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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혜숙 Dec 07. 2021

애쓰지 않기


아래 송곳니 두 개가 버티다 버티지 못하고 흔들거렸다. 빠지는 느낌이 들었는데, 깨고 보니 현실이었다. 다행이야, 하면서 꿈에서 힘들었던 느낌이 오전 내내 가시지 않았다. 아니 내 전 생애에 그런 감정을 겪고 살았는지 모른다. 짙은 미간의 주름과 잊을 만하면 찾아오는 소화불량은 또 다른 증거일 것이다.




나는 성취하지 않고, 나를 증명하지 않고는 도저히 못 배겼다.


꾸준하려고 노력하고, 애쓰면서 살았다.




“나는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 사는 법을 몰랐다. 어떤 성취로 증명되지 않는 나는 무가치한 쓰레기나 마찬가지라고 생각했다. 그 믿음은 나를 절망하게 했고 그래서 과도하게 노력하게 만들었다.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은 자기 존재를 증명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애초에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밝은 밤> 최은영




존재 자체만으로도 의미와 가치가 있는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유년 시절에 부모님이나 가까운 사람들에 사랑을 듬뿍 받은 사람일 것이다.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다. 어떤 식으로든 나는 그런 사랑을 받아보지 못했다고 생각했다.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을 것이다.




의도하지 않아도 부정적인 것이 좋은 것보다 먼저 떠오르고, 좋은 기억보다 나쁜 기억이 더 오래 남는다. 이런 사고방식이 생존과 기술 발전에는 유리할지라도, 현재를 즐기기에는 큰 결점이다.




비관적이고 패배적 감정은 지금의 당신과 미래의 당신에게 무용지물이다. 건설적인 미래에서는 그게 쓸모없다.


내 존재를 증명하지 않고도 빛난다는 것을 스스로 깨닫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겨야 한다. 그 행위에서만큼은 노력이 필요하다. 의도적으로 과거나 현재, 미래까지 긍정적인 요소를 일부러 꺼내고 뇌에 각인시키려는 노력, 감사노트를 쓰고 자신을 칭찬하고, 좋은 것만 보려고 애씀이 필요하다.







© supardisign, 출처 Unsplash



마시멜로를 3분 동안 먹지 않고 참으면 두 개를 먹을 수 있다는 마시멜로 법칙. 3분을 참아내는 사람들은 미래에 성공하게 되었다는 실험 결과이다. 성공의 잣대는 돈과 명예이다. 그 사람들이 얼마나 행복하게 되었다는 기준은 없고 그걸 증명할 연구는 또 없다.




상벌 교육 환경에서, 부모님의 칭찬을 받고 싶어서 우리는 어느 정도 즐거움을 지연시키고 인내하는 법을 배웠다. 기말고사가 끝나면 방학 때, 수능이 끝나면 대학 입학 전, 취업을 하고 나면, 즐겨야지. 시간은 자꾸 흘렀고 평생을 그렇게 살았던 우리들은 그게 너무 익숙해서 딱 그 순간에 사는 법, 인내를 마치고 나서도 성취를 만끽하지 못했다.




어제의 나는 자신을 너무 다그치고 오랫동안 쾌락을 지연하는 경주를 지속했다. 다음에 도착하면 나는 행복할 거야. 다음에는 마시멜로가 두 개는 생기지. 좋아하지도 않는 마시멜로를 두 개 먹으면 두 배로 행복할까? 마시멜로를 두 개 먹기 위해서, 자연스럽게 즐거운 삶을 미룰 수 있다는 위험을, 그리고 그 쳇바퀴에 한번 들어가면 거기서 나오기 힘들다는 걸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즐거움을 지연하는 것은 삶을 지연하는 것이다. 순간의 즐거움을 버리고 차후에 취하면 뭐가 좋은가. 두 번 짧은 쾌락은 한 번의 쾌락보다 나은가? 아니 오히려 더 짧을 수도 있다. 그동안 참기만 했더니, 즐기는 법을 잊어버려서, 마시멜로는 말라버렸고 식욕도 없어져 버렸다.




즐거움을 지연한 나는 안다. 결코 내가 참았던 시간이 즐겁지 않았다고. 그리고 지금도 즐겁지 않을 때가 많다는 것. 삶은 태도이다. 어떻게 대하느냐에 따라 작은 것도 큰 기쁨이, 큰 기쁨이 슬픔이 되기도 한다. 작은 것에 더 많이 감사하고 즐겼더라면, 나는 평균적으로 더 많이 웃었을 거고 더 즐거웠을 거라는 가설이 가능하다.




내 전 생애를 걸고 그렇게 살아온 방식을, 바꿀 것이다.



즐기고,


노력하지 않으며,


감정을 더 표현하고 살기로.




애쓰지 않는 것은 무엇일까?




미간 주름이 얕아지고, 배에 힘을 뺀다는 것, 그것은 삶을 유연하게 바라본다는 뜻이다.


우리는 목표를 향해 나아가기 위해 분주하다. 바쁘다. 마음이 바쁘고, 한시도 자신을 놓아주지 않는다. 일을 이루려고 배에 힘을 주고 있다. 즉 애를 쓰게 된다. 애는 창자를 일컫는다. 창자는 큰창자와 작은창자로 이루어져 있다. 위에서 음식물이 잘게 부서지고 창자로 내려가고 창자의 작은 융털들이 영양소를 몸속으로 빨아들인다. 창자는 또 다른 뇌라고도 불린다. 뇌가 정보를 받아들이듯 창자는 영양소를 빨아들인다. 펴 놓으면 테니스 크기의 큰 면적을 가진 장은 우리 뱃속에서 굽이굽이 친다. 장에 면역세포는 우리 몸의 70퍼센트까지 차지하며, 거기서 대부분의 행복 호르몬이 만들어진다고 한다. 그런 창자에 힘을 주면 스트레스를 받고 소화도 안 된다.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책을 찾고, 되지 않을 지도 모르는 일을 되게 하려고 생각하면 미간에 주름이 생긴다.




명상하며 매일 미간 주름을 펴고, 배에 힘을 빼는 법을 배우고 있다.


힘을 빼는 법, 애쓰지 않고 사는 법, 어렵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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