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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런치 이야기

by 원더혜숙


네이버 블로그에서 5년 동안 꾸준히 글(1500개 포스팅)을 썼다. 그러는 동안 브런치에는 자주 오지 않았다.블로그에 좋은 이웃들과 자유로운 글쓰기 환경이 있는데 굳이 브런치에 올 이유는 없었다. 그때만 해도 브런치 앱 로딩이 버벅거렸고, 내게는 검색할 경우 아무래도 네이버가 접근성이 좋다는 인상을 떨칠 수 없다.



그러나 블로그도 이전과 다르다. 양질의 정보를 제공하던 포스트가 블로그로 통합되었다고 하더라도, 블로그는 이제는 평범한 자기 기록의 플랫폼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나 또한 그런 용도로 가끔 쓴다. 다만 내가 관심있는 것이란, 나 자신과 과거 상처, 그걸 극복하기 위한 나의 성찰 같은 것이 바탕이 된다는 점이 다르지만, 기본적으로 자신에 대해서 쓴다는 공통점이 있다.



블로거가 이제 인스타와 스레드, 브런치 혹은 다른 플랫폼으로 이동했다는 느낌을 감출 수 없다. 물론 내 블로그가 조회수가 좋은 게 아니라 확실하지 않지만 이전보다 좋아요 갯수와 혹은 댓글이 적다. 탈 코로나로 사람들은 오프라인 활동이 더 많아졌을 수도 있다. 나는 독자가 필요하기 때문에 블로그 말고 다른 플랫폼에 기욱거렸다.



위올라잇, 쓰레드와 인스타를 해 보았지만 긴 글에 대한 욕구가 강한 나로써는 블로그 차선으로 브런치만한 플렛폼도 없다. 그래서 블로그의 글을 브런치에도 올려보는 중에 브런치의 몇 가지 사실을 발견했다.



블로그처럼 브런치에 글을 올리는 동시에 뜨는 알람은 거진 다 가짜. 글을 읽지 않고 좋아요를 누른다. 그런데 나도 다른 브런치 글에 완벽히, 진지하게 읽지도 않고 좋아요, 하는 경우도 있다. 예를 들면 아직 진짜 구독 작가가 드문 지금에 다른 작가님이 어떤 글을 쓰는 분인지 알아볼 때는 여러 글을 훑으며 읽고 좋아요. 를 누른다.



브런치의 글은 블로그처럼 다양하다. 사업, 취미, 글쓰기 등 등. 그러면서도 디테일하다. 하루일을 다 적은 일기라고 할까. 자세하다. 어쩔 때는 너무 많은 정보,(tmi)라고 생각할 정도다. 그러나 보통 내 블로그 이웃에 비해, 글 수준이 높다는 건 인정해야 할 것이다. 즉, 그런 디테일은 생활을 바라보는 그들의 관점과 기억하고 기록하는 삶에 대한 의지의 흔적이라고도 볼 수 있다.



브런치의 글들을 누가 읽을까?


브런치의 구독자들이다. 구독자 중에 브런치 비작가보다 브런치의 작가들의 비율이 많은 것 같다. 그리고 내가 교류하고 싶은 사람들도 그런 작가들인 것 같다. 좀 더 결이 맞는 작가님들. 그래서 뜸들이듯 글을 구경한다.



또 그렇게 다른 글을 읽으면서 배울 수 있다. 시집을 엮는 법, 어떻게 편집하고 글을 구성하는지에 대한 것 등등. 그리고 또 영감을 수집한다. 머릿 속에 맴도는 단어는 다른 글에서 비슷한 말에 부딪치며 다시 떠오른다. 그런 것들이 창작의 재료가 된다.




브런치의 글이 블로그보다 유입이 잘 되던 적이 있지만 기본적으로 여기도 정보성 글이 조회수가 높다. 물론, 정보야 누구든 그 즉시 찾고 소비하는 것이니깐. 그런 조회로 먹고 살 순 없다.



그것보다 내가 가진 구독자 129명을 어떻게 구워삼을까를 생각해보면, 좀 더 정제된, 내가 쓰고 싶은 글이 아닌, 타겟 독자가 있는 글을 쓰면 어떨까. 즉 내 구독자를 유혹하는 글이 가능할까. 구독만 하고 읽지 않는 구독자들에게는 헛된 기대일지도 모른다.



블로그처럼 브런치도 댓글로 작가들간의 교류가 가능하다는 걸 보았다. 구독 작가들의 글을 잘 읽고 댓글 달고, 그런 후에는 구독도 하고 그런 식으로 지평을 넓힌다면, 어떨까. 소통이 가능하겠다. 결국엔 작가도 사람 속에서 살아간다. 글로만 설 수 없다. 글과 사람이 함께 서야지 진짜 작가가 아닐까.라고 결론 지으면서도 나는 나의 글쓰기와 독자, 그리고 구독자들 사이에서 갈팡질팡한다. 나는 과연 독자, 혹은 구독자와의 소통을 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글에 대한 단순한 관심을 원하는지 분명치 않다. 다만 조지오웰이 말한 ‘단순한 이기심’이 오늘은 도드라져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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