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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Apr 13. 2020

모든 진보의 배가 떠오를 것이다

21대 국회의원 선거 즈음에

선거 즈음


지난 주 금요일과 토요일 21대 국회의원 선거의 사전 투표가 실시됐다. 예상보다도 높은 참가 열기에 각 정당은 이번 선거에서 자신들이 유리한 고지를 점령했다고 선전한다. 누구의 예측이 맞을지는 이번 주 선거 개표 결과에 따라 판가름될 것이다. 코로나바이러스 유행 탓에 선거열기를 잠시 잊고 있었는데 투표율만 보면 꼭 그런 거 같지도 않다. 그러나 이런 열기 속에서 나는 어떤 정당을 지지할지 결정하지 못했다. 지난 주말 내내 여론조사라는 메시지가 뜨는 전화를 받고도 무시한 이유가 그랬다. 낯선 전화를 응대하기 싫은 마음이 있어서 그랬지만, 가장 큰 이유는 내가 여전히 부동층으로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선거를 위해 배달된 투표 안내문과 각 정당의 유인물을 보면서도 도통 판단을 내리지 못했다. 그럼에도 확실한 사실은 있었다.  



선거 유인물에 자신의 치적으로 지역구내 주택가격 상승을 자랑하는 보수 정당의 모후보는 나의 선택지는 아니라는 점이었다. 서울 변두리 아파트 가격이 올라봤자 얼마나 올랐을 것이며, 시민의 삶의 질과 상관없는 결과를 자신의 업적으로 자랑하는 국회의원의 삶의 태도에 화가 났기 때문이다. 과거의 나의 투표 성향을 돌이켜보건데 통상적으로 지역구에는 민주당을, 비례에는 정의당 등 소수정당에 투표해왔다. 그렇다고 내가 이들 정당의 적극적 지지자라고 보기도 힘들다. 선거 국면에 따라 두 정당을 비판적으로 지지할 뿐이었다. 그런데 코로나바이러스 국면에서 대통령의 지지율이 올라가는 등 여당에 유리한 선거국면이 형성되면서 굳이 지역구까지 여당을 지지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모든 표를 소수정당에 줘야 하지 않나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설령 그 표가 사표가 된다고 할지라도 말이다. 그런데 요즘 흥미로운 현상이 관찰된다.



적대의 언어


선거유세 막바지에 이르자 적대의 언어가 도처에서 등장하는 것이다. 통상적으로 거대 양당 사이에서 네거티브가 이뤄지기 마련이지만 이번 선거는 독특한 지점이 있다. 선거법의 개정으로 비례정당의 의석을 한 석이라도 차지하기 위해 “범진보”라 일겉을 수 있는 정당 사이에서도 날선 공방이 오고가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사례가 민주당과 정의당 사이에 이뤄지는 공방은 물론이거니와 민주당 계열(?)이라는 더불어시민당과 열린민주당 사이에서 이뤄지는 공세일 것이다. 한정된 의석을 가지고 싸우는지라 이해가 되는 측면도 있다. 그러나 언제나 그렇듯 문제는 감정이다. 자신의 정당의 선명성을 드러내기 위해 상대의 감정을 자극해 돌아오지 않는 다리를 건너기 때문이다. 그런데 생각해보자. 개별 정당 사이에는 모순이 존재하기 마련이다. “범진보”라는 단어로도 포용되지 못하는 차이가 있다. 그럼에도 증오를 넘어 섬멸하겠다는 태도에 선거 이후 누가 화해의 악수를 나누겠는가.



개혁이건 진보이건 그 어떤 가치를 주장하더라도 중요한 것은 실현할 수 있는 방안이다.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더라도 소수정당과 연대는 필수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이번 선거의 최선의 결과를 민주당이 원내 1당이 되고 다수의 소수 진보 정당이 원내에 진입하는 미래를 그린다. 그렇기 때문에 본 선거가 얼마 안 남은 지금 “범진보”라 묶이는 정당들 사이에 적대의 언어가 바람직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정작 싸워야 할 적은 다른 곳에 있는데 왜 에너지를 낭비한다는 말인가. 이런 점에서 나는 지난 알릴레오 방송에서 유시민 이사장이 인용한 미국의 전대통령 버락 오바마(Barack Obama)의 말이 떠올랐다. “역사의 밀물이 들어오면 모든 진보의 배는 떠오를 것이다.”(나는 정확히 이 말의 원출처를 찾을 수는 없었다) 이 말처럼 지금 한국의 선거국면을 적절히 평가하는 말은 없을 듯하다. 미래통합당 등 보수정당이 예상하는 의석수가 그리 낙관적이지 않다는 판단 아래에서 보자면 말이다. 범진보 진영 사이에서 서로를 탓하는 갈등의 언어는 감정의 골만 깊게 만들고 선거 이후에 연대를 방해할 뿐이다.



여기에 덧붙여 나는 과거 오바마의 인터뷰 한 대목을 찾아 인용하고 싶다. “정부의 과제란 원양선을 북쪽이나 남쪽 방향으로 2도 조종하는 것이다. 그 결과 앞으로 10년 뒤 우리가 있었던 장소와는 다른 장소에 도착하는 것이다.” 이 대목이 기억에 남았던 이유는 현실 정치에서 간과하지 말아야 할 지점이 속도와 함께 방향이라는 것이다. 겉으로 보면 느리고 심지어 성과가 없다고 탓할지라도 말이다. 방향이 올바르다면 끈기를 갖고 기다려야 한다. 민주주의에서 개혁이란 이런 방식이 아니던가. 그런 점에서  범진보라 묶이는 정당들이 더불어 같이 가아야 할 이유가 있다고 생각한다. 개혁이란 길고도 먼 싸움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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