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와 친해지게 된 계기

by 원더혜숙

후니야~!

후이 후이~! 후이 후이~!

올케언니와 조카가 후니 이름을 크게 불렀다.

조용하고 어두운 촌 동네를 빈틈 없이, 다리 짧은 개가 논두렁에 떨어졌을까, 늪에 빠졌을까, 아니면 산에 가서 헤매고 있을까, 살펴도 황금색 닥스훈트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오빠는 차를 몰아서 아침에 개와 조깅했던 길을 거슬러 올라가면서 개를 찾았다.

“후이는 공장 개라서 후각이 안 예민해. 집에서만 길렀고, 여기 한 번도 온 적이 없어.”

올케언니의 말이다.

10시가 넘는 시간, 동네 할아버지 할머니에게 개를 못 봤냐고 물었다.

“낮에 한참 골목길에서 놀다가 밤에는 안 보이던데…”

“후이는 그거, 너무 예뻐서 누가 데리고 갈지 몰라.” 조카는 울상이 되었다.

자고로 개라는 것은 후각이 예민해서 산 넘어 물 건너 버려도 집으로 돌아오는 법이라고 굳게 믿었는데… 세상이 변하고 공장 개라는 것이 있고, 후각이 예민하지 않는 개도 있구나.


햇살이 좋아서 조깅을 가려고 나섰다. 아이들을 대신봐주기로 한 조카가 후니를 데리고 가라고 했다. 흔쾌히 핑크색에 흰 점이 박힌 잠옷 셔츠를 입혔다. 우리는 한참 사이좋게 달렸다. 다리 위에서 트럭이 오는데도 아무렇지도 않게 길 한복판으로 달리는 것을 길가로 끌어올리면서 '말 안 듣네'생각했지만, 촌이라 차가 없으니 괜찮았다.

신작로 옆에 아저씨들이 삼삼오오 모여있었는데 한 아저씨가 후이를 불렀다. 낯선 이를 반기며 꼬리를 흔들고 다가가는 후니.

윗 동네 마을에 들어섰을 때였다. ‘오늘 김장하는구나!’ 하고, 그 집을 지나쳐 달렸다. 후니는 그 집 뒷골목으로 빠졌다. 금방 오겠지 하고 마을을 내려갔다. 후니가 따라오는지 안 오는지 확인했다. 안 보인다. ‘내 냄새 맡고 따라오겠지.’ 그런데, 논 길 사이를 다 달리고도 후니는 나타나지 않았다. ‘우리 동네와 윗동네는 겨우 800미터 남짓 멀지 않고, 가까우니 집을 찾아오는 건 식은 죽 먹기 일 거야.’

집에 돌아왔다. “후이는?”

“윗동네에서 안 따라오더라. 골목길로 들어가는 거 놔뒀지. 좀 있으면 오겠지."

한참을 있다가 걱정이 되는지, 조카는 개를 찾으러 가겠다고 나섰다.

그날은 가족 모두가 진주에 쇼핑을 하러 가기로 했었고, 조카는 쇼핑 중에 아무 말이 없었다. 오후 쇼핑을 하고 돌아왔지만, 후니 흔적은 없다! 개를 잃어버린 게 기정사실이 된 이상, 찾으러 가야만 했다.

동네를 샅샅이 훑었지만 나타나지 않는 후니. 동네 이장 아저씨한테 방송까지 부탁했다. 개는 못 찾고 돌아오자마자 조카는 이불을 덮어쓰고 울기 시작했다.

“개 못 찾았어? 아이고, 잘 됐다.” 개가 오줌 싸고, 짖는다고, 사실은 개를 싫어하는 엄마는 개 분실이 경사스러운 일인 양 좋아했다.

다음 날도 찾으러 갔고, 하루 종일 무슨 소리만 나면 문밖을 내다봤다. 우리 집에 고양이도 있었고, 개도 있었지만, 후니만큼 조카에게 특별했던 모양이다.

내 시름도 늘었다.

“후이다!” 아빠의 말에 모두들 자다가 일어났다.

3일째 되는 새벽, 후이는 이틀 동안 비가 주룩주룩 내렸는데 털이 보송보송한 모습으로 우리에게 돌아왔다.

