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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혜숙 Jan 18. 2022

녹색대문 3.4


어쩔 때는 숨고만 싶어집니다.


내보이는 게 부끄럽지만


어떨 때는 한발 앞으로 내미는 것만으로 충분할 때가 있어요.


제게는 지금이 그렇습니다.


부족한 것 같지만 용기를 냅니다.






녹색 대문을 나서면 휑한 바람이 옆집 빈터를 쓸고 덜컥 안겼다. 언 홍시가 감나무에 까맣게 축 늘어졌고 빈 집 한편에 쌓인 볏단은 서걱거렸다. 지원은 큰 쟁반을 겨드랑이에 끼고 시멘트 길바닥 얼음을 신발 뒷굽으로 탕탕 내리쳐 깼다. 세 발자국 걸어 왼쪽, 머리만 한 바위가 큼지막하게 박힌 담벼락 골목을 들어가면 말순 언니 집이었다. 지원이 국민학교를 갓 들어갔을 때 말순은 벌써 고등학생이었다. 대남댁 집 막내딸 말순, 이제는 더 이상 딸을 낳지 않겠다는 대남 부부의 의지를 담은 그 이름은, 정순이 연순이처럼 모두 순을 따랐는데 나중에 말순은 어처구니없는 이름을 미련 없이 버리고 뭐 지연이나 희연 같은 현대적이고 튀지 않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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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arkusvoetter, 출처 Unsplash




바보 같은 개 한 마리가 들어오는 어린 손님을 보고 웡하고 짖었다.


“저기요.”


“어, 그래? 지원이야? 들어와서 놀고 갈래?”




지원은 그렇게 젊은 여자 음성을 동네에서 들은 적이 없다. 지원은 말순언니가 어색했지만 할 일도 없어서 자기보다 약간 높은 문턱을 올라 그 낯선 공간을 둘러보았다. 괴물이 나올 것 같이 시커멓던 시큼하고 따뜻한 공기가 낮게 흘러 숨 막혔던 대남 부부의 안채와 달리 아래채는 여닫이로 마무리된 새시에서 빛과 한기와 들어와 밝고 썰렁했다.


까만 면 트레이닝복은 말순의 발목을 고무줄로 꽉 조이고 있었고 그녀는 탱탱한 허벅지 근육을 드러내며 한발로 서서 다른 다리로 무릎을 세모로 만들었다. 흔들거리면서도 천장까지 팔을 뻗어 기둥에 기대면서 중심을 잡으려고 했다.


“나 쿵후 배워.”




신기하게 바라보는 지원의 팔다리를 자기 것처럼 폈다 굽혔다 해서 같은 동작을 만들었다. 비틀거리며 동작을 유지하려는지원을 보다 돌연 생각난 듯 말순이 말했다.


“눈썹이 참 예쁘다. 좀 다듬으면 더 예쁠 것 같은데.”




파우치에서 눈썹 칼을 꺼내 지원의 눈썹을 다듬기 시작하는 말순, 말순은 대남 아저씨를 닮아서 이목구비가 또렷했지만 목소리는 대남 아줌마를 닮아서 또랑또랑했다. 희야,라고 부르는 말순 언니의 언니는 키가 너무 커서 지원의 집을 지나갈 때면 뒤통수가 삐죽이 나와 누구라도 그녀가 지나가는 걸 알았다. 낮은 담 위로 지원이와 눈이 마주치면 기분 좋고 활달하게 인사했지만 그녀는 엉거주춤 걸었고 신발을 구개 신고 한쪽을 끌었으며 약간 사팔뜨기였다. 대남 아줌마는 희고 고운 피부에 여리여리 했지만 뭔가를 똑바로 이해하지 못하는 듯 지원 엄마에게 물은 것을 묻고 또 물었다. 집의 물건을 묻지도 않고 가져가고 시도 때도 없이 들어 닥쳤다. “정순이, 연순이, 희야 낳고 아들일까 봐 낳았는데 또 딸이어서 부아가 끓어올라서 그거를 죽으라고 헝겊으로 덮어서 구석으로 치워 놨었어. 어.” 회색 눈을 돌리며 그 순간을 회상하는 대남 아줌마는, “그런데 안 죽대.” 그게 신기해서 키워 놨는데 그게 말순, 그 집에서 가장 똑똑한 말순 언니였다. “그거 안 키웠으면 어쩔 뻔했어?” 하며 동네 아주머니들은 이구동성으로 입을 모았다. 그렇게 바라던 아들이 태어났지만, 그는 희야처럼 사팔뜨기에 머리가 너무 커서 가분수처럼 보였으며 농기계를 돌려 밥벌이는 했지만 그 집 개처럼 옆집 사람도 못 알아보게 덜떨어져서 동네 사람들은 그를 감싸주면서도 어쩔 수 없음을 알았다.


