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권에 당첨되면 제일 먼저 이탈리아에 가는 티켓을 살 거예요. 카프리 섬에 부티크 호텔을 예약해요. 아침에 일어나면 바다가 보이죠. 7시에 일어나서 평평한 해변가(저번에 갔을 때는 언덕길이 많았어요.)를 30분 달리고 나면 배가 고플거예요. 호텔 레스토랑에 가서 향기 좋은 이탈리아 커피와 크로아상을 먹죠.(이탈리아에는 딸기잼을 채우거나 초콜릿을 채운 크로아상을 아침에 주로 먹더라구요.) 어차피 돈이 많으니 본전 뽑느라 조식을 왕창 먹는 짓은 이제 안 해도 되니깐요.
그런 다음에는 거리로 나가죠. 바다를 바라보기도 하고, 골목을 걸으면서 못 그리는 그림을 그리는 거예요. 지치면 골목 구석 햇빛이 잘 들어오는 카페에 앉아 그날 첫 카푸치노를 마셔요. 하늘한 하얀색 원피스가 아침 공기에 살살 날리고 , 살갗에 따뜻함이 닿아요. 이탈리아의 햇볕은 강렬하죠. 비발디의 사계, 봄과 여름은 이탈리아의 이런 햇빛에서 나온 경쾌감이고해요. 부드러운 거품이 입술에 닿고, 씁쓸한 커피가 목구멍으로 넘어갈 때, 함께 나온 시나몬 향이 강한 크래커를 입에 넣어요. 크락크락 하는 씹히는 먹는 재미와 달콤함이 섞여서 기분이 좋아지죠.
가지고 온 노트에다 언젠가 소설에 쓰일 지 모르는 한 구절을 씁니다. 내가 이 곳에 있는 이유, 내가 존재할 이유가 이탈리아 태양을 따라 이글거리며 글로 옮겨지고 있을 때, 어떤 여자가 눈에 들어옵니다.
봉조르노.
외국인처럼 보이는 그녀는 어디서 왔을까요?
나는 독일에서 온 수지라고 해요. 외향으로 보면 신신이라는 중국 여자 이름이 어울리겠지만, 원래는 한국에서 왔답니다. 지금은 독일에 살고 있죠.
제 유머가 재미있는지 그녀가 웃으며 우리는 이야기를 해요. 오전인데, 오렌지 빛 캄파리 와인을 마시며 수다에 푹 빠집니다. 시간을 흘어 점심 때가 되어 함께 식사를 하러 가요. 바다는 해가 비쳐서 더이상 눈을 똑바로 뜰 수가 없죠. 선그라스를 꺼내 쓰고, 바다가에 가장 가까운 부둣가 테라스에 앉아요.
칭칭
가벼운 화이트 와인을 시키고 바다를 봐요. 이럴 때 낯선이도 자기 시간을 즐기는 듯 아무 말이 없습니다.
저 오늘 오후에 이탈리어 과외를 받는데 같이 갈래요?
어차피 할 일도 없는데 갈게요.
오징어, 새우, 홍합이 그릴에 받은 갈색 두 줄을 몸에 두르고 접시 위에 앉아있어요.
봉아페치토
빵을 한 조각 떼어서 물고, 신선한 홍합을 입에 넣어요.
이거 하려고 이탈리아에 왔죠. 웃음
Eat and Pray Love에서 줄리아 로버츠가 로마에서 머물며 친구들과 맛있는 피자와 파스트를 먹으며 이탈리아어를 배워요. 그게 그렇게 멋있게 보였는데, 복권에 당첨되면 그렇게하고 싶어요. 아이들은 잠시 남편에게 맡겨두고, 저는 그렇게 또 혼자 여행을 가요.
외국어 공부에 뭐가 이렇게 한이 맺혔을까요? 그저 먹고, 수다 떨면서 이탈리아의 언어를 배우는 게 낭만적입니다. 그게 끝나면 구루를 찾으러 인도에 갈지도 모르겠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