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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혜숙 Dec 15. 2021

<마음의 녹슨 갑옷> 로버트 피셔



“Less is more”



물질적인 것이나 정신적인 것이나 적게 소유할 때 그것에 더 큰 가치를 발견할 수 있다는 미니멀리즘의 슬로건은 종종 다른 영역에서도 응용하기에 좋은 말이다. 지금까지 너무 많은 말을 했다. 아직도 더 할 말이 남아있고 앞으로 더 할 것이지만, 이따금 딱 한마디 말로 하루를 준비하고 임하고 싶을 때가 있다.


<마음의 녹슨 갑옷>에서 기사는 공주를 구하고, 전쟁에 나가서 싸우다 보니 갑옷을 입고 있는 게 점점 편해진다. 심지어 침대에서도 갑옷을 벗지 않았으니 경악했을 아내와 갑옷을 입은 아버지의 얼굴이 익숙해진 아들이 이상할 것도 없었다. 그러던 어느 날 그는 갑옷투구를 벗을 수 없어서 당황한다. 아무리 벗으려 해도 할 수 없자 그는 그의 갑옷을 벗겨줄 마법사를 찾아 나선다.






무거운 갑옷을 입고 몇 날 며칠을 숲에서 헤맨 그는 피로로 쓰러졌다. 그때 마법사와 숲속의 친구들이 그를 먹여 살린다. 기운을 차리고 그는 마법사의 권유대로 자신을 찾는 여행을 시작한다. 침묵의 성에 도착하고 기사는 초라한 성을 보고 실망한다. 그의 비둘기가 말한다.


“When you learn to accept instead of expect, you’ll have fewer disappointments.”


기사는 자기 평생 동안 기대하고 실망했다. 누군가가 자신을 사랑해 주길 바랐지만, 자신이 멋지고 잘 생긴 사람이길 바랐지만, 실망만 했다.



왜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지 못하지? 다람쥐가 그에게 말한다.


“If you had truly accepted youself as beautiful, it wouldn’t have mattered what she said. You wouldn’t have been disappointed.”




당신이 당신 자체로 아름답고, 선량하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아니 진심으로 믿으면 절대로 실망하지 않을 거야.


있는 그대로 자신을 훌륭하고 아름답다고 받아들이기가 얼마나 어려운가. 문제점을 발견하고 해결점을 찾는 일련의 반성은 대단해 보이고, 좋은 노력처럼 보이지만 그 스스로가 훌륭하다고 믿는다면 그런 노력을 할까. 어쩌면 우리는 스스로의 아름다움을 믿지 못하는지도 모른다.


“Human are born beautiful, innocent, and perfect. What could be better than that?” 마법사의 말이다.


아무리 자신이 못나고 모자란다고 해도, 우리 존재는 존재 자체로 훌륭하다. 우주에서 하나밖에 없는 존재, 귀한 존재, 유일한 존재로 아름답다. 누구보다 더 낫고 멋지게 보이려는 게 아니라 자신만을 위한 그 애씀만 가치 있다.


기사는 세 개 성을 무사히 지나고 마지막 진실의 산에서 그 자신을 부숴버릴 바위를 맞이한다. 그것은 다름 아닌 지금까지의 믿음이다.


"He considered some of the knowns to which he had been clinging all his life. There was his identity-who he thought he was and who he thought he wasn’t."


기사가 자신이라고 믿었던, 것들, 그에 대한 집착들이 자신을 죽을 것임을 알았기에 그것을 놓고 삶 그 자체를 믿으라는 또 다른 자신 샘(Sam)의 말을 듣고 벼랑에서 떨어진다.


그가 두려워한 것과 그가 알고 있고 소유했던 모든 것을 놓아주고서야 그는 자유로워졌고, 그가 입고 있던 갑옷이 녹아사라졌다.


자신이 이 세상에 가장 소중한 존재임을 믿을 때 어떤 고난과 역경도 이길 수 있고, 또 진짜 행복한 순간도 제대로 즐길 수 있다. 더 이상 아무것도 두렵지 않다는 기사의 말이 거짓말처럼 들리지 않는다.




딱 한마디만 하려고 했는데 또 이렇게 말을 많이 했다.


요점을 말하자면,


선량하고 아름다운 자신을 믿으라.


삶 자체에 자신을 맡겨라.




또다시 한번 지금까지 잘못한 것 같고, 지금까지 뭘 한 걸 모르겠다는 허무한 생각이 든다. 문제점을 하나씩 발견할 때마다 물러서고 싶다. 기사가 의지와 용기의 성에서 용의 불길에 대항할 때처럼 포기하고 싶은 심정이다. 그러나 변하지 않는 자신을 믿고 힘을 주는 사람은 당신뿐이다.



"You must learn to save yourself first."(마법사의 말)



침묵의 성에 들어가서 기사는 도저히 침묵만 가득한 성을 견딜 수가 없다. 말하고 또 말하고 지쳤을 때, 마침내 그는 침묵을 찾았다. 잠잠한 공간에서 그는 진짜 나, 샘을 만난다. “But this is the first time You’ve been quiet enough to hear me.” 자신의 목소리를 들을 만큼 섬세해져야 한다. 무엇이 두려워 그렇게 조잘거렸는가 하니, 우리는 혼자되는 것이 두려워서다.




남의 시선과 싸우는 우리들, 거기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잘 들을 수 있을까. 타인의 시선과 그것을 뒤집어쓴 또 다른 내 목소리를 걷으면 진짜 자아가 보인다.



피터 비에리는 <자기결정>에서 무엇보다 자신의 목소리를 찾을 수 있는 조용한 삶을 살 수 있는 문화에 살고 싶다고 했다.


“Ich möchte in einer Kultur der Stille leben, in der es vor allem darum ginge, die eigene Stimme zu finden.“<자기 결정>


자기를 구하려고 하는 사람은 구할 수 있다. 자기 목소리를 들으려고 하는 사람에는 목소리가 들리고, 삶을 주체적으로 결정하는 사람들은 할 수 있다. 자신을 믿자. 그리고 자유로워 지자.

짧고(74쪽) 어렵지 않지만 자신을 알고, 사랑하기 위해, 진실한 자신을 찾기 위한 길에 깊은 사고를 담겨 여러모로 생각하기 좋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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