거울을 보여주며 예쁘다고 하는 말순의 말을 듣고 생전 처음으로 눈썹을 다듬은 지원은 멍청이 개가 짖거나 말거나 그 집골목을 폴짝폴짝 뛰어나갔다.






지원의 외할아버지는 서당을 배경으로 흰 한복을 입고 높은 관까지 쓰고 찍은 사진을 거실 한가운데에 걸어 놓았을 만큼 자부심이 강한 서당의 훈장이었다. 사주를 보고 학렬을 맞춰 멋지게 한자로 손자들의 이름을 뽑을 수 있었지만 그 시대를 벗어날 수 없는 고집이 있었으니, 지원이 동양철학 석사를 하러 중국 유학을 떠난다는 말을 며느리가 귓가에서 지르는 소리로 전해들었을 때, 그는 지원이 전교 회장이 되어서 교장실에 들어갔을 때 보았던 교장 선생님의 표정을 지었다. 이 철없는 손녀가 진짜 고추를 달지 않았는지 들쳐보겠다고 결정이라도 한 듯 서서히 고개를 들어 얼굴을 훑었다. 혹시 얼굴에서라도 고추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희망은 실망에서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그는 고개를 돌렸다.




양순이 남순이, 근정이, 수의, 순의까지 길에서 나뒹구는 글자를 주어서 지은 듯한 손녀 이름들처럼 그게 할아버지의 관심사가 아니었더라도 그는 손자들은 고심하고 잘 뺐다고 하지만 그들이 미래에 어떤 놀림을 당할지는 내다보지 못한 구시대 사람이었으니 외손녀 지원은 되레 그게 마지못해 고마웠다.




광수, 상수까지는 촌스러움이 도드라졌지만 희원, 사주를 보고 좋은 뜻을 고른 이름치고는 예뻤다. 뭔가 아늑하고 멀어지는 것처럼 느껴지는 그 이름은 그와 닮았다. 희원은 안채와 멀리 떨어져 자기 세계를 단단히 세운 듯 아래채에서 담배를 배우기 시작했고, 못된 것만 배워 가지고,라고 양심에 가책을 느끼라는 건지 담배를 그만 피우라는 건지 딱 부러지게 교육하지 못한 어머니의 눈에는 둘째 아들은 공격할 수 없는 중세의 성처럼 그녀에게서 멀어졌다.




농사가 한창일 때 형을 따라 신작로를 건너던 희원은 대형 트럭에 깔린 사고를 당했다. 머리가 깨져 20센티를 꿰맸는데, 그 이후로 동작이 느리면 그때 그래서 그런 건지, 공부를 못하면 그것 때문인지, 잘못해도 어머니는 죄책감과 미안함에 입을 대지 않았다. 학교에 늦어도 느긋하게 걸어가고, 공장에 취직해서 다니더니 어느 날 다단계에 빠져서 잠수했을 때도, 마흔이 넘도록 장가를 못 간 것이 어머니의 마음이 여린 것은 그것 때문이지도 몰랐다. “희원” 하고 길게 끌며 아들의 이름을 부르는 어머니는 아들이 밥은 잘 먹는지 아픈지 않는지 염려하고 아들의 명절 귀향을 염원했고 기도하며 기다렸다.