“누가 데리고 있다가 방송하니깐 놔두고 간 거 아니야? 백승만이 좀 의심되는데…….”

줄곧 우리 동네와 윗동네 중간에 버섯농장 주인을 의심했던 올케언니의 말이다.

“에이, 나는 그 녀석 안 돌아왔으면 좋았을 건데… … “ 엄마는 아쉬워했고,

“후이후이, 내가 얼마나 걱정했는데… … “ 조카는 감격의 포옹을 했고,

나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후이는 예쁜 개다. 작고, 황금색 털은 내가 만져본 개와 고양이, 털 인형 중에서 으뜸이며, 게다가 따뜻하다. 처음 만났을 때부터, 낯가림 없이 내 무릎에 앉아서 예쁜 짓을 했다.

지겨워질 때까지 쓰다듬어도 암말도 안 하고 옆에 있는다. 외로워 보이면 다가와서 쓰다듬어 달라고 안겨서, 뭐 이런 게 다 있을까 싶지만, 그게 개의 매력이구나 했다.

사실, 예쁠 때보다 미울 때가 더 많다.

조깅에 데려가면, 꼭 말을 안 듣고, 자기 마음대로 앞서가고, 도로 위를 당당히 걸었다.

후니의 여자친구(자기보다 네 배는 큰 개 인형)가 있는데, 심심할 때면 그 아이와 부비부비 한다. 개의 본능인데, 그게 싫다.


올케언니가 출근하면, 후니는 내 책임이었다. 오줌도 이불에 쌀 때도 있고, 자기 화장실이 아닌 곳에서 응아를 누기도 했다. 내 아들 똥 바지를 빠는 것도 싫은데, 개 똥 치우기는 더 싫었다.

비가 오고 난 다음날 후이는 양파 밭에 가서 땅을 파고, 또 동네 거름 산을 신나게 달리고 온다. 소 오줌 냄새가 묻은 개를 꼭 붙들고 목욕탕에 가서 박박 빨아야 한다. 내 아이들도 귀찮아서 드라이로 대충 말리는데, 이 작은 개는 그냥 놔두면, 분명히 온 집안에 물방울이 튀도록 털 거다. 드라이로 꼭 말려줘야 한다. 그렇게 몇 번을 목욕을 시켰다. 깨끗하게 말린 후이는 다시 부드럽고 얌전한 개로 돌아왔다.


나는 원래 개를 좋아하지만 키우고 싶지는 않았다. 이런 뒤치다꺼리를 하기 싫어서다. (독일에서는 세금도 내야하고, 보험도 들어야 하며, 하루에 몇 시간은 산책을 하러 가야 하는 여러 가지 조건들이 있으며, 놀러 가기를 좋아하는 우리에게 휴가 기간 동안 대신 맡아줄 사람이 없다는 게 가장 큰 이유에서 개를 못 키운다.)


개를 선천적으로 싫어하는 엄마는 이렇게 말한다.

“짜구(밥을 많이 먹으면 개의 앞 혹은 뒤 다리가 옆으로 벌어지는 현상) 나고, 입이 길고, 못생겼어. 백구는 얌전하게 예쁜 짓만 하는데, 이거는 미버 죽겠어.”

어쩔 수 없이, 올케언니를 대신해 개를 돌봤다. 개 뒤치다꺼리를 하고 나서, 후니를 후니가 아니라 ‘후이후이’라고 부른다. 갈 수 있으면 함께 가고, 사과도 깎아서 입에 넣어주고, 말도 더 자주 시키며, 놀아 주게 되었다. 아이들이 후니를 괴롭히면, 후니 편을 들기도 한다.



아이러니하게도 개를 위해서 희생하고 나서, 개를 아끼게 됐다. 싫다고 했고, 피했던 일을 실제로 해보니 별것도 아니었다. 게다가 내 한쪽을 떼어서 그 생명에게 주었더니, 그 생명에게 더 큰 감정이 생겼다. 내 몸에 품고, 아파하며 아이를 낳고, 희생해서 아이들을 키운다. 내 부모님도 그렇고, 세상의 모든 부모가 그럴진대. 자기를 희생하고, 아이들을 키우는 과정에서 부모는 아이들을 더욱 사랑하게 되리라.


노년이 되면 개 한 마리를 키우고, 산과 들로 산책을 하며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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