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취직 실패

시도하길 잘했다.

by 원더혜숙


언어의 두려움을 이겨내고 독일에서 취직을 하려고 했다. 결과적으로 실패다. 기대를 낮췄으면 가능했을지도 모르지만, 한국이라도 경력단절 여성에다 경험이 없는 나는 힘들었을 거다. 무엇보다 실패 원인은 자신을 잘 몰라서다.


유명하진 않지만 중국 교민지에서 기자 생활을 즐겁게 했었다. 독일로 터전을 옮기고, 출산과 육아로 6년이라는 시간이 주마간산처럼 지났다. 아이들이 유치원을 가고부터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끊임없이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했다. 돈 버는 일은 멀리했고, 취직은 남의 일인 양 생각했지만, 호텔 청소부에서 슈퍼마켓 캐시어까지 아이가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는 스페인 친구를 보면서 마음이 급해졌다. ‘나도 취직을 할 거야.’라고 주위 사람들에게 말했다. 독일어 인텐시브 코스도 성공적으로 마쳤고, 그걸 시작으로 뭐든 하면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독일어 수업이 끝나고 한국을 갔다 오고 6개월이란 시간이 훌쩍 지났고, 직업 코치 앞에 앉았다.


“너는 취직하려는 야망이 없는 것 같아.” 4번째 코칭을 하던 중 그가 내게 던진 말이었다.

‘이게 무슨 뚱딴지같은 말인가?’

“나 정말 취직을 하고 싶어. 나한테 맞는 직업이 하나라도 있겠지.”

그러면서도 그가 추천해주는 자리를 하나씩 거절했다. 마지막에 몇 개 이력서를 보냈지만, 코치는 탐탁지 않는 표정이었다.

“네가 좋아하는 게 뭐야?”

“글쓰기, 조깅, 사람, 외국어 배우기… …”

“그럼 너 블로그 하면 되겠다.” 그는 워드 프레서를 보여줬다. 그것 말고도 한국 독일 관련 뉴스와 정보를 올리는 웹사이트를 샘플로 소개했다.


‘취직하러 온 사람한테 블로그를 하라니, 이상한 코치도 다 있네.’라고 의아했다.


처음 독일에서 면접을 보러 간 곳에서 보기 좋게 미역국을 먹었다. 시스템상에서 문제가 생겼을 때 독일지사와 한국지사의 소통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사무직이었는데, 내부에서 채용하기로 했다는 메일이었다. 그 자리에서 통역을 하는 자신을 상상하며 기대했지만, 회계 경험도 없었고, 통역을 할 만큼 독일어에 자신이 있었던 것도 아니어서 아예 잘 됐다고 생각했다. 코치와 함께 넣었던 다른 자리도 줄줄이 퇴짜 이메일을 받았다.



예정되었던 한국 방문 중에 우연히 블로그를 시작했다. 8년 전에도 같은 생각에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절실하지 않았다. 이번에는 정말로 블로그에 매달릴 수밖에 없었다. 달리 갈 길이 내게 보이지 않았기에.

그렇다. 비웃었던 코치 조언에 따라 블로그를 하고 있다.


한 가지 일에 집중하면 그 일에 정수를 맛보게 된다. 자나 깨나 블로그 포스팅으로 시간을 보낸 지 7개월이 흘렀다. 글을 쓰겠다는 일념 아래, 하루 천 자 쓰기와 포스팅을 꾸준히 했다. 그런 시간이 헛되지 않음을 증명하려는 듯, 글을 쓰면 쓸수록 좀 더 자신을 잘 이해하게 됐다.


잊었던 전공에 대한 관심도 다시 생겼고, 과거의 못생긴 자신과도 이별을 했으며, 무엇보다 마음이 안정되었고,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확고한 마음이 섰다. ‘나는 취직할 거야.’라고 외쳤던 자신은 사라졌다. 그때는 취직이 내 길인 양 여겼지만, 지금은 다르다. 글을 쓰면서 과거의 자신과 이야기했으며, 글쓰기에 대한 열정을 다시 꺼냈다. ‘나는 취직을 하지 않기로 했다’로 결심하고, 글쓰기를 업으로 삼기로 했다. 취직하지 않고도 자신이 원하는 일을 할 수 있다. 시간이 많이 걸릴 것이지만, 그것도 글쓰기로 이겨낼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


사회 경험이 없는 스무 살 청년처럼, 자신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고 취직을 하려고 했다. 그저 주변 사람을 따라 내 목표도 취직으로 정했고, 이런 경우에 실패는 당연지사.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모르고 뛰어들었던 세계에서 성공할리 만무하고, 좋아하지 않은 것을 좋아하는 하는 척하며 억지로 노력한 것에서 뛰어난 성과를 이루기도 어렵다. 취직을 하고 싶다는 잘못된 선택이 결국엔 글을 쓰겠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인도했지만, 그것은 엄연히 말하면 자신을 잘 몰랐기에 저지른 실수다.


하지만, 취직 시도를 애초부터 하지 않았다면 그 과정을 겪고 지금 글을 쓰고 있었을까? 절대로 아니다. 이런 시도에 있어서 나는 희망이 있다. 자기 최면술과 비슷한 것인데, '내가 이걸 하면 생각보다 더 빨리 기대한 결과를 얻을 수 있을지도 몰라. 다 잘 될 거야.'라는 말이 어디선가 들린다. '이런 의욕이 사그라들기 전에 행동으로 옮기자. 적어도 해보기는 해야지.'라는 생각으로 도전한다. 그런 결정은 받아들이기 싫은 현실, 예를 들어서 독일어에 자신이 없는데 면접을 독어로 본다는 것은 스트레스다. 잘 못 알아듣는 바보 같은 내가 싫고, 그런 나를 정말 바보로 생각하는 상대도 싫다. 그런 순간은 조금만 참으면 넘어가더라고 경험으로 배웠다.



시작에서 실패를 생각하지 않는다. 두려움도 없다. 단지 경험해 본다고 의미를 부여하고, 희망에 차서 도전한다. 큰 도전은 아니었지만, 그렇게 해서 면접을 봤다. 직업 코칭에도 참여했다. 면접에서 떨어졌고, 코칭에서도 취직에 실패했다. 하지만, 결론적으로 나는 글을 쓰고 있다. 한 가지 두려움 없는 시도가 꿈으로 연결된 거다.


만약에 독일어 하기가 두려워 계속 집에만 있었다면, 생각과 걱정으로 터져버렸을지도 모른다. 가만히 있지 않았고, 행동했으며, 좋아하는 것을 찾았다. 끌리는 것에 미련 없이 행동을 취해서 성취했다. 그것이 직접적으로 자신이 원하는 것을 직접 통하는 터널이 아니더라도, 하나의 긍정적인 행동은 다른 긍정적인 행동으로 이어지고 마지막으로 좋은 결과로 이어진다고 직접 경험했다.


망설이고 있는가? 두려움이 있는가. 시작 전에 실패까지 상상했는가. 그냥 시작하자. 아주 작은 것이라도 행동을 해야만 무슨 일이든 일어난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이 흔하디 흔한 말은 진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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