희원은 사회의 규격을 널찍이 비켜 기술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부품 공장에 취직했다. 나아질 게 없는 공장 노동자가 명절이라고 해서 정해진 야간작업을 뺄 수는 없었다. 가끔 그는 퉁퉁 부은 얼굴로 시골에 내려와 밥을 두 그릇, 기름이 축축한 전을 꾸역꾸역 입으로 밀어 넣고 갈비탕 두 그릇을 시원하게 비웠다. 외지에서 혼자서 고생했을, 지하 단칸 방에서 코를 골며 잤을 아들의 삶이 그를 더욱 허기지게 만들었을 모르는다는 짐작을 하니 어머니는 그 사고에서 모든 게 잘못되었을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형제들이 전부 객지로 떠나고 명절에 자주 내려오지 못하는 날이 많았다. 지원은 유학을 갔다 몇 년 만에 돌아와서 만난 오빠의 서울 말이 그의 이미지와 너무 잘 어울려서 징그러웠다.




목소리가 고와서 합창부에서 노래를 불렀던, 눈이 동그랗고 선이 곱고 예뻐서 기운아.. 하고 둘째 손자의 이름만 부르며 할머니의 사랑을 독차지했던 그는 이제 살이 쪄서 눈이 붕어빵 눈보다 더 부풀었고, 이목구비를 기미와 점들이 빼곡히 채웠다. 곧은 코에서 작은 입술까지 이어진 선, 뾰족한 턱에서 성대까지 똑바로 이어진 선은 이제는 희미했다. 그의 작은 입을 통해서 쌈장 듬뿍 찍은 수육이 들어가더니 젓가락으로 뭉친 밥 한 덩이가 성대를 꿀렁 하고 넘어갔다.




지원은 멀리서 그 살아있는 오빠의 성대에서 신음이 터지는 모습을 상상했다. 주전자에서 김이 뿜어져 나오면서 픽, 하는 소리를 내는 것처럼 그녀는 붉은 마그마 같은 피가 자신에게서 달아오르고 있다는 걸 느낀 건 그때가 처음이었다. 두려웠지만, 차고 딱딱한 것이 손에 쥐어졌을 때 그것을 오빠의 등에 명중해야겠다는 생각을 거둘 수 없었다.




벽에 세워 뒀던 지원의 자전거를 세우다가 그는 고통으로 꿈틀거렸다. 그의 작은 입에서 억하는 소리가 쏟아졌다. 멀리서 던진 돌이 그의 등과 성대로 이어져 작은 입에서 튀어나왔을 거라는 상상은 그녀 머릿속에서 일어난 일뿐이다. 그의 표정을 확인할 수도 없을 만큼 두려웠던 지원은 다리를 건너 안전지대에서 오빠의 반응을 살폈다.




여름부터 가을까지 지원이 오빠나 아버지의 큰 자전거를 한쪽 페달로만 딸깍딸깍 끌고 다닌 게 일 년, 어머니는 지원에게 보라색 여아 자전거를 구해 주었다. 한참 잘 타고 있던 자전거를 희원이 한번 빌려 타자고 했을까? 안 된다고 했는데, 무작정 빼앗듯이 그걸 가져갔었던가.


“아이씨. 너 잡히기만 해 봐.”




구부렸던 등을 펴고 금방이라도 잡으러 올 것 같았다. 그러기 전에 지원은 윗동네까지 줄행랑치고 순남이네서 저녁까지 먹고 어두컴컴한 밤이 되어 돌아왔다. 홧김에 돌을 던졌지만 미안함과 복수를 피하려는 마음에, 그가 그 사이에 잊어 주길 바라는 마음에서 순남이와 필남이랑 숨바꼭질을 했다. 꼭꼭 숨을 때마다, 쿵쾅거리는 심장은 돌멩이를 던지는 순간을 더 또렷하게 재현했다.


