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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Nov 02. 2020

여러분, 부자되세요

각하를 보내며


2000년대 초반 유명한 광고가 있었다. 카피 문구 때문에 나는 이 광고를 20년이나 지났는데도 지금까지 기억한다. 바로  “여러분 부자되세요”라는 문구로 끝을 맺는 BC 카드 광고였다. 97년의 IMF 환란을 넘어 2000년대 안팎은 벤처 거품과 함께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꿈꾸는 시대였다. 조금 학술적으로 이 시대를 설명하자면 신자유주의가 본격적으로 한국사회에 자리잡던 시기였다. 바야흐로 이데올로기뿐만 아니라 경제 체제로서 신자유주의가 한국사회에 뿌리를 내렸던 시대였다. 그것을 보여주는 상징이 “여러분 부자 되세요”라는 문구에 담겨 있었다.



오늘 내가 저 카피가 생각났던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이제 법적 판결로 전 대통령의 예우를 박탈했으니 '이명박'이라고 부르기로 하자)의 구속수감 소식을 뉴스에서 무심코 보고 나서다. 2008년 대선에서 한나라당 대통령 후보로 대권을 쥔 이명박은 그 시대의 또 다른 상징적 인물이었다. 한 마디로 ‘돈의 신’이기 때문이었다. 가수 이승환의 곡 <돈의 신>의 후보로 그는 손색이 없는 인물이다. 이 인물을 보여주는 많은 수식어가 있지만, 나는 단연코 저 꾸밈말을 ‘전 각하’께 선사하고 싶다. 따라서 이명박이 대통령으로 오른 저 해는 신자유주가 완성된 시기라고 말해도 무방할 것이다. 비로소 정치적 신자유주의가 완성됐기 때문이다. 그 시간은 누구나 돈을 벌어 부자가 되고 싶은 시대, 그런 욕망의 시간이었다.



어쩌면 자신이 저지른 범죄 중에 사소한(?) 일로 감옥에 가게 된 이명박을 보내며 나는 부자가 되고 싶다는 그 시간의 욕망을 다시 떠올렸다. 이명박을 대통령으로 만든 힘은 다름 아니라 모든 것을 돈으로 환산하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야 한다는 욕심이었다. 그렇기에 이명박이 감옥으로 가는 장면은 우리 사회가 저 욕심에 단죄를 내리는 듯 보였다. 자신만 잘 먹고 살면 그만이라는 생각을 그만둘 때가 됐다라고 경고를 하듯이.



물론 부자가 되고 싶다는 꿈이 어느 한 시절의 욕망으로 끝나지는 않을 거다. 아마도 인간 역사에서 물질적 풍요를 꿈꾸지 않는 시대가 있단 말인가. 요새 부동산 광풍이나 주식 열풍만 봐도 알 수 있다. 유행처럼 꿈은 외양을 달리할 뿐이다. 그러나 적어도 공공의 영역에서 엄청난 부를 쌓으려는 시도는 당분간(?) 허용되지 않을 거다. 이미 우리는 2016-2017년 광장의 촛불에서 욕망의 전환을 보지 않았던가. 반칙과 특권을 더 이상 허용하지 않겠다는 외침을 말이다. 결국 세상을 바꾸는 힘은 다수의 깨어있는 사람에게서 나온다.



끝으로 전 각하께 한 마디. “감옥에서 만수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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