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원더키드 Sep 29. 2019

특이점이 왔다

서초동 촛불집회 이후


촛불 집회


지난 토요일 서초동 촛불집회를 보면서 나는 조국사태가 이전과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리라 예감했다. 집회를 열기 전 주최측은 많아봤자 10 만명 정도의 인원의 모이리라 예상했지만 그 예측은 기분 좋게(?) 빗나갔다. 전국 각지에서 운집한 인원이 주최측 추산 150-200 만명에 이르렀기 때문이다. 설사 수치를 아무리 적게 잡는다 해도 100 만명 이상의 거대한 대중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는 사실을 부인하지 못할 듯하다. 지난 박근혜∙최순실 국정농단으로 비롯된 2016-2017년 촛불집회 이후 가장 많은 사람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와 “조국수호, 검찰개혁”을 외쳤던 것이다. 게다가 집회가 한 번의 이벤트로 그치지 않을 듯하다. 매주 더욱 거세게 사법개혁을 향한 열망을 표출할 것이다. 문재인 정부의 개혁과제가 집권 후반으로 접어드는 이때, 적어도 사법개혁만큼은 실현될 수 있으리라 기대한다. 그렇다면 이토록 많은 사람들은 무엇에 분노했길래 거리로 나왔을까?



이 시점에서 지난 한두 달간 법무부 장관 조국을 향한 검찰 개입을 복기할 필요가 있다. 그 중에서 2가지 변곡점이 될 만한 사건이 있었다. 이들 사건이야말로 대중의 '정서'를 움직여 광장으로 나오게 만든 사건이었다고 본다. 첫 번째 사건은 입시비리의혹을 밝힌다며 진행된 압수수색 뒤, 조국 장관 부인 정경심 교수를 청문회가 끝나기 전 ‘전격’ 기소한 일이었다. 본격적으로 검찰이 선수로 등판한 사건이었다. 그런데 문제는 내정자 조국뿐만 아니라 임명권자 대통령을 향한 압박으로 보였다는 점이다. 위임된 권력이 선출된 권력에 도전하는 모양세에 많은 사람들이 검찰에 불신의 눈초리를 보내기 시작했다. 두 번째 사건은 대통령의 외유 중 집행된 법무부 장관 자택의 압수수색이었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현직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검찰은 6시간이라고 주장했지만)11시간 동안 압수수색을 집행했다는 소식은 눈살을 찌푸리게 만들었다. 어머니와 딸만 있는 가정집을 (물론, 변호사들이 입회했다고 하지만) 수많은 수사관이 그렇게 장시간 조사했다는 사실이 지나치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은 그 수색 때문에 검찰의 행동이 조폭과 같다고 생각했다. 부정적 정서가 본격적으로 확대되어 버렸다. 그 징후를 대통령 지지율의 변화에서 볼 수 있다.



전선은 어디에


조국을 향한 검찰의 칼날이 정점에 이르자, 문재인 대통령의 지지율이 결집하기 시작했다. 그전까지만 하더라도 검찰의 개입에 따라 지지율이 등락을 거듭했지만 이제는 더 이상 약발이 먹히지 않게 되었다. 유엔순방을 마치고 돌아온 대통령이 메시지를 내놓자, 이제 ‘조국 대 검찰’이 아니라, ‘대통령 대 검찰’로 구도가 바뀌었다. 그리고 토요일 집회로 인해 다시 구도는 '시민 대 검찰’로 지형이 바뀌었다. 이제 전선은 사법개혁이냐 아니냐 싸움으로 변해버렸다. 더 이상 ‘조국 사태’라 불리던 이 전선은 조국 개인이나 가족의 문제가 아니다. 마찬가지로 ‘문재인 대 반문재인’의 이슈도 아니다. ‘사법개혁 대 반사법개혁’의 문제로 바뀌어 버렸다. 이제 사법개혁을 어떤 개혁과제보다도 최우선 과제로 올려놓은 것이다. 여기서 역사의 아이러니를 느낀다. 한때는 적폐청산의 아이콘으로 떠올랐던 윤석열이라는 인물이 지금은 적폐의 아이콘으로 변했기 때문이다. 오히려 다행스럽다고 해야 할까. ‘사람에 충성하지 않는다’는 그의 말 한마디에 많은 사람들이 착각하고 기다렸을 터이니 말이다.



촛불집회 이후 이제 사태는 어디로 흘러갈까? 뉴스에서는 정경심 교수의 소환조사가 얼마 안 남았다고 전한다. 뉴스만 보면 그 조사 이후 검찰의 구속영장청구는 거의 예정된 수순처럼 보였다. 하지만 이런 사태에서 구속영장을 과연 청구할 수 있을까. 설사 구속영장을 요구하더라도 법원이 과연 그 청구를 받아줄까. 어떤 선택지가 놓여 있다하더라도, 그리고 그 결과가 무엇인건 패자 중 하나는 윤석열로 대표되는 검찰일 것이다. 가장 큰 이유는 거리를 매운 사람들의 피켓과 함성 때문이다. 그 속에는 수많은 주권자인 국민의 바람이 들려있기에 그 명령을 거부할시 검찰은 사법개혁의 더욱 더 강한 요구에 직면할 것이기 때문이다. 적당히 봉합하지 않는다면, 그들로선 더 큰 권력을 양보해야 하는 상황까지 이르러 버렸다. 이제 문제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언제 사퇴하느냐이다. 선출된 권력도 물러나는 판국에 위임된 권력이 자리 보존을 할 수는 없다. 검찰의 고집이 오히려 검찰개혁의 당위성만을 인지시키고 그 속도를 배가시켜버렸다.



법원청사를 애워싼 수많은 촛불을 보며 다시 한번 권력의 원천을 생각한다. 자칭 법치주의자라고 알려진 윤석열 검찰총장이 기억해야 할 법조항은, 헌법 1조 2항이다. “대한민국의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그 주권자의 요구에 따라 그에게는 선택의 시간이 얼마 안 남았다.



작가의 이전글 판단중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