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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원더키드 Feb 28. 2023

어느 뉴스 성애자의 고백

볼 이유가 없는데 본다


알람이 울린다. 아침 기상하자 머리맡 스마트폰부터 찾는다. 그리고 창을 연 것은 포털 뉴스. 해외 주식 시장 지수를 훑고 정치, 사회, 연예, 스포츠 등 뉴스를 살펴본다. 특별한 이유는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본다. 솔직히 기사 본문까지 살펴보지도 않는다. 제목만, 딱 제목만 본다. 그렇게 본다면 나는 뉴스 성애자가 아니라 제목 성애자인 셈이다. 특히 정치면 기사는 제목만 보면 해당 매체가 어떤 매체인지 짐작할 수 있을 정도다. 어차피 그런 뉴스는 선전 이상 이하도 아니니 넘긴다. 전형적인 이데올로기장치 이들 소리에 시간을 뺏길 필요가 없다.


문제는 내가 뉴스를 아침 한번 열람하는 데 그치지 않고 하루 종일(?) 시간 날 때마다 쳐다본다는 것이다. 그 이유는 나도 알다 가도 모를 일이다. 일을 하는 데 필요한 것도 아니고 그저 무료한 시간을 달래고자 뉴스를 본다. 그렇다고 업데이트된 뉴스에 특별히 볼 만한 거리가 있지도 않은데 말이다. 그런 점에서 나는 가끔, 아주 가끔 내가 ‘중독’ 아닐까 걱정이 된다. 나는 ‘뉴스 중독’이라 부르지만 누군가는 아마도 ‘스마트폰 중독’이라 부를 거다.



내가 이런 중독을 피하고자 용을 써보지 않은 것은 아니다. 가령, 이동시간에는 가능한 스마트폰을 꺼내 보지 않는다. 대체로 이 규칙은 잘 준수하는 편이다. 그럼에도 무료한 시간을 흘려 보내기가 힘들다. 막간의 시간조차 무엇을 해야 할 것 같고 생산적인 것으로 바꿔야 할 것 같은 강박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때마다 마음을 다독이며 충동이 사라지길 기다린다. ‘사라져라, 사라져라’ 주문을 외운다.


짐작하건데 이리 뉴스에 집착하는 이유는 새로운 것을 향한 지나친 호기심 때문인 듯하다. 외부를 향한 건전한 관심은 바람직하나, 언제나 문제는 지나친 쏠림이다. 그러고 보면 나는 꽤나 유행에 민감한 사람이다. 요새 사람이 무엇에 관심이 있고 열광하고 사랑하는지 알고자 하는 욕망이 큰 탓이다. 그런데 외부에서 관찰하기를 좋아하지 내부까지 들어가 그 일원이 되기를 원하지는 않는다. 이런 점에서 나는 여전히 사물과 거리가 있는 사람이다. 멀리서 쳐다볼 뿐 뛰어들 용기(?)는 없는 사람.


갈수록 필요한 시그널은 찾아보기 힘들고 노이즈로 가득 찬 세상에서 나의 저 무의미한 뉴스 소비는 계속될 것 같다. 보고 버리고, 보고 버리고 이 과정을 반복하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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