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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Oct 12. 2019

서초동 촛불 집회 이후

개와 늑대의 시간

최후통첩


서초동 촛불집회가 10월 12일 “최후통첩”이라는 주제로 열렸습니다. 주최측이 잠정적으로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집회를 마무리하겠다고 선언했기 때문에 당분간(?) 거리를 매운 촛불을 볼 수 없을 듯 합니다. 물론 다른 주체가 나타나 집회를 준비할 수는 있으나, 형식적으로는 끝난 듯 보입니다. 지난 몇 주 동안 거리를 매웠던 촛불의 외침 속에서 많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수많은 군중은 왜 나왔고, 이제 “조국사태”는 어떻게 흘러갈까? 집회가 잠정적으로 끝나니 생각을 정리할 겸 이 질문에 답해보고 싶습니다.



집회에 참가하건, 구경하건, 시청하건 가장 주목해야할 것은 구호입니다. 명시적인 메시지에서 집회의 목적을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번 촛불에서 떠오르는 구호는, “조국 수호, 검찰 개혁”일 듯 합니다. “조국 수호”의 “조국”이란 단어에는 중의적인 의미가 담겨있습니다. 그 지시체가 조국 법무부 장관일 수도, 아니면 국가를 뜻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어떤 이유이건 구호 뒤 “검찰개혁”에 동의하는 사람들이 서초동에 모였습니다. 그만큼 이번 서초동 집회의 화두는 단연코 검찰 개혁이라는 메시지였습니다. 그런데 왜 검찰 개혁이 화두로 떠올랐던 것일까요?



집회의 성과


다른 글에서도 썼지만, 이번 조국 사태에는 대중의 ‘정서’를 흔든 변곡점이 있는 듯합니다. 단 하나의 변곡점을 꼽자면, 조국 법무부 장관의 자택을 두고 벌어진 압수수색이이었습니다. 전후 사정이 어떻든 그 시간에 벌어진 사건, 가령 짜장면 논란 등이 많은 사람들에게 분노를 불러온 듯합니다. 수사기간 동안 핑퐁 게임하듯, 웅둥학원, 표창장, 사모펀드 등으로 번지는 수사에서 벌어진 변곡점이었습니다. 법무부 장관의 일가 수사가 정당하다고 강변하더라도, 그 압수수색 시간과 그 범위에 많은 사람은 ‘공포’를 느낀 듯합니다.



대부분 사람들에게 그런 종류의 공포는 낯설었을 것입니다. 검찰뿐만 아니라, 경찰, 법원 등과 같은 국가기관을 경험할 일이 없는 국민들에게는 말이죠. 압수수색 과정에서 벌어진 사건을 접하면서 검찰의 위력을 실감하게 된 계기였습니다. 대개의 많은 국민은 스스로 법적 이데올로기를 내면화합니다. 그래서 수많은 사건과 사고에 등장하는 검찰을 실감할 계기가 없습니다.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로 치부하게 마련입니다. 그런데 조국사태가 검찰 권력을 가시화했습니다. 이번 조국 사태의 첫 번째 성과라면, 바로 검찰 권력을 드러낸 점을 선택하겠습니다. 비로소 많은 국민들이 검찰 개혁의 필요성을 절감하게 된 겁니다.



이와 함께 언론 개혁의 필요성도 가시화했다는 점을 두 번째 성과로 말하겠습니다. 2 달간 일방적으로 쏟아지는 조국 기사에 반대편에서 서서 다른 소식을 전한 미디어는 소수입니다. 가령, 김어준의 <뉴스공장>, 유시민의 <알릴레오> 등 정도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간헐적으로 <한겨레신문>이 기사를 송출하기는 했으나 시간이 흐른 뒤였습니다. 대개 언론 기사는 “단독”이라는 타이틀을 달았고, 그 메시지의 출처는 검찰이었습니다. 이것에서 많은 사람들이 검찰과 유착(?)된 언론의 민낯을 확인한 계기였던 듯 합니다. 언론과 검찰이 유착돼 일방적인 주장만 남았습니다. 그런 점에서 최근 <KBS> 의 인터뷰 관련 소식은 대중의 인식과는 거리가 있습니다. 언론사 당사자는 책임이 없고, 오로지 상대를 탓하기 때문입니다.



개와 늑대의 시간


이렇게 검찰과 언론의 개혁이 필요성을 알려준 조국 사태는 앞으로 어떻게 흘러 갈까요? 최근 윤석열 검찰 총장과 관련된 추문이 터지면서 조국사태는 엉뚱한 곳으로 번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아마도 검찰의 기소 이후에도 이 사태는 그 여진이 계속 갈 것입니다. 그럼에도 어느 정도 검찰 개혁의 방향과 같은 것은 정해졌습니다. 서초동 촛불 집회에 대통령이 메시지를 냈고,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은 각자의 개혁 계획안을 내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조국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총장의 어색한 동거가 계속 될 듯합니다. 누군가는 대통령, 장관, 검찰총장을 같이 가야 할 삼두마차라 부르는데, 그런 점에서 개와 늑대의 시간이 계속 될 것입니다. 왜냐하면 서초동 집회만큼이나 큰 광화문 집회 때문입니다. 명확하게 두 진영이 나눠진 이상, 일방적으로 한쪽을 내칠 이유는 전혀 없기 때문입니다.



조국 사태로 벌어진 광장 정치는 이제 퇴장합니다. 산발적인 집회야 있겠지만, 검찰의 기소 즈음에는 그 동력을 상실할 겁니다. 그리고 그쯤 대통령의 지지율도 오를 듯합니다. 최근 2주를 보니 대통령 지지율이 하락하는 추세가 관찰되고 있습니다. 아마도 중도층의 이탈이 가장 큰 이유 아닐까 싶습니다. 현실의 난제는 많은데 한 사안을 가지고 이렇게 오랜 시간을 끄는 데 피곤한 겁니다. 중요한 뉴스를 잡아 먹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무당층의 증가나 대통령 지지표의 이탈은 이해할 만합니다.



이제는 본격적으로 내년 선거를 준비하는 시즌이 돌아옵니다. 그에 따라 자유한국당 등 야권의 이합집산도 가속화될 겁니다. 지지율로 보면 조국 사태의 최대 수혜자는 자유한국당인데, 그 혜택이 선거까지 지속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 석방을 촉구하는 우리공화당의 세력 때문입니다. 적어도 선거 경합지역에서는 그 위력을 과시할테니 자유한국당 입장에서는 오히려 머리만 아프겠죠. 게다가 바른 미래당 내 구 야권 인사의 움직임도 관심거리입니다. 자유한국당으로 귀환하고 싶겠지만, 자유한국당 친박 세력이 걸림돌입니다. 이처럼 내년 총선 관전 포인트는 야당을 중심으로 어떤 세력이 어떻게 뭉칠지입니다. 그리고 상대적으로 사분오열된 야당이 어떤 이슈를 들고 나올지도 궁금합니다. 아마도 가장 유력한 후보는 보수 언론을 등에 업고 내세우는 경제이겠지만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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