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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Aug 19. 2019

나는 리얼돌을 옹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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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얼돌, 불안의 정체

‘리얼돌’, 인간의 신체를 본 뜬 고무인형.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리얼돌 판매 금지 청원이 올려진지 동의자가 26만명을 넘겼다. 어떤 사태는 전혀 관심이 없음에도 사람들의 이목이 집중되면서 관심거리가 된다. 인간 닮은 고무인형이 무엇이길래 이토록 많은 사람이 반대하고, 한쪽에는 찬성하는 소란이 벌어지는 것일까? 청원자의 주장처럼 리얼돌은 타인의 신체를 그녀(?)의 동의없이 주문제작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성범죄의 가능성을 높여줄까?  리얼돌이란 인형을 두고 벌어지는 소란을 주목하면서 나는 청원자를 비롯한 동의자들의 불안의 정체가 궁금했다. 그 불안은 과연 정당한가?



기사를 쭉 따라가면 확실히 느꼈던 점은, 리얼돌 반대 입장에 선 사람들은 대부분 여성으로 추정된다는 점이다. 설령 여성이 아니라 할지라도 여성에 가해지는 성적 착취에 반대하는 사람이 대부분이라 믿는다. 리얼돌의 성적 대상화 가능성이라는 점에서 청원 찬성자들은 여성의 상품화에 반대한다. 그리고 그 주장 이면에는 성폭력 등 여성에 가해지는 잠재적이거나 현질적 폭력를 바라보는 불안과 공포가 내재돼 있다. 나는 이들의 이 감정에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다. 강남역 살인사건, 미투, 몰카 등 여성을 노리는 잠재적 성범죄가 우리사회에 얼마나 많은가. 그러나 문제는 과연 리얼돌이 청원자의 주장처럼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하고 현실의 범죄로 이어진다는 주장을 받아들일 수 있느냐이다.



우리의 현실

생각해보자. 우리 주변에 수많은 유흥산업이 존재한다. 이것이 우리의 현실이다!  여기서 가치판단을 하고 싶지 않다. 좋든 싫든  옳든 그르든 주어졌다는 얘기다. 리얼돌이 이 거대한 유흥산업의 상품의 하나로 편입되어, 소위 장사가 되는지 정말로 모르겠다. 누군가는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고 리얼돌 판매를 시작했고 수입이 보류되자 재판을 걸었겠지만 말이다. 그런데 실제로 여성이 상품화되는 기존 유흥산업에서 리얼돌 판매가 이전보다 여성을 더 상품화하는지는 모르겠다. 오히려 나는 그 반대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여성을 고용해 성서비스를 받는 것보다는 리얼돌과 같은 인형이 여성을 덜 상품화한다고 믿는다. 물론, 누군가는 상품화의 정도는 문제가 아니고 그 상품화 자체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주장하겠지만 말이다.



리얼돌 판매소를 방문한 취재 기사(<리얼돌 논란, 판매자들에게 물었다>(경향신문)) 속 리얼돌 구매자는 예상 대로 남성이기는 하지만 특별한 지점이 있다. 구매자의 연령대가 50대에서 70대 남성이거나 장애인 가족이라는 사실이다. 이 대목에서 나는 연민의 감정을 느꼈다. 맞다! 그 감정의 실체는 연민이다. 현실에서 충족될 수 없는 욕망을 인형으로 대체하고자 하는 그 욕망이 오히려 가엾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아이가 엄마를 대리하고 보충하는 그 인형과 리얼돌이 무엇과 다를까. 그런데 그 인형과 관계(?) 맺고자 하는 인간이 아이가 아니라 성인이라고 생각해보자. 이것은 현실에서 그가 맺은 인간관계가 얼마나 빈약한지 보여주고 심지어 그들의 고독감까지 느끼게 한다. 그런 자들이 과연 현실에서 여성을 해할 가능성이 클까. 나는 오히려 반대라고 생각한다.



인형의 조건

국민청원의 가장 중요한 전제는 타인의 인격권의 침해다. 그리고 그 전제의 근거는 타인의 신체를 바탕으로 주문제작이 가능하다는 데 근거한다. 누군가의 인격권을 침해하는 리얼돌이라면 판매돼서도 안 되고, 설령 판매된다면 법에 따라 처벌돼야 한다고 생각한다. 리얼돌이 아니라고 할지라도 타인의 사진이나 영상 등을 이용하여 인격권을 침해하는 일은 분명히 범죄다. 그런데 리얼돌에 유독 이런 우려를 심각하게 하는 걸까? 그 이유는 현실에서 지인을 대상으로 벌어지는 속칭 ‘지인능욕범죄’ 때문이다. 그 가해자들은 주로 젊은 남성들이다. 삐둘어진 성 인식을 가지고 주변 사람을에게 성범죄를 저지른다. 다시 리얼돌의 잠재 구매자를 기억해보자. 물론, 그들이라고 해서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다. 하지만 이 세상에서 ‘절대로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리얼돌을 옹호하지만 모든 리얼돌의 판매에 찬성하지는 않는다. 실제 존재하는 타인의 인격권을 침해한다든지,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경우라면 그 어떤 리얼돌도 반대다. 이 중에서도 아동과 청소년을 대상으로 하는 리얼돌은 엄격하게 처벌해야 한다고 믿는다. 아동 포르노처럼 그런 경우는 잠재적 성범죄의 가능성이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그 이외의 경우라면 리얼돌을 가지고 어떤 성인이 자신의 사적인 공간에서 무엇을 하든 문제 삼을 이유가 없다. 그가 레슬링을 하든, 팔베개를 하든, 그 무엇을 하든 말이다. 여기서 누군가는 리얼돌의 용도가 성적인 용도이고 리얼돌=섹스돌이라고 생각해 혐오감을 표출할 수 있다. 그러나 세상에 다양한 사람이 있다는 점을 기억하기로 하자. 자신과 다른 생각, 다른 취향을 지녔다고 욕할 수 있을까. 그리고 타인의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다면 그것을 문제 삼을 수 있을까.




뜨거운 여름 한 날 사회란에 전해지는 리얼돌 논란을 보며 나는 인간 존재의 의미를 생각해봤다. 정말로 고독을 인형으로 해소할 수 있을까. 대리보충의 대상으로 격상된 인형이라 할지라도 그것은 인형에 불과하다. 사물에 불과한 인형이 피와 살로 만들어진 인간을 완전히 대체한다는 믿음은 허구다. 게다가 그 누가 리얼돌과 커뮤니케이션 할 수 있단 말인가. 누군가는 감정을 교류한다 믿겠지만 그것은 상상에 불과하다. 오히려 마지막에 남는 것은 자존감의 하락일 것이다. 사회적 관계 속에서 의미를 부여받지 못하고 리얼돌이라는 상품에서만 의미를 찾는 데서 오는 그 허무감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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