 곧바로 "진짜 서핑"을 경험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대체로 최소 2~3번은 와야 할 수 있고, 어떤 친구는 거의 반년이 걸렸던 경우도 있었습니다. 서핑은 쉽게 늘기가 어려워요. 일단 몇 시간에 걸쳐 바다에 가야하고 그 날(대체로 주말)에 파도가 있어야 하기 때문이죠. 좋은 파도가 있다고 하더라도 라인업(파도가 부서지기 시작하는 바깥쪽 라인. 서퍼들이 파도를 기다리는 곳)에는 대부분 자신보다 고수들이라서 파도가 와도 내 파도가 아니게 되죠. 정말 왕초보때 어떤 날은 하루에 한 파도도못타는 날도 있답니다.

버글버글한 라인업. 이런 날은 목욕탕이라고도 하죠.


아니 그러면 굳이 그 멀리까지가서 힘들게 서핑을 왜 하냐고 생각이 들거에요. 단 몇 초 즐기자고 하루 종일 고생을 왜 하냐고(부모님이 맨날 하시는 말씀). 아직 서핑을 해보지 않으신 분들이 듣기에는 이해가 안되겠지만, 바로 그 어려운 환경을 뚫고 느끼는 라이딩 순간이 정말 황홀하기 때문에 헤어나지를 못하는 겁니다. 그리고 라인업에서 파도를 기다리는 시간도 지루할 것 같지만 그렇지 않아요. 상상해보세요. 바다 한 가운데에서 보드 위에 앉아 있으면 다른 세상에 와 있는 기분이 듭니다. 전 이렇게 행복감이 들어도 되는 건가? 라는 생각을 자주 했죠. 날이 맑은 날 뿐만 아니라 비오는 날도 좋아요. 밖에서는 비를 피하기 급급하지만 서핑 중에서는 비를 맞아도 되니 오히려 즐기는 자세로 온 몸으로 비를 받습니다. 그 때 해변 멀리 산등성이에 살짝 연무마저 내린다면 어휴. 이쯤하겠습니다.



역시 물밥은 애기때부터

이제 날이 슬슬 풀리고 있습니다. 봄바람이 오려고 합니다. 그런데 아직 바다는 겨울이에요. 수온은 기온보다 늦게 떨어지고 늦게 올라와서 4~5월에도 매우 차요. 물론 동해기준입니다. 제주도 5월 바다는 별로 춥지 않아요. 하지만, 물이 따뜻해지면 그만큼 사람들도 많이 몰리고 그래서 라인업이 붐비게 됩니다. 이 말은 초보가 탈 파도는 줄어든다는 이야기죠. 아직 비기너이시거나 입문을 해보시려는 분들은 4월 중순이나 5월부터 시작하시는 것도 추천드려요.


이번 글이 독자분들의 가슴에 불을 조금이라고 지폈는지 모르겠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서핑에 대해서 자세히 이야기 해볼게요. 그나저나 차트야 올라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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