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을 쏙 뺀 부모교육

2장. 엄마로, 어른으로 성장 중입니다

by wonderfulharu

학부형이 되자, 학교에서 부모교육 알림장이 수시로 날아들었다. 배우는 걸 좋아하는 나로서는 공짜 수업을 마다할 이유가 없었다. ‘아이를 잘 키우는 법을 알려준다는데, 당연히 가서 배워야지.’ 그런 생각이 들었다.


경제적 여유는 없었지만, 그래서 더더욱 뭐든 배워서 아이들에게 써먹어야겠다는 생각이 강했다. 금수저로는 키울 수 없더라도 정신적 금수저로는 키워야겠다고 마음먹었다. 지금 당장 가진 건 없지만, 마음과 지혜만큼은 풍성하게 물려주고 싶었다.


아이를 키우면서 돈에 대한 생각도 달라졌다. 예전엔 웬수같던 돈이, 이제는 고마운 존재가 됐다. 가난은 비참한 게 아니라 그저 조금 불편한 것뿐이라는 걸 알게 됐다. 없는 살림에 한 푼 두 푼 모아 필요한 걸 해줄 수 있을 때, 그 소소한 일상이 참 행복했다.


아이들과 함께 살아가면서 내 시야도 달라졌다. 세상의 기준으로 보던 것들이, 아이들의 웃음과 눈빛 안에서 다시 새로워졌다. 행복은 물질적 윤택함보다 마음을 나누는 데서 온다는 걸 조금씩 깨달아갔다.




학교와 도서관에서는 다양한 주제로 부모교육이 열렸다. 대화법, 애착 형성, 자기 탐색, 감정 코칭 같은 강좌들이 쉴새 없이 이어졌다. 나는 빠짐없이 신청했다. 작가도 만나고 교수도 만나고, 인생을 오래 걸어온 어른들의 지혜를 듣는 일은 생각보다 훨씬 큰 울림을 주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현재 강사가 된 것도 그때의 영향이 컸을지 모른다. 강의장에서 반짝이는 눈으로 강의를 듣던 나는, 언젠가 저렇게 누군가의 삶을 응원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막연히 꿈꿨던 것 같다.


그 수많은 강의 중에서도 지금도 또렷하게 기억나는 수업이 있다. 강사는 단호하면서도 따뜻한 목소리로 말했다.


“부모도 사람이기에 자신의 상처가 아이에게 고스란히 전달돼 또 다른 상처를 주기도 합니다.”


“세상에 완벽한 부모는 없습니다. 이렇게 배우고, 자신을 돌아보려는 것만으로도 이미 훌륭한 부모입니다.”


그 말에 강의실 안은 조용해졌다. 모두들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강사는 조용히 이어 말했다.


“이제 옆에 앉은 분과 손을 잡아보세요. 눈을 감고 저를 따라 해보세요.”


낯선 사람과 손을 맞잡은 엄마들은 쑥스러운 웃음을 지으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강사가 천천히 말을 이어갔다.


“딸아(아들아), 엄마는 너에게 사랑만 주고 싶었는데, 엄마의 결핍이 너를 아프게 했구나. 엄마에게 사랑만 가져가고, 엄마가 준 상처는 엄마에게 돌려주렴. 미안하다. 그리고 사랑한다.”


그 말을 따라하며 나도 내 손을 잡은 다른 엄마도, 울음을 터뜨렸다. 그게 공감의 눈물이었는지, 고해성사의 반성이었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 건, 그 방 안에 있는 모두가 자신의 가장 깊숙한 곳을 꺼내어 마주하고 있었다는 것이다.


강의가 끝날 때, 강사는 말했다.


“언젠가 아이 손을 잡고, 꼭 해보세요. 마음이 준비되었을 때, 진심을 꺼내어 말해보세요.”


그 말은 오래 내 마음속에 남아있었다. 하지만 실행에 옮긴 것은 몇 년이 지난 뒤였다.



내 마음이 무너졌을 때, 아이들이 나를 다시 일으켜줬던 어느 날. 나는 두 딸의 작은 손을 꼭 잡았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말했다.


“엄마의 상처가 너희를 아프게 했구나. 엄마는 사랑만 주고 싶었는데, 상처까지 주고 말았어. 나에게선 사랑만 가져가고 상처는 엄마한테 다시돌려줘. 미안하고, 사랑해.”


딸들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우리는 셋이서 펑펑 울고 서로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 순간만큼은 세상의 어떤 말보다 깊고 단단한 이해가 오갔다.


신기하게도, 미숙한 엄마였음을 인정하고 나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라 했다. 나는 나부터 돌보기로 마음먹었다. 아이에게 상처를 물려주지 않기 위해서. 그리고 내 딸들이 자기 마음을 살필 줄 아는 어른으로 자라나길 바라서.


부모교육은 단순히 아이를 잘 키우는 방법만 알려주지 않았다. 나를 돌아보게 했고 나를 위로해주었으며 때로는 눈물을 쏟게 만들었다. 그 덕분에 나는 아이 앞에서 조금 더 진심을 말할 수 있게 되었고, 조금 더 부드럽게 웃으며 "엄마도 아직 배우는 중이야"라고 말할 수 있게 됐다.


그때 그 강의가 없었다면 마음 깊숙이 박혀 있던 미안함을 꺼낼 방법도 몰랐을 것이다. 사과하는 법을, 진심을 내보이는 용기를 나는 그 눈물 쏙 뺐던 부모교육에서 배웠다.


그날 이후로 나는 조금씩 달라졌다. 완벽하진 않지만, 실수를 인정하고 사과할 줄 아는 어른이 되었다. 그리고 여전히 시행착오를 반복하는 이 엄마를 아이들은 따뜻하게 안아주었다.


나는 믿는다. 지금의 나는 조금은 괜찮은 부모가 되어가고 있다고.
_3143df41-f864-4052-a036-617505c9d233.jfif


keyword
작가의 이전글무너지는 순간, 더 단단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