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김없이 시민들이 서초동 사거리에서 촛불을 들었다. 이번 주는 특히 관심이 집중됐다. 왜냐하면 광화문 집회와 비교하여 얼마나 모일지가 관심거리였기 때문이다. 지난 광화문 집회에서는 세 과시라도 하듯 집회 이후 그 규모를 선전했다. 그러나 서초동 집회 주체측은 오히려 이번 주부터는 인원을 밝히지 않았다. 사법개혁이라는 메시지가 세 대결로 희석될까 염려했기 때문이다. 그 선택은 옳았다. 집회의 정당성을 세 과시가 아니라 민주주의 원리에서 찾았기 때문이다. 다수의 지배라는 민주주의의 원리에 따라 검찰개혁을 요구한다는 사실을 분명히 한 결과였다. 그것은 촛불집회의 메시지에서도 확인된다. 검찰총장 윤석열 퇴진을 요구하기 보다, 검찰 개혁을 위해 조국수호를 외쳤다. 사람과 사람 사이 대결로 몰아가는 프레임을 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서초동 집회는 그 내용이 세련됐다. 이에 반해 광화문 집회는 어떤가?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의 구호, “헌정유린타도 및 위선자 조국 사퇴촉구”가 보인다. 그런데 특이한 점은 광화문 집회의 메시지가 하나로 모아지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왜 그럴까? 언론보도에서는 그날 광화문집회에 모인 세력을 크게 3가지로 분류한다. 하나, 자유한국당, 둘, 우리공화당, 셋, 보수 기독교 등이다. 이 그룹들이 연합해 광화문 집회를 개최했다. 다양한 메시지가 나온다는 사실은, 이들의 이해관계가 같지 않다는 사실을 넌지시 보여준다. 상황에 따라서 이들은 각자의 길을 갈 가능성이 크다. 대표적으로 자유한국당과 우리공화당은 박근혜 전 대통령의 석방과 관련해 미묘하게 입장이 갈린다. 자유한국당 내에서는 친박과 비박이 여전히 공존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광화문 집회는 동원의 의심을 피하기 어렵다. 이미 인터넷에는 사람들을 동원하기 위해 전파된 메시지가 종종 검색된다. 집회의 참가 동기는 각자 선택의 자유지만, 그 선택이 돈이라면 문제이다. 그것은 민주주의를 파괴하기 때문이다.
“서초동”과 “광화문”은 정치의 장소가 되었다. 이제 문제는 두 운동이 어떻게 진행될까라는 물음이다. 이 질문에서 내가 주목하고 싶은 지점은 광장의 크기 보다는 지속이다. 결국에는 오래 가는 편이 승리하기 때문이다. 집회 규모만 본다면 엄청난 규모의 세력이 충돌하고 있다. 광화문집회나 서초동집회나 엄청난 대중이 모였다. 그래서 크기로 한쪽이 다른 쪽을 폄하할 이유가 전혀 없다. 두 광장의 목소리 다 민심이라 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크기가 아니라 지속에 더 신경써야 한다. 이런 점에서 서초동 집회의 자발성에 주목하는 이유다. 그에 따라 향후 정국 방향, 내년 총선 결과, 개혁 실현도 가늠이 될 듯하다. 그래서 광화문 집회보다는 서초동 집회가 그 운동의 성과를 기대하게 된다. 게다가 서초동 집회는 그 운동의 방식이 세련됐다.
촛불 집회는 정치적 구호만 외치는 집회가 아니라 공연 등을 즐기는 문화 집회가 된 지 오래이다. 그 때문에 서초동 집회는 안심하고 참가할 수 있는 집회로 여겨진다. 이에 반해 지난 광화문 집회는 불행히도 몇몇의 폭력사태가 보고되었다. 뉴스를 타고 전파되는 폭력의 이미지는 눈살을 찌푸리게 만든다. 게다가 그 집회의 정당성을 의심하게 한다. 설령, 그 인원이 적다할지라도 말이다. 지금의 집회는 비폭력이라는 촛불의 방식이 효과적이 된 지 오래이다. 이미 2016-2017년 촛불집회에서 그 효과를 가늠하지 않았던가. 그렇기 때문에 촛불 집회의 손을 들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한편, 이번 서초동 집회에서는 태극기가 새롭게 출현했다. 종래 보수의 기호로만 쓰이던 태극기가 전혀 다른 장소에서 사용됐다. 생각해보면 태극기는 누군가의 전유물일 수 없다. 태극기는 우리나라를 상징하기 때문이다. 이런 점에서 서초동 집회는 검찰개혁이 다수의 요구라는 점을 태극기로 보여주는 동시에 촛불로 비폭력을 나타낸다.
서초동과 광화문의 집회는 대의제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 그런 점에서 누군가는 민주주의 위기라고 평가하는 이도 있다. 그러나 민의가 제대로 전달되거나 수용되지 않는다면, 주권자는 때에 따라서는 광장에 모여야 한다. 결국 정치란 만들어가야 할 것 아닌가. 잠자는 권리는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그래서 벌써 다음 주 집회가 가다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