“여기 있네!”




진원이었다면 끝까지 쫓아서 지원을 바로 팼을 것이다. 화가 나면 어머니도 얕잡아 봤고 합기도까지 배워 자기 힘을 어린 동생들에게 마음껏 휘둘렀으니, 지원이에게 맞았다면 그 자리에서 불같이 화를 내고 복수했을 것이다. 심부름하기 싫다는 지원의 얼굴에 발을 올려 위협하고 달려드는 그녀를 반동으로 땅에 놔뒹굴게 하는 일은 그에게는 식은 죽 먹기였다. 그런 그를 공격했더라면 그래서 당장 쥐어 터졌더라면 속 시원했겠지만 이번에는 아이러니하게도 희원을 공격 대상으로 잡았다. 지원은 그가 만만하고 착하다는 걸 본능적으로 알고 있었다. 화 풀이할 대상을 찾았고, 백구 다음이 그였으며, 그러나 실제로 애먼 사람을 잡고 난 후에 감당하지 못할 죄책감에 온몸이 떨렸다.




다음날 아침, “이걸 어째?”라고 주먹을 불끈 쥐었지만 희원은 슬슬 피하는 지원을 때리지 않았다. 지원은 어떤 복수를 당해도 쌌다고 생각했지만 그런 일은 그녀의 꿈에서만 일어났다. 누군가에게 쫓겼고 높은 곳에 뛰어내렸다. 닿지도 않는 땅에 쿵 내려앉았다.






녹색 대문을 열고 들어가면 아래채 지붕 아래 농구 링이 달려있고, 담장 구석에는 백구가 자는 곳이다. 백구는 얼음이 언 양재기 물그릇을 개 줄로 엎지르고 널브러진 자기 똥을 뒷발로 문지르며 폴짝 뛰어 형제를 반겼다. 꼬리를 흔들고 앞으로 나아가려는 개는 목이 졸려 그 자리에서만 아둥바둥거리다 형제가 자리 잡는 걸 보고 잠잠해졌다.




안방에서 섬 뜰로, 이제는 거기서도 쫓겨나서 마당 구석에 자리 잡은 형제는 돌아가면서 무딘 낫을 들고, 강 건너 대숲에서 끊어 온 대나무를 반으로 쪼개고 반질반질하게 대나무 마디를 없앴다. 연이 고꾸라지지 않게 연의 무게 균형을 맞추려면 마디를 흔적 없이 마무리하는 게 중요했다. 손이 빠른 진원은 벌써 연살을 다 만들어 사라졌고, 희원은 꼼꼼하고 보기 좋게 천천히 만들어 나갔다. 지원은 낫으로 대나무를 쪼개다 손을 벴다.


“줘 봐.”




희원은 지원이 쪼개 놓은 것을 잘 다듬고 모자란 것까지 하나씩 다듬었다.


외동 딸이어서 지원은 새 옷을 입었고 칭얼거리면 어머니가 어를 때가 많았지만 희원은 형 옷을 물려받고 활발한 두 사람 사이에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낼 생각은 좀처럼 하지 않았다. 동생에게 연을 만들어주고 자기 방학 미술 숙제를 만들면서 지원의 것도 만들어주는 친절을 베푼 오빠를 지원은 깔보았는지도 모른다. 버스 시간에 가까워 시래깃국에 만 밥을 씹으며 신작로를 향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동생의 모습을 평온하게 바라보는 그는 뭐가 그리 태평스러운 걸까. 자전거도 고장 났고, 읍에서 도시로 나가는 버스를 또 타야 하고, 버스 출발 시각은 정해져 있는데 괘념치 않고 세수하고 가벼운 가방을 메고 논길을 걸어가는 오빠의 모습은 도무지 지원으로서는 이해할 수 없었다




늦은 저녁 화장실을 가다 지원은 거실에서 티브이에서 반사되는 번쩍거리는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뭐해?”


“안 자고 일어났나. 나 티브이 본다.”



가는 희원의 목소리가 어둠 속에서 들렸다. 방망이로 멀리 쳐버리고 싶었던 서울말은 버리고 그는 어색한 사투리로 대답했다.



환영받지 못할 줄 알지만, 지원도 오빠들과 재미있게 놀고 싶었다. 동네에 또래 친구는 없었고, 오빠 둘과 열 가구 밖에 안 되는 동네에 뒷동네라도 할 것도 없지만 거기의 지수 오빠가 있었다. 진원과 희원은 어디서 구했는지 썰매를 찾아냈다. 녹슨 썰매 바닥을 줄로 반짝이게 갈고 작대기를 하나 구해와서 못 끝을 벤치로 끊고 어찌어찌해서 그 사이에 못을 박았다. 준비가 다 된 듯 대문을 나서는 형제들의 뒤에서 지원은 소리쳤다.


“나도 따라 갈래.”




진원과 희원은 지원의 말을 들은 척도 않고 그냥 불쑥 대문을 나섰다. 벙어리장갑을 끼고, 오빠 쓰다 버린 귀마개를 쓰고 그들을 따라나섰다. 매서운 바람은 지원의 코와 볼을 발갛게 상기시켰다. 논에 물을 대기 위해 강에서 마을로 튼 수로에는 얼음이 얼었고, 지붕에서는 고드름이 주르륵 달렸다. 수로 상류에서 강으로 터진 수문에서 거칠게 떨어지는 물줄기에는 종유석처럼 자란 하얗고 투명한 고드름이 두껍게 얼었다. 형제들은 막대기로 얼음과 고드름을 다 깨면서 강으로 향했다. 강을 막은 보에는 1미터 반 넓이의 수문 세 개 있었고 그걸 뛰어넘거나 아니면 수문 밑에 흐르는 물줄기가 만든 미끄러운 얼음판 위를 걸어 건너야만 썰매를 탈 수 있는 자연 썰매장에 갈 수 있었다.




“오빠, 나 좀 잡아줘.”


“아, 따라오지 말랬잖아. 따라와서 귀찮게 해.”




수없이도 들어왔던 말에도 지원은 기죽지 않았다. 희원은 제사가 끝나면 자기가 좋아하는 바나나를 찬장에 숨겼지만, 기억해서 먹을 수 있을만큼 영악하지는 못했다. 짜증 난 얼굴로 희원은 건너편에서 동생이 건너오기를 기다리고 손을 내밀었다. 보에 가둔 물이 반질반질하게 얼었고 거기에는 윗동네 아이들이 벌써 모여서 썰매를 타고 있었다. 순남이와 그녀의 오빠 종렬이 그리고 눈에 익은 윗동네 미선 언니와 동생들이 놀고 있었다. 제대로 된 썰매를 가지고 온 애들은 겨우 두 명이고, 고무 대야 아니면 그냥 마구잡이로 신발을 썰매 삼아 미끄러운 얼음 위를 내달렸다. 진원과 희원은 좁은 썰매에 포개어 막대기를 기대어 앞으로 나아가려고 했다.


“밀어봐. 가만히 있지 말고.”


지원에게는 버거운 무게였다.


“에이씨 오빠가 해.”


“그래, 네가 해봐.”




대장이 명령하면 어쩔 수 없이 따르는 동생은 형이 시키는 대로 밀었다. 슬슬 속도가 나자 못 박힌 작대기 하나로 오른쪽과 왼쪽을 번갈아가면 얼음을 칵칵 찍어 내며 쭉 나아갔다. 얼음조각이 얼음 위에 흩어지고 바람에 날렸다. 바람을 등에 지고 가만히 있으면 밀려서 조금씩 날아갈 듯했다.


“오빠, 나도 한 번만 한 번만.”






녹색대문[1]


녹색